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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몽골몽골, 우리의 여름

3-1. 여유로운 호수의 아침

by 이냐니뇨 2023. 8. 28.

습관처럼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자기 전만 해도 후끈후끈했던 게르 안이 새벽녘에 난로의 불이 꺼지면서 차게 식어서 목이 칼칼했다. 술을 먹다 잠들어서인지 온몸이 뻣뻣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곤히 자고 있는 친구들을 두고 잠시 밖으로 나와 신선한 아침 공기를 쐬었다. 나온 김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옆 게르에 들러 문을 흔들어봤지만 당연히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이드님께 카톡으로 상황만 말씀드린 뒤에 캠프 관리 사무소에 연락이 닿을 시간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캠프 주변을 산책하는데 조금 전 해가 뜬 이 곳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몽골의 대표 휴양지 답게 어제는 캠프 곳곳에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른 아침이라 아직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캠프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한국에서 들을 때와는 다른 새소리가 가득 들리고 호수의 파도가 찰랑이는 소리와 조화로운 화음을 만들어냈다.

 

 

 

 

캠프 옆에는 작은 숲이 있었는데, 어제는 미처 보지 못했다. 아침을 먹기 전에 숲도 한 번 둘러보면서 피톤치드를 가득 들이마셨다. 몽골의 대부분이 그렇듯 이 숲도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 어려울 고요한 곳이었다. 청설모도 만나고 사진은 못 찍었지만 다람쥐도 보였다. 이 숲 속에도 캐빈이 있었는데, 호수를 바로 마주하고 있었다. 게르 말고 이런 곳에 묵는 것도 매력이 있겠다. 다음에 또 한 번 몽골에 오게 된다면 이런 곳도 경험해 봐야지.

 

 

 

 

 

부지런히 산책을 하다 보니 어느덧 아침 먹을 시간이 되어 갔다. 친구들을 깨워 나와 아침을 먹으러 길을 나섰다. 모든 짐이 잠긴 게르 안에 있는 통에 별 다른 준비를 할 수도 없는 친구들이 짠하면서도 어젯밤의 기억이 떠올라 우스웠다. 부스스한 친구에게 모자를 씌워 주고 선크림도 바르게 한 뒤에 밖으로 나왔다.

 

 

 

아침을 먹기 위해 만나 다시 한번 어제 상황을 말씀드렸는데, 관리 사무소에서 해결책을 찾아보려 했지만 마스터키 같은 건 없다는 말을 들었다. 해결될 거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지만 전혀 걱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있는데 우리가 그동안에 비해 조용하다며 기사님이 무척 마음을 쓰셨다. 가이드님을 통해 무슨 일이 있어도 문을 열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을 건네실 정도. 그 말씀이 얼마나 고맙고 든든하던지. 어차피 아침을 못 먹는다고 문이 갑자기 열릴 것도 아니니 우선은 맛있게 먹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캠프의 아침은 조식 뷔페였다. 기대보다 훨씬 훌륭한 퀄리티에 우리 모두 놀랐다. 테이블 위에는 몽골식 요거트나 아침으로 흔히 먹는다는 수프, 그리고 카나페가 놓여 있었다. 과일 샐러드도. 이런 건 기대도 못했던 우리라 감탄하고 있으려니, 원래 이 캠프가 밥이 잘 나오는 걸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어제 캠프에서도 불평 없이 밥을 먹었지만 오늘은 훨씬 맛있어서 감동 또 감동이었다. 특히 몽골 사람들이 많이 먹는다는 토마토 수프(아마도 토마토 계란탕)는 익숙한 맛이기도 했고 해장에도 그만이라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아침을 먹고 나와 문을 열어주시길 기다릴 동안 친구들과 주변을 산책했다. 투어 시작이 11시라고 했으니 10시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마침 날씨도 좋아서 오늘의 일정이 기대되었다. 마침 근처에 테라스가 있는 자리가 있어서 호수를 보며 멍을 때리기도 하고 호숫가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 가이드님을 만나 서로 사진을 찍어드리기도 하고 그랬다. 맑은 날의 호수는 너무 예쁘고 좋았다. 호수를 보고 있다 보니 출근하는 소떼도 보였다.

 

 

 

 

그리고 조금 후. 캠프를 산책하고 있는데 다른 팀 가이드님(남자분)이 오셔서는 문을 열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다. 드라이버로 열쇠 구멍을 쑤시고 돌려서 문을 열어주셨다는 것. 우리는 그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 우리 만큼이나 함께 걱정하며 머리를 맞대어 주신 가이드님들과 직원분들 모두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어로도, 몽골어로도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90도 인사를 전한 우리였다. 그리고 드디어 숙소로 돌아가 나갈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본격적인 일정은 오늘 시작이다.

 

 

 

아름다운 호수의 물결과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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