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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몽골몽골, 우리의 여름

1-5. 게르에서의 첫날밤(SONY RX100 M6로 별 사진 찍기)

by 이냐니뇨 2023. 8. 24.

오랑 터거에서 돌아와 캠프에서 저녁을 먹을 때쯤에는 날이 몹시 밝아졌다. 몽골은 하늘이 낮아서인지,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인지 구름의 움직임이 아주 잘 보인다. 어느덧 흩어진 구름과 해가 지기 시작한 하늘을 보며 오늘 밤에 별이 뜰 일을 몹시 기대하게 되었다. 몽골의 여름은 낮이 무척 길어서 저녁 8시나 되어야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10시쯤에야 날이 어두워진다.

 

저녁식사는 캠프 내 식당에서 주셨는데, 무 샐러드와 카레라이스가 나왔다. 채소를 못 먹을까 봐 걱정했는데 샐러드라니 반가워서 신나게 먹었고, 카레라이스야 당연히 익숙한 음식이라 또 맛있게 먹었다. 가장 좋았던 것 캠프 식당의 뷰. 2층 창가에서 식사를 했는데 게르처럼 생긴 목조 건물을 빙 두르고 창문이 나 있다. 넓은 초원이 보이는 모습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아무거나 가지고 와서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캠프에 샤워장은 나쁘지 않았다. 공용 샤워실 3칸과 화장실 3칸이 있었는데 샤워실 문은 커튼으로 되어 있어 조심해야 했지만 우리 셋 말곤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괜찮았다. 워낙 시골이었다. 대신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는 건물이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만 열려 있다고 했다. 밤은 10시에 오고 우린 별을 봐야 하는데 아쉬운 일이긴 했다.

 

문제는 온수였는데, 몽골은 온수기로 물을 데워두고 쓰는 형태다. 그런데 물이 데워지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 보니 앞사람이 온수를 다 쓰고 나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씻으러 갔을 땐 이미 꽤 늦은 저녁이기도 했고 새벽에 도착해 더운 낮의 푸르공까지 겪고 났더니 도저히 씻지 않을 수 없어서 찬물로 씻기로 결심했다.

 

상수도가 들어오는 곳이 아니고 지하수를 끌어다 쓸 것이기 때문에 물은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 그렇지만 하루종일 너무 더웠기 때문인지 조금 익숙해지니 시원하고 개운했다. 머리를 감을 때는 정신이 번쩍 들고 좋은 것 같기도 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하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은 조금 자라게 된 시간이었다.

 

 

몽골의 초원에 반한 우린,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힘든 줄도 모르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 봐 온 맥주랑 과일을 들고 뜰로 나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게르엔 냉장고가 없고 노하우도 부족해 맥주는 좀 미지근했지만 바깥 날씨가 어느덧 쌀쌀해져서 먹을만했다. 어젯밤만 해도 한국이었는데 오늘은 몽골의 하늘을 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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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구름이 걷힌 자리에 하나 둘 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주변에 빛이 없으니 아주 낮은 곳, 지평선 바로 위까지 별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몽골은 지대가 높아 하늘이 가까운 덕분에, 별도 한국에서 볼 때보다 훨씬 가깝게 보였다.

 

나는 삼각대를 꺼내와 별을 찍기 시작했다. 일정에 따르면 내일은 차를 타고 오래 이동해야 하는 날이기 때문에 별을 새벽까지 실컷 보고 차에서 자면 되었다. 날씨는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하늘을 가득 채운  맑은 날의 별을 실컷 보기로 했다(그리고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새벽부터 시작된 일정에 피곤하기도 했지만, 꿈에 그리던 몽골에 와 있다고 생각하니 잠은 쉽게 달아났다.

 

그리고 이 순간을 위해 몽골에 오기 전 열심히 설정값을 공부해왔다. 오로라를 보러 가기 위해 5년 전에 샀던 카메라였는데, 오로라는 잘 찍었지만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몽골까지 들고 와서 별을 보기 위해, 이 기록을 잘 남기기 위해 또다시 카메라에 정성을 쏟게 되었다. 완벽한 몽골에서의 첫날이 저물어 갔다.

 

 

 

 

🌠 RX100 M6로 찍는 몽골의 밤하늘

  • 설정에서 확장자를 ARW로 변경
  • 프로그램 모드를 통해 속성값 수동 설정
  • ISO 3200
  • F 2.8
  • 노출시간 15sec
  • 초점거리 9mm
  • 타이머 2초로 설정해 흔들림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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