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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노르웨이 3대 트레킹 도장깨기

5-2. 궂은 날씨의 프레이케스톨렌, 좌충우돌 정복기 (2)

by 이냐니뇨 2022. 10. 1.
가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쉐락볼튼에 비하면 프레이케스톨렌은 산책이나 다름 없었다. 코스가 길지 않고 예쁜데다가 돌을 쌓아 만든 계단이나 평지로 된 데크길이 있기도 해서 걷기도 훨씬 수월한 코스였다. 우리나라에서 등산 깨나 했다는 사람이라면 전혀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을 난이도. 안개가 낀 숲은 요정이 나올 듯 너무 예뻤고 중간중간 호수가 보이기도 해서 눈도 즐겁게  걸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쉽게도 아침에 오던 비가 완전히 잦아들지는 않고 부슬부슬 오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트레킹을 할 순 없으니 가져간 등산복을 단단히 여미고 가방은 우비로 감싸고 길을 가야 했다.

 

가는 내내 날이 곧 개겠지, 생각하며 걸었다. 비는 계속 잦아들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예쁜 호수를 봐도 몇 개는 눈으로만 담아 두고 내려오면서 찍어야겠다고 아껴 두었다. 날이 좋지 않았기 때문인지 유명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내 사진을 남겨 두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 많았는데,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그것도 포기했다.

 

 

어느덧 도착한 프레이케스톨렌.

프레이케스톨렌은 정상에 있는 절벽 바위의 이름이다. 윗 부분이 평평한 것이 마치 제단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래로는 뤼세 피오르드가 펼쳐져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미국의 한 방송사에서 선정한 세계 50대 자연의 신비 중 1위를 차지한 곳이라고도 하고, 노르웨이 3대 트레킹 장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나를 반기는 것은 안개가 자욱해 내가 서있는 곳의 높이도 가늠할 수 없는 풍경.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도 절벽 끝에 설 수 있을 만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높이 올라왔다는 걸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차갑고 매서워진 바람 뿐이었다.

 

속상했지만 조금이라도 안개가 걷히기를 기대하면서 꼭대기에서 간식을 먹으며 서성였다. 아쉬운 대로 인증샷을 찍어 보려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을 했다. 나는 저 절벽 끝에 서고 이 사람이 반대편에서 찍어주는 게 정석적인 인증샷 구도인데, 안개가 짙어 도저히 날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해서 인증샷도 실패했다.

 

시간이 갈수록 안개는 더 짙어지기만 했다. 급기야는 내 카메라도 앞에 보이는 것이 없어서 초점을 잡지 못하는 사태가 되었다. 덜덜 떨며 30분 넘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기다렸는데,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것을 보고 되돌아 나오게 되었다. 아직도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내려오는 길 내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날이 개면 찍으려던 호수는, 안개에 가려 이제는 어디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올라가는 길에 우선 찍어 두는 건데. 뭐든지 앞을 예상하기는 힘들다. 안개가 걷히는 날이 있는가 하면 더 짙어지는 날도 있는 것이다.

 

아쉬움을 가득 안고 내려오며 지금보다는 나중을 기약하는 내 버릇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시간을 위해 지금을 아껴두는 것이 정답은 아닐 것 같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니 눈 앞의 순간을 즐기고 누려야 할 것 같다. 그것이 후회를 남기지 않는 법이 아닐까? 지금을 살아야겠다.

 

 

어쨌거나 노르웨이 3대 트레킹 코스 중 2번째까지 완수하고 스타방에르로 돌아왔다.

 

 

가격 정보

  • Tau행 페리 요금(편도 기준) NOK 56
  • Tau 페리 터미널 ~ 프레이케스톨렌 입구 버스(Tide, 왕복 기준) NOK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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