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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몽골몽골, 우리의 여름

1-3. 몽골 마트에서 장보기(+첫 현지식 경험)

by 이냐니뇨 2023. 8. 22.

아침을 든든히 먹은 뒤 푸르공에 몸을 싣고 또 한참을 잤다(먹고 자고 본격 사육 여행). 얼마를 달렸을까? 작은 도시가 하나 등장했다. 한참 초원만 보고 오다 보니 이런 도시가 오히려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여기도 주변을 온통 초원이 감싸고 있어서 정말 신선한 풍경이었다.
 
마트는 무척 컸다. 몽골은 대가족이 많이 사는 곳이라 그런 지 마트보다는 창고형 매장 같은 분위기였다. 텐트부터 아이스크림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이었다. 얼마나 없는 게 없냐면 한국 라면도 온갖 종류가 다 있고 과자나 초콜릿도 우리나라 제품이 엄청 많았다. 심지어 초코파이는 우리나라에 없는 맛도 있을 정도. 당연히 김치에 참치캔도 있었다. 아, 과일은 별로 없다. 추운 나라다 보니 아무래도 과일이 많이 나지 않아서다.
 
우리는 저녁에 먹을 술이나 간식, 라면이랑 들고 다닐 휴지를 사고 씻을 때 쓸 대야도 샀다. 몽골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확실히 저렴하긴 한데 동남아만큼 극적으로 저렴하지는 않고 2/3 정도 수준인 것 같다. 몽골 사람들의 소득 수준을 생각하면 아주 비싼 편. 대부분의 물건을 직접 만들진 못하고 수입해서 쓰다 보니 물가가 비싸다고 하다.
 

 
 
장을 보던 중 같이 간 언니가 어느 블로그 후기에서 봤다며 보온병을 사자고 했다. 얼음을 담아서 다니면 빨리 녹지 않고 가지고 다닐 수 있어서 일정 내내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거다. 그 얘기를 하며 가이드님께 보온병을 사야겠다고 했더니, 놀랍게도 가이드님이 지난주 투어에서 그렇게 다녔다고 그 여행 후기를 본 게 아니냐고 반가워하시면서 보온병을 같이 골라주셨다. 입구가 좁으면 얼음을 담기가 어려우니 입구가 넓고 큰 것을 사는 게 좋다고. 내구성도 있어 보이고 가격도 합리적이면서 비주얼이 너무 유치하지 않은 것을 열심히 고르다가 보온병 고르기에는 실패하고 대신 크기가 적당한 보온 도시락통을 샀다. 이 도시락통은 이후 우리의 애착 도시락통이 된다.
 
 

얼음 보관통이나 맥주 냉장고로도 쓰고
레몬 그릇이나 샐러드볼로도 썼던 보온통

 
 
오프로드에 특화된 차 푸르공은 포장도로에서는 속도를 내지 못한다. 몽골의 길이 한국만큼 잘 닦여 있지도 않아서 예정보다는 이동 속도가 느렸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곳으로 한 번 더 이동하는 대신 마트 푸드코트에서 점심까지 해결하고 가기로 한다. 안 그래도 마트에 들어오자 마자 맛있는 냄새가 나서 눈길이 가던 참이었다.
 


첫 번째 메뉴는 무조건 몽골식 군만두 호쇼르. 나 혼자 산다 몽골 여행 에피소드에서 휴게소 같은 곳에 들러 맛있다면서 먹었던 음식이다. 고기에 밀가루에 튀김이라니, 그렇다면 맛이 없을 수 없지. 몽골에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이라 가이드님이 뭐 먹겠냐고 하시자마자 호쇼르를 외쳤다(먹을 것에 진심인 편). 그거 말고는 현지식으로 골고루 먹고 싶다고 말씀 드렸는데 몽골에서 많이 먹는다는 볶음면(a.k.a. 쵸이왕)과 소고기 제육 덮밥 같은 것을 시켜 주셨다. 그리고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거라면서 건포도 주스도 사다 주셨다. 이로써 완성된 찐 몽골리안 식사 한 판.
 
호쇼르 맛있는 건 당연한 건데, 볶음면도 면이 너무 쫄깃쫄깃하고 맛있었고 덮밥도 익숙하게 맛있는 맛이었다. 특히나 볶음면은 한국에 면을 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보통 생면을 쓴다고 하셔서 사 오지 못했다). 감자를 넣어 반죽하나, 싶을 정도로 고소한 맛이 나고 식감도 좋았다. 한국에서도 면 요리를 몹시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기지 않을 수 없었다. 몽골 사람들은 어디든 그렇게 케첩을 곁들여 먹는다고 해서 케첩도 가지고 와서 먹었는데, 한국에서 먹던 케첩과는 다른 맛이었다. 단 맛이 적고 좀 더 감칠맛이 나서 음식과 잘 어울리는 느낌. 몽골 음식에 대한 걱정과는 달리 우리는 접시를 싹싹 긁어가며 맛있게 먹어 치웠다.

 

건포도 주스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비주얼과는 달리 익숙한 맛이라 놀랐다. 어릴 적 엄마가 포도껍질을 발라 하나하나 씻어서 설탕을 넣고 끓여서 주스를 직접 만들어주신 적이 있었다. 그건 훨씬 진하고 예쁜 보랏빛이라 색은 많이 달랐는데, 마셔 보니 맛은 비슷했다. 아마 생과일을 구하기 어려우니 건포도를 끓여 주스로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모든 메뉴가 걱정과는 다르게 너무 맛있어서 즐거운 식사 시간이었다. 오늘 하루 예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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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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