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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노르웨이 3대 트레킹 도장깨기

5-3. 오따로 가는 길

by 이냐니뇨 2022. 10. 3.

노르웨이의 버스에서는 잠을 자기가 무척 어려웠다. 계속해서 넋 놓고 바깥 풍경을 보게 되기 때문이었다. 잠시만 한 눈을 팔면 또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 나타났다. 당장이라도 돌이 내 앞으로 굴러와 트롤로 변신할 것만 같다(겨울왕국 본 사람만 이해 가능).

잠을 자기 어려운 이유는 하나 더 있다. 6월의 노르웨이느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 백야가 시작되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비로소 날이 개어 예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는데, 이 시간이 저녁 8시였다. 아무리 여름이어도 한국이라면 해가 질 시간인데 노르웨이의 저녁 8시는 노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래서 오로라를 못 본다는 거구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늦은 시간에 스타방에르에서 출발해 더 늦은 시간에 오따(Odda)*에 도착해야 하는 나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버스를 탔더니 버스가 페리에 올라타기도 하고 호수를 따라 가기도 해서 예쁜 풍경을 가득 눈에 담으며 갈 수 있었다. 날은 밤 10시가 되도록 밝았다.

* 트롤퉁가 근처의 마을.

 

 

스타방에르에서 오따로 가려면 중간에 악스달에서 버스 환승을 한 번 해야 한다. 버스를 갈아타려고 터미널에 서있는데 바람도 불고 날이 너무 추웠다. 근처에 있던 온도계에는 8℃라고 쓰여 있었다. 분명히 6월이면 여름이라고 했는데, 8도라니. 두꺼운 옷을 좀더 챙겨왔어야 했다.

 

덜덜 떨고 있는데 내 옆에 서있던 아저씨는 얇은 긴팔 티셔츠 하나만 있고 추운 기색도 없이 서있었다. 춥지 않냐고 물어보니 지금은 날이 너무 좋고 따뜻한 거라고 한다. 겨울에는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니, 이 기온은 여름이 맞다면서. 북유럽의 날씨는 대단하구나.

 

 

어느덧 커다란 설산 사이에 아기자기한 마을이 하나 보였다. 마을을 끼고 큰 호수도 하나 있어서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내일은 날씨가 좋으려는지 구름은 조금 끼어 있었지만 안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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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따에 도착한 건 새벽 1시. 인적이 하나도 없는 늦은 시간이었는데, 아직도 해는 완전히 저물지 않았다. 하늘은 칠흑처럼 까맣지 않고 푸르스름할 뿐이었다. 날이 밝은 탓에 별도 하나 보이지 않아서 피곤함만 느끼지 않는다면, 나로서는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날이 밝으면 이 풍경을 더 누리기로 하고 어서 잠을 청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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