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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몽골몽골, 우리의 여름

2-2. 오늘은 쇼핑하는 날(몽골 기념품 구매 팁)

by 이냐니뇨 2023. 8. 26.

식사를 마친 우리는 어제처럼 마트에 들러 오늘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갔다. 무릉은 큰 도시답게 마트에도 어제보다 좀 더 많은 것들이 있었다. 초코파이도 종류가 엄청 많았는데 한국에 없는 맛도 있었다. 궁금하니 하나 사 먹어보기로 한다. 한국 컵라면도 많으니 야식으로 하나 먹어보자고 했는데, 도시락이 가장 원래 맛이랑 비슷해서 맛있다는 후기를 봤었다. 주저할 것 없이 도시락으로 집어 들었다.
 
지난 주가 나담 축제였기 때문에 몽골 사람들에게도 휴가 성수기였다. 그래서인지 가는 마트마다 인기 많은 물건들은 다 팔리고 없었는데, 어제는 그래서 몽골에서 가장 유명하고 맛있다는 보드카인 에덴(EDEN)이나 고비 맥주도 못 샀다(대신 다른 보드카를 추천받아 샀는데 아직 못 먹었다). 다행히 오늘은 진열대에 에덴 2병이 남아 있길래 있을 때 사야 한다는 마음으로 얼른 집었다. 고비 맥주도 병으로 된 것, 캔으로 된 것 둘 다 사고 과일이랑 몽골 감자랑 히어로라는 새로운 몽골 맥주도 집었다.
 
 

 
 
이 날 우리에게는 미션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바로 얼음을 사는 것이었다. 어제는 마트에 없어서 포기하고 넘어갔지만 시원한 물은 그렇다 치고 보드카를 먹기 위해서라도 얼음을 사야 했다. 그런데 오늘 온 마트에서도 얼음이 다 팔리고 없어서 근처 마트 한 군데를 더 가보자고 하셨다.
 
날이 더워서일까, 2번째 마트에도 얼음은 다 팔리고 텅 빈 냉장고가 우리를 맞을 뿐이었다. 몽골은 한국처럼 냉방시설을 잘 갖추고 있지 않은데 마트를 구석구석 살피며 다니려니 몸에서 열이 후끈 났다. 조금 후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슈퍼같은 작은 가게를 하나 더 가보았지만 거기에 있을 리가 없었다. 이쯤 되니 우리는 가이드님과 기사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일정에도 무리가 가는 것 같고 지치기도 해서 얼음을 포기하고 가자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 걸, 기사님과 가이드님이 얼음에 더 진심이셨다. 우리에게 얼음을 구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띄게 회의를 하셨다(몽골어라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한 군데만 더 가보자고 오히려 우리를 설득하시더니 차에서 내리자마자 얼음이 있을법한 곳으로 뛰기 시작하셨다. 가이드님 같이 가요!!!
 
그곳엔 얼음이 있었다. 무슨 드라마처럼 냉장고에 딱 한 봉지 남아 있는 얼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여기가 이 주변에서 갈 수 있는 마지막 마트였는데 이렇게 극적으로 얼음을 만나다니. 아까 점심에 먹고 남았던 콜라가 차에서 금세 미지근해질 만큼 더운 날씨에 만난 얼음이라 더 반가웠던 것 같다. 얼음을 사들고 나오자마자 우리가 산 얼음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이야기하며 마트에 들어가는 일행이 있었는데, 정말 간발의 차로 얼음을 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감사하게 느껴졌다.
 
얼음을 사 가지고 나온 걸 본 기사님도 환하게 웃으시며 얼음을 옮기는 걸 도와주셨다. 일단 얼음을 최대한 보온통에 옮겨 담았는데, 얼음 한 봉지가 생각보다 꽤 커서 얼음이 반 정도만 들어갔다. 나머지는 어떻게 할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기사님의 아이디어로 지퍼백에 담긴 얼음 째로 아까 샀던 맥주 위에 얹어 맥주를 차갑게 식히는 데 쓰기로 했다. 어제 우리가 미지근한 맥주를 마셔서 아쉬워한 게 맘에 걸리셨나 보다. 꼼꼼히 싸주시고 쏟아지지 않게 조심스레 차에 실어 주시는 기사님과 가이드님께 몹시도 감동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식힌 맥주를 차 안에서 달리면서 마셨어도 즐거웠을 것 같다. 비록 자느라 그럴 틈이 없었지만.
 
 

드디어 만난 얼음 알차게 쓰기.

 
 
이제는 다시 마음 편하게 길을 나설 시간. 한국에서 다운로드해 온 팟캐스트를 들으며 수다도 떨고 풍경을 보기도 하고 조금씩 졸기도 하면서 다시 길을 나섰다. 바깥은 어느덧 구름이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는데, 비록 오늘 저녁 일정이 걱정되긴 했어도 차 안이 훨씬 시원해져서 살 것 같았다.
 
몽골은 건조한 날씨 때문인지 해만 숨으면 바람이 시원하고 세차게 불어서 되려 춥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바람이 워낙 많이 불어서 선크림을 발라도 금방 날아간다고. 하늘이 가까워 햇살이 강한데 바람이 부니 살이 타기 딱 좋은 조건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몽골 사람들은 선크림을 바르는 데 관심이 없는 것 같고, 나는 안 그래도 잘 타는 피부를 가진 터라 하루만에 손이 그을리기 시작한 게 느껴졌다.
 
 

 
 
몇 시간을 더 달리니 확실히 호수가 가까워진다는 게 느껴졌다. 바람이 더 차가워지고 점점 초원에 나무가 백빽해졌기 때문이다. 어제와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초원 덕분에 인터넷이 안 되고 덜컹거리는 차에서 책을 볼 수 없어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아무리 좋은 그림을 사다 벽에 걸어도 언젠가는 질리는데 창문을 통해 보는 풍경은 자연이 만들어주는 변주 덕분에 질릴 일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좋은 뷰를 가진 집에 살고 싶어 하는 거라고. 아름다운 초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그 말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자연이란 정말 대단한 거구나.
 
 

 
 
홉스골에 다다랐을 때쯤 작은 마을이 하나 나타났다. 그 쪽에 살고 있는 부족, 카작(카자크)족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조금 다른 형태의 게르를 짓고 살며 수공예품을 팔고 순록을 길러 여행자들이 만져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하는 것 같았다. 몽골에 가면 꼭 예쁜 크로스백을 하나 사서 메고 다니고 싶었던 나는 여기 서 있는 시장이 몹시 반가웠다. 한 번 둘러보고 가자는 가이드님의 말씀에 부리나케 돈을 챙겨 나갔다. 이런 장터는 언제 어디서 만날 지 모르고 낙타양말이나 저렴한 크로스백은 국영백화점에도 없으니 이런 곳에서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바로 사는 게 좋다. 낙타 인형도 마찬가지. 국영백화점에 퀄리티가 더 좋은 낙타 인형이 많지만 가격이 두 배 이상이니 저렴하게 사고 싶다면 노점 기념품샵을 이용해야 한다.
 
 

이 곳 유목민들이 실제로 살고 있다는 게르.

 
 
그곳에는 낙타 양말, 크로스백, 팔찌, 캐시미어 목도리 등 온갖 기념품이 있었다. 아직은 때 묻지 않은 몽골의 상인들이 우리를 웃으며 몹시 반갑게 맞아주셨다. 여행 온 우리가 이곳을 구경해야 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우리를 신기하게 보고 예쁘다며 같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가이드님께 단어를 하나하나 물어가며 물건을 살펴보고 있으려니, 오히려 가이드님께 한국말을 물어보고 한국어로 설명해 주려고 노력하셨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몽골의 전통 장신구라고 하는, 색색의 가죽을 꼬아 만든 머리띠가 신기하고 예뻐서 하나씩 사서 둘렀다(개당 10,000 투그릭). 그리고는 가이드님의 설명을 차근차근 듣고 흥정을 부탁드리기도 하면서 상점을 둘러보았다. 동남아의 시장 같은 곳과는 달리 흥정을 위한 기싸움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깎을 수 있는 물건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았는데, 그런 것들은 한 번만 물어봐도 흔쾌히 깎아 주셨고 그 가격이 최종가가 되었다. 핸드메이드 가방 같은 것들은 여러 개 사겠다고 해도 흥정이 어려웠다. 아무래도 정성이 많이 들어간 물건이라 원가를 높게 생각하시는 듯했다. 나는 모든 좌판을 둘러본 뒤 마음에 드는 가방 하나를 골라 샀는데, 어떻게 이런 걸 손으로 만들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크로스백 하나에 25,000 투그릭). 성공적인 쇼핑을 마치고 이제는 정말 홉스골이 코앞이었다.
 
 

홉스골 근처의 기념품 장터

 

내가 골라서 산 크로스백. 가방도 어깨끈도 손으로 만드신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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