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르웨이3대트레킹6

6-3.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하산길은 출발 전에 만났던 커플과 함께 하기로 했다. 처음에 같이 길을 헤맸던 인도인 일행들은 어디쯤 왔는지, 정상에서 기다리며 찾아 봤지만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날이 개고 있었고 빙하가 녹은 물은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고 길가에 쌓인 눈도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해가 나니 훨씬 따뜻하기도 해서 가벼워진 마음을 안고 길을 나섰다. 같이 길을 나선 커플은 사진에 진심인 친구들이었다. DSLR을 들고 온 것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트롤퉁가에서의 사진을 정말 훌륭하게 찍어 주었다. 게다가 내려가는 길에 햇빛이 비추기 시작하자 신나게 셔터를 눌러 댔다. 덕분에 나도 이번 여행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실컷 건질 수 있었다. 산을 내려오며 다리가 풀리던 나를 살뜰히 챙겨주기도.. 2022. 10. 9.
6-2. 드디어 트롤의 혓바닥 위로 (2) 얼마나 지났을까. 눈밭을 헤치고 땀들 뻘뻘 흘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숨이 차올랐지만 고개를 들면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이 날 움직이게 했다. 이만큼 온 이상 돌아 내려가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앞으로 가는 수 밖에. 잠깐 그러다 말 줄 알았던 궂은 날씨가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심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어제 프레이케스톨렌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악몽이 자꾸 날 괴롭혔다. 프레이케스톨렌은 쉽기라도 했지, 12시간 짜리 코스를 올라왔는데 설마 아무도 못보게 되는 걸까? 복잡한 마음을 안고 어느덧 정상에 다다라 갔다. 계곡은 산 아래쪽에서보다 짙은 안개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렇게 먼 나라까지 왔는데, 지구가 나에게 이렇게까지 자비를 베풀지 않을 줄이야.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가다 보니, 안개를 뚫.. 2022. 10. 9.
6-1. 드디어 트롤의 혓바닥 위로 (1) 드디어 노르웨이 3대 트레킹 중 마지막 장소, 트롤퉁가만 남았다. 코스 입구부터 정상인 트롤퉁가까지의 왕복 거리는 총 22km 정도. 평탄한 길이 아니기 때문에 10~12시간의 시간이 걸리는, 3대 트레킹 중 가장 길고 힘든 코스이다. 어제 1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했지만, 12시간 코스를 늦지 않게 마치고 쉬려면 새벽같이 일어나 길을 나서야만 했다. 트롤의 혓바닥이라는 뜻의 트롤퉁가는 내가 노르웨이 여행을 결심한 이유이기도 했다. 구경만 하기 보다는 몸소 체험하는 진짜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사진이 바로 트롤퉁가의 사진이었던 것이다. 트롤퉁가 하나만 보고 결심했던 여행인 만큼 이 일정에 대한 기대가 정말 컸다. 오따 시내에서 트롤퉁가로 가는 버스는 6시 반과 7시 반에 있다고 했다.. 2022. 10. 3.
5-3. 오따로 가는 길 노르웨이의 버스에서는 잠을 자기가 무척 어려웠다. 계속해서 넋 놓고 바깥 풍경을 보게 되기 때문이었다. 잠시만 한 눈을 팔면 또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 나타났다. 당장이라도 돌이 내 앞으로 굴러와 트롤로 변신할 것만 같다(겨울왕국 본 사람만 이해 가능). 잠을 자기 어려운 이유는 하나 더 있다. 6월의 노르웨이느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 백야가 시작되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비로소 날이 개어 예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는데, 이 시간이 저녁 8시였다. 아무리 여름이어도 한국이라면 해가 질 시간인데 노르웨이의 저녁 8시는 노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래서 오로라를 못 본다는 거구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늦은 시간에 스타방에르에서 출발해 더 늦은 시간에 오따(Odda)*에 도착해야 하.. 2022. 10. 3.
5-2. 궂은 날씨의 프레이케스톨렌, 좌충우돌 정복기 (2) 가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쉐락볼튼에 비하면 프레이케스톨렌은 산책이나 다름 없었다. 코스가 길지 않고 예쁜데다가 돌을 쌓아 만든 계단이나 평지로 된 데크길이 있기도 해서 걷기도 훨씬 수월한 코스였다. 우리나라에서 등산 깨나 했다는 사람이라면 전혀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을 난이도. 안개가 낀 숲은 요정이 나올 듯 너무 예뻤고 중간중간 호수가 보이기도 해서 눈도 즐겁게 걸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쉽게도 아침에 오던 비가 완전히 잦아들지는 않고 부슬부슬 오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트레킹을 할 순 없으니 가져간 등산복을 단단히 여미고 가방은 우비로 감싸고 길을 가야 했다. 가는 내내 날이 곧 개겠지, 생각하며 걸었다. 비는 계속 잦아들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예쁜 호수를 봐도 몇 개는 눈으로만 담아 두고 내려오면서 .. 2022. 10. 1.
5-1. 궂은 날씨의 프레이케스톨렌, 좌충우돌 정복기 (1) 쉐락볼튼을 정복하고 왔다는 뿌듯함도 잠시, 잘 자고 일어나보니 팔과 다리가 쑤셔왔다. 노르웨이 여행을 결심하기 전엔 등산이나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팔 힘이 없기로 알아주는 나인데,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쇠사슬을 붙잡은 채 요령없이 산을 올랐으니 그럴만도 했다. 스트레칭을 좀 배워가면 좋았을걸. 심지어 밖을 보니 오늘도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전날 날씨도 비가 오다 그치고 맑아진 것이라 기대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이제는 온몸이 쑤시는데 비까지 오니 좀 자신이 없어졌다. 곧 22km 코스의 트롤퉁가도 가야 하는데, 그냥 스타방에르에서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해야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의 나의 목표는 그 무엇보다 노르웨이 3대 트레킹을 완주하고 오는 것.. 2017. 10. 23.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