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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캠프10

10-1. 구름 맛집 몽골 새벽녘에 별을 볼 수 있을까 싶어 눈을 몇 번 떠봤지만 게르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다시 잠들길 몇 차례. 잦아든 빗소리에 희망차게 눈을 떴을 땐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신나서 밖을 봤지만, 지금은 여름. 머지않아 해가 떠오를 시간이었다. 게르에서 자는 마지막 기회라 하늘 가득한 별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샛별 하나만 한쪽에서 반짝일 뿐이었다.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 비는 그쳤지만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다. 그래도 한 쪽 하늘이 열리는 것 같길래 일출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고 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봤는데(캠프에선 다른 할 일도 없다), 야속하게도 몽골의 하늘은 나에 그것조차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한참을 서 있었다. 손님이 나 하나뿐이었고, 울란바토르에서 특.. 2023. 10. 29.
9-4. 밤에 게르에서 혼자 하루가 유난히 길었다. 당장 하고 싶은 건 역시 뜨거운 물로 씻고 뽀송한 옷으로 갈아입는 것. 한국에서는 사소한 일상이지만 몽골에선 그렇지 않다(플래그🚩). 온수가 있으면 감사해야 하는 곳, 공용 샤워장에 옷을 가지고 가서 씻다 보면 옷이 눅눅해지는 곳이 바로 몽골이다. 게다가 밖에는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었다. 우산을 들고나가기가 번거로워서 비가 잦아들고 난 뒤에 씻으러 가고 싶었지만 젖은 옷을 계속 입고 있기엔 너무 추워서 더 기다릴 수 없어 길을 나섰다. 알고 보니 날씨 때문인지 휴가 성수기가 지나고 있기 때문인지 캠프 전체에 손님이 거의 없는 둣했다. 여행사에서도 알아서 놀라고 나를 두고 갔고, 내일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비가 오니 어차피 캠프파이어는 없었겠지만 한 명만 예약하면 손해를 본다.. 2023. 10. 22.
7-2. 그렇게 몽골인이 된다 점심은 근처에 있는 몽골 식당에서 먹었다. 식문화가 크게 발달하지 않은 몽골은 전통 요리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이제는 대부분의 음식을 한 번씩 맛본 것 같았다. 사실 나는 극강의 경험주의자라, 식당마다 메뉴판 도장 깨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시골이라 그런 건지 가는 식당마다 메뉴판에 있는 메뉴를 다 시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메뉴판을 보고 어떤 메뉴를 시킬 수 있는지 물어본 뒤에야 주문할 수 있는 것이다. 시골이라 식재료 조달이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해 본다. 식당마다 주문할 수 있는 건 비슷했다. 쵸이왕(볶음면)이랑 고야쉬(굴라쉬), 호쇼르 같은 것. 오늘의 새로운 요리는 (또) 양고기로 끓인 몽골식 칼국수, 고릴테 슐. 몽골어(키릴 문자)로 된 메뉴판은 읽을 엄두도 나지 않았는데.. 2023. 9. 22.
5-3. 따로 또 같이 신나게 보드게임을 하고 나서 비는 그쳐가고 있었지만 친구들은 낮잠으로 체력을 충전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와 캠프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잠은 차에서 자면 된다는 주의라 낮잠은 필요 없는 체력왕. 캠프 옆 언덕 꼭대기에 소욤보(몽골 국기)가 꽂힌 커다란 어워가 있는 걸 봤었다. 매일같이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좁은 게르에서 잠을 청했더니 몸이 찌뿌둥해지기도 했따. 가까이 가보니 오를만 하다고 생각해서 충동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막상 발을 디디고 나니 슬리퍼를 신고는 미끄러질 것 같아 걱정스러워서 발에 힘을 꼭 주고 걸어야 했다. 좀 위험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몽골은 어디든 들판에 가축들의 똥이 널려 있는데(때에 따라서는 사람 똥도 있는 곳도 있겠지..) 슬리퍼를 신.. 2023. 9. 12.
5-2. 물 만난 여행기(테르힝 차강 호수) 일찌감치 쉬려던 계획과는 달리 오후 2시쯤이 되어서야 오늘의 캠프(Maikhan Tologoi)에 도착했다. 푸르공을 타고 다니면서는 예상 시간을 지킨 적이 없는 것 같다. 2시가 다 되어 점심을 먹는 일은 일상이었다. 이렇게 여행을 하다 보니 몽골 사람들에게 철저한 시간 개념이 없다는 말이 절절히 와닿았다. 어느덧 시계조차 잘 보지 않게 되기도 했고 잘 놀고 돌아오는 길이라 늦어진 데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다만 트레킹을 하고 난 뒤에 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배가 몹시 고팠다. 이번 캠프는 호숫가 바로 앞에 있어 뷰가 아주 좋았고 게르도 널찍하고 깔끔했다(물가라 날파리는 많았다). 홉스골에서는 캠프가 더 크고 우리 게르가 안쪽에 있어서 숙소에서 호수가 보이지는 않았는데, 여기서는 호숫가에 있는 게르를 .. 2023. 9. 9.
4-2. 조용한 시골 마을 자르갈란트 하늘이 가까워서 구름의 그림자까지 또렷하게 보이는 초원을 한참 달리다가 자그마한 시냇물이 흐르는 언덕에 멈춰 섰다. 예쁘다며 감탄을 내뱉는 우리를 보고 기사님이 차를 돌려세워주신 것.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기사님은 장거리 운전에 피곤하신 초원에 드러누워 쉬셨다. 길을 건너는 말 떼를 뚫고 지나가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초원을 휴게소로 쓰는 것도 그렇고 몽골 사람들은 자연과 진정으로 어울려 살 줄 아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자연과 사람을 진심으로 동등한 위치에 두고 생각하는 사람들 같다고 할까? 예쁜 초원을 보면서 감탄하며 사진도 찍고 맑은 개울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며 우리도 뻐근해진 몸을 풀고 잠시 쉬었다. 그리고 기사님의 허락을 받아 푸르공에 올라가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맑은 하늘 아래에 선 .. 2023. 9. 3.
3-4. 쵸!쵸! 드디어 말을 타다(홉스골 승마 투어 후기) 저녁에는 승마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투어 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추어 캠프 입구 근처에 말이 모여있던 승마장으로 향했다. 비 온 뒤라 날이 쌀쌀해지기도 했고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아서 판초를 챙겨 갔는데, 색이 화려하고 몸집을 커보이게 하는 판초는 바람에 펄럭이면 자칫 말을 놀라게 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하셨다. 우리는 한 쪽에 있던 바위에 판초를 올려 두고 고 골라 주시는 말에 하나씩 올라 탔다. 말을 타기 전에는 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을 하게 되어 있다. 몽골에 오기 전에 다른 사람의 후기에서 봤던 거라 당연한 듯 받아들고 곧바로 서명을 했는데, 가이드님이 읽고 하는 게 맞냐고 물으실 정도였다. 다음엔 읽는 척이라도 해야지... 나는 예전에 캐나다 여행 중 말을 타 .. 2023. 9. 1.
3-3. 평화롭고 소란스러운 시간 보트를 타고 돌아오는 길엔 호수 위로 두터운 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호숫가라 그런지 구름이 뭉치는 속도가 빨랐다. 우리가 가는 방향 쪽으로 구름이 모여드는가 싶더니 곧 머리 위로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졌다. 흐린 날씨에는 반바지를 입고 보트를 타긴 꽤나 쌀쌀했다. 그래도 소원의 섬 일정을 다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빗방울을 만난 건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다. 맑은 물 위로 빗방울이 톡톡, 예쁘게 떨어지는 것을 조금 보고 있다 보니 곧 비가 그쳤다. 타이밍 좋게 비가 그친 덕분에 캠프 앞에 펼쳐진 작은 기념품 장터를 구경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낙타 양말이나 목도리 같은 기념품들이 있었고 여기선 작은 낙타 인형들도 보였다. 가격은 어제 만난 기념품들과 비슷했다. 아마도 기념품들은 정찰제에 가깝게 비슷한 .. 2023. 9. 1.
3-1. 여유로운 호수의 아침 습관처럼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자기 전만 해도 후끈후끈했던 게르 안이 새벽녘에 난로의 불이 꺼지면서 차게 식어서 목이 칼칼했다. 술을 먹다 잠들어서인지 온몸이 뻣뻣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곤히 자고 있는 친구들을 두고 잠시 밖으로 나와 신선한 아침 공기를 쐬었다. 나온 김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옆 게르에 들러 문을 흔들어봤지만 당연히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이드님께 카톡으로 상황만 말씀드린 뒤에 캠프 관리 사무소에 연락이 닿을 시간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캠프 주변을 산책하는데 조금 전 해가 뜬 이 곳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몽골의 대표 휴양지 답게 어제는 캠프 곳곳에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른 아침이라 아직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캠프는 또 다른..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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