지구인75 5-3. 오따로 가는 길 노르웨이의 버스에서는 잠을 자기가 무척 어려웠다. 계속해서 넋 놓고 바깥 풍경을 보게 되기 때문이었다. 잠시만 한 눈을 팔면 또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 나타났다. 당장이라도 돌이 내 앞으로 굴러와 트롤로 변신할 것만 같다(겨울왕국 본 사람만 이해 가능). 잠을 자기 어려운 이유는 하나 더 있다. 6월의 노르웨이느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 백야가 시작되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비로소 날이 개어 예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는데, 이 시간이 저녁 8시였다. 아무리 여름이어도 한국이라면 해가 질 시간인데 노르웨이의 저녁 8시는 노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래서 오로라를 못 본다는 거구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늦은 시간에 스타방에르에서 출발해 더 늦은 시간에 오따(Odda)*에 도착해야 하.. 2022. 10. 3. 5-2. 궂은 날씨의 프레이케스톨렌, 좌충우돌 정복기 (2) 가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쉐락볼튼에 비하면 프레이케스톨렌은 산책이나 다름 없었다. 코스가 길지 않고 예쁜데다가 돌을 쌓아 만든 계단이나 평지로 된 데크길이 있기도 해서 걷기도 훨씬 수월한 코스였다. 우리나라에서 등산 깨나 했다는 사람이라면 전혀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을 난이도. 안개가 낀 숲은 요정이 나올 듯 너무 예뻤고 중간중간 호수가 보이기도 해서 눈도 즐겁게 걸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쉽게도 아침에 오던 비가 완전히 잦아들지는 않고 부슬부슬 오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트레킹을 할 순 없으니 가져간 등산복을 단단히 여미고 가방은 우비로 감싸고 길을 가야 했다. 가는 내내 날이 곧 개겠지, 생각하며 걸었다. 비는 계속 잦아들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예쁜 호수를 봐도 몇 개는 눈으로만 담아 두고 내려오면서 .. 2022. 10. 1. 5-1. 궂은 날씨의 프레이케스톨렌, 좌충우돌 정복기 (1) 쉐락볼튼을 정복하고 왔다는 뿌듯함도 잠시, 잘 자고 일어나보니 팔과 다리가 쑤셔왔다. 노르웨이 여행을 결심하기 전엔 등산이나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팔 힘이 없기로 알아주는 나인데,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쇠사슬을 붙잡은 채 요령없이 산을 올랐으니 그럴만도 했다. 스트레칭을 좀 배워가면 좋았을걸. 심지어 밖을 보니 오늘도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전날 날씨도 비가 오다 그치고 맑아진 것이라 기대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이제는 온몸이 쑤시는데 비까지 오니 좀 자신이 없어졌다. 곧 22km 코스의 트롤퉁가도 가야 하는데, 그냥 스타방에르에서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해야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의 나의 목표는 그 무엇보다 노르웨이 3대 트레킹을 완주하고 오는 것.. 2017. 10. 23. 4-3. 끝까지 쉽지 않던 계란바위, 그 끝의 개운함 이제 날씨는 완벽하게 개었고 빙하에서 내려온 파아란 물빛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계란바위를 한없이 바라보며 든든히 배까지 채우고 앉아 있으려니, 산의 높이가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으려니 너무 추웠던 것. 이 산은 끝까지 내게 여유로움을 쉬이 내주지 않는다. 산행 초보자인 나와 동행은 모두 제대로 된 준비물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장비는 뭐가 필요한지 찾아보면 나오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하우가 없었으므로 산 위가 얼마나 추운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조금 더 풍경을 감상하고 싶었지마느, 너무 추워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던 우리는 결국 서둘러 하산을 하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 않았지만 날이 개어 풍경도 훨씬 아름다웠다. 언제까지 올라가야 할지 막막하던 올라가는 길에 .. 2017. 9. 21. 4-2. 고소공포증 여행자의 계란바위 정복기(2) 얼마나 갔을까? 급격한 경사로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여행자들의 후기를 보면, 초반 급 경사로만 바짝 힘들고 그 길을 견디고 나면 수월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이를 악물고 버텨보려 했지만 초보 하이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겨우 구한 동행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눈 앞에 드넓은 돌산이 펼쳐져 있는데도 그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틈은 없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ravelhackergirl.com/kjerag-hike/) 손을 놓고 쉬고 싶었지만 아침에 비가 온 터라 바위가 미끄러웠다. 등산화를 신고도 발이 미끄러지는 걸 보니 쉬는건 이미 글렀다. 백만번쯤 포기할지 말지를 고민했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2017. 9. 3. 4-1. 고소공포증 여행자의 계란바위 정복기(1) 전날 저녁, 스타방에르에 도착한 나는 잔뜩 떨리는 마음으로 짐을 풀었다. 등산 장갑이나 등산 스틱, 등산화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가져본 것들이었다. 드디어 이것들을 써볼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했지만 또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등산을 해본 적이 없으니 가방을 어떻게 싸야 할 지도 감이 잘 오지 않아 몇 번이고 가방을 쌌다 풀었다 했다. 날이 밝은 아침. 날이 무척 밝아 기대했는데 그건 해가 일찍 떴기 때문일 뿐이었고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보슬비라고 하기에는 빗줄기가 굵었고 그마저도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궂은 날씨에도 쉐락볼튼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잔뜩 있었다. 전날에 버스 예약을 해도 될 정도로 자리가 여유로울거라고 하기에.. 2017. 8. 13. 3-2. 오슬로에서 미술 교과서를 들여다 보다 재충전을 마친 후, 기대했던 뭉크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오슬로 국립 미술관으로 향했다. 아쉽게도 미술관은 보수 공사 중이라 외관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는데,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와 같이 큰 규모의 미술관을 기대했던 내게는 조금 실망스럽게 수수한 곳이었다. 그 때문인지 주말임에도 많이 붐비지 않아 금방 표를 사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국립미술관 입장료 : 성인요금 100크로네, 학생요금 50크로네 / 오디오 가이드 별도) 생각보다 많은 작품이 있었고 시간 순서로 전시가 되어 있었는데, 실내는 북유럽답게 정갈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각 방의 입구마다 숫자가 적혀 있어 차례대로 둘러볼 수 있게 배려를 해주었다. 재미있게 둘러 보았지만, 뭉크의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유명한 어.. 2017. 8. 5. 3-1.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 오슬로 돌아보기 오슬로에서의 첫 날이 밝았다. 쾌적한 방에서 잘 자고 일어났지만, 아직도 유심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밖은 흐렸다. 와이파이가 되는 숙소에서 이것 저것 알아보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았고, 유심을 구입한 회사에도 문의를 넣어보았지만 모르겠다는 말 뿐이었다. 한참을 씨름해도 해결이 되지 않기에 어차피 여행 일정 중에는 디지털 디톡스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다 어제 지도도 얻었으니, 더이상 유심에 연연하지 않기로 하고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사실 오슬로에서는 크게 기대하는 바가 없었다. 여행을 다니다 보니 수도에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그 나라의 진짜 매력은 다른데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슬로의 살인적인 물가에 대해 익히 듣고 온 터라 딱히 맛집.. 2017. 7. 25. 2-2. 첫 번째 도시 오슬로에서의 첫 밤 오슬로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푸근함'이었다. 처음 겪는 북유럽이라 희고 커다란 북유럽 사람들에 대해 차갑고 냉정할거란 선입견이 좀 있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여유가 넘치고 친절했다. 테러를 겪은 후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진 영국이나 미국과는 달리, 노르웨이 역시 다문화 수용에 대한 반항심이 일으킨 총기 테러가 있었던 나라임에도 여전히 외국인에게 관대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입국 심사가 특별한 질문도 하지 않고 짧게 끝났을 뿐 아니라 여행을 잘 하라며 웃으며 인사해주는 공항 직원을 보니 여독이 조금은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나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유를 알 길이 없이 내 핸드폰이 먹통이 된 것이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유심칩을 구입해서 갔는데, 아무런 신호도 잡지 못해 인터넷.. 2017. 7. 23. 이전 1 ··· 5 6 7 8 9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