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인75

3-4. 쵸!쵸! 드디어 말을 타다(홉스골 승마 투어 후기) 저녁에는 승마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투어 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추어 캠프 입구 근처에 말이 모여있던 승마장으로 향했다. 비 온 뒤라 날이 쌀쌀해지기도 했고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아서 판초를 챙겨 갔는데, 색이 화려하고 몸집을 커보이게 하는 판초는 바람에 펄럭이면 자칫 말을 놀라게 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하셨다. 우리는 한 쪽에 있던 바위에 판초를 올려 두고 고 골라 주시는 말에 하나씩 올라 탔다. 말을 타기 전에는 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을 하게 되어 있다. 몽골에 오기 전에 다른 사람의 후기에서 봤던 거라 당연한 듯 받아들고 곧바로 서명을 했는데, 가이드님이 읽고 하는 게 맞냐고 물으실 정도였다. 다음엔 읽는 척이라도 해야지... 나는 예전에 캐나다 여행 중 말을 타 .. 2023. 9. 1.
3-3. 평화롭고 소란스러운 시간 보트를 타고 돌아오는 길엔 호수 위로 두터운 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호숫가라 그런지 구름이 뭉치는 속도가 빨랐다. 우리가 가는 방향 쪽으로 구름이 모여드는가 싶더니 곧 머리 위로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졌다. 흐린 날씨에는 반바지를 입고 보트를 타긴 꽤나 쌀쌀했다. 그래도 소원의 섬 일정을 다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빗방울을 만난 건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다. 맑은 물 위로 빗방울이 톡톡, 예쁘게 떨어지는 것을 조금 보고 있다 보니 곧 비가 그쳤다. 타이밍 좋게 비가 그친 덕분에 캠프 앞에 펼쳐진 작은 기념품 장터를 구경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낙타 양말이나 목도리 같은 기념품들이 있었고 여기선 작은 낙타 인형들도 보였다. 가격은 어제 만난 기념품들과 비슷했다. 아마도 기념품들은 정찰제에 가깝게 비슷한 .. 2023. 9. 1.
3-2. 여행이 무사히 끝나게 해주세요(소원의 섬 보트투어)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시작할 수 있게 된 우리의 일정. 하루종일 홉스골에만 머무는 일정이니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사람다운 모습으로 모였다(몽골에서 그런 날이 흔치 않았고, 한 곳에서 2박을 한 것은 여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대망의 첫 일정은 보트투어였다. 홉스골 호수를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가로질러 '소원의 섬'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으로 가는 코스였다. 그 곳에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나로서는 전형적인 관광지로 보이는 작은 섬보단 홉스골 호수에서 보트를 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시간 맞춰 나가 호숫가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곧 저 멀리서 우리가 탈 보트가 들어왔다. 홉스골 보트투어는 캠프 앞에 선착장이 있어 거기에 가서 타는 게 아니라, 미리 .. 2023. 8. 30.
3-1. 여유로운 호수의 아침 습관처럼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자기 전만 해도 후끈후끈했던 게르 안이 새벽녘에 난로의 불이 꺼지면서 차게 식어서 목이 칼칼했다. 술을 먹다 잠들어서인지 온몸이 뻣뻣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곤히 자고 있는 친구들을 두고 잠시 밖으로 나와 신선한 아침 공기를 쐬었다. 나온 김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옆 게르에 들러 문을 흔들어봤지만 당연히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이드님께 카톡으로 상황만 말씀드린 뒤에 캠프 관리 사무소에 연락이 닿을 시간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캠프 주변을 산책하는데 조금 전 해가 뜬 이 곳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몽골의 대표 휴양지 답게 어제는 캠프 곳곳에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른 아침이라 아직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캠프는 또 다른.. 2023. 8. 28.
2-3. 우리의 밤과 바다(홉스골 여행자 캠프 후기) 꿈에 그리던 홉스골을 드디어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더 짧은 일정과 사막의 예쁜 사진으로 남쪽으로 떠나는 고비 코스가 인기가 훨씬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망설임 없이 홉스골을 선택했었다. 생각보다 빨리 주인공을 만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설레는 마음을 감출 길은 없었다. 목적지가 가까워오자 마법처럼 날이 맑아졌다. 점점 울창해지는 숲을 바라보며 호수에 다다를 시간이 머지않았음을 느낄 무렵 나무 사이로 수평선이 고개를 내밀었다. 쿵쿵쿵쿵 심장이 뛴다. 홉스골 호수는 우리가 만났던 언덕 위의 장터에서 그 모양을 한 표지판을 지나 길을 조금만 따라 가면 만날 수 있다. 우리의 오래된 푸르공은 저 앞에 멈췄다가 다시 언덕길을 내려가기 위해 차를 밀어 시동을 걸어야 했는데, 몽골.. 2023. 8. 27.
2-2. 오늘은 쇼핑하는 날(몽골 기념품 구매 팁) 식사를 마친 우리는 어제처럼 마트에 들러 오늘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갔다. 무릉은 큰 도시답게 마트에도 어제보다 좀 더 많은 것들이 있었다. 초코파이도 종류가 엄청 많았는데 한국에 없는 맛도 있었다. 궁금하니 하나 사 먹어보기로 한다. 한국 컵라면도 많으니 야식으로 하나 먹어보자고 했는데, 도시락이 가장 원래 맛이랑 비슷해서 맛있다는 후기를 봤었다. 주저할 것 없이 도시락으로 집어 들었다. 지난 주가 나담 축제였기 때문에 몽골 사람들에게도 휴가 성수기였다. 그래서인지 가는 마트마다 인기 많은 물건들은 다 팔리고 없었는데, 어제는 그래서 몽골에서 가장 유명하고 맛있다는 보드카인 에덴(EDEN)이나 고비 맥주도 못 샀다(대신 다른 보드카를 추천받아 샀는데 아직 못 먹었다). 다행히 오늘은 진열대에 에덴 2병.. 2023. 8. 26.
2-1. 홉스골로 가는 길 첫 숙소는 마을과도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는 초원이었다. 7시 반에 캠프 식당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는데, 난 주변을 산책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 일찍 일어났다(지금 생각해 보면 셀프로 만든 살인적 스케줄).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캠프를 보며 새벽에 별을 본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길 좋아하는데, 아무것도 시야를 막지 않는 드넓은 초원 위로 떠오르고 있는 해를 보게 된 일은 참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몽골은 길도 없고 길은 커녕 주변에 사람도 없고 볼 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산책을 하고 싶어도 할 데가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캠프 안을 산책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도 캠프가 넓기도 하고 어디나 풍경이 예뻐서 그 자체로 아주 황홀했다. 아침.. 2023. 8. 25.
1-5. 게르에서의 첫날밤(SONY RX100 M6로 별 사진 찍기) 오랑 터거에서 돌아와 캠프에서 저녁을 먹을 때쯤에는 날이 몹시 밝아졌다. 몽골은 하늘이 낮아서인지,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인지 구름의 움직임이 아주 잘 보인다. 어느덧 흩어진 구름과 해가 지기 시작한 하늘을 보며 오늘 밤에 별이 뜰 일을 몹시 기대하게 되었다. 몽골의 여름은 낮이 무척 길어서 저녁 8시나 되어야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10시쯤에야 날이 어두워진다. 저녁식사는 캠프 내 식당에서 주셨는데, 무 샐러드와 카레라이스가 나왔다. 채소를 못 먹을까 봐 걱정했는데 샐러드라니 반가워서 신나게 먹었고, 카레라이스야 당연히 익숙한 음식이라 또 맛있게 먹었다. 가장 좋았던 것 캠프 식당의 뷰. 2층 창가에서 식사를 했는데 게르처럼 생긴 목조 건물을 빙 두르고 창문이 나 있다. 넓은 초원이 보이는 모습이 마음.. 2023. 8. 24.
1-4. 캠프 입성, 그리고 날씨 요정의 트레킹 점심까지 맛있게 먹고 캠프로 가는 길. 오전 내내 실컷 자고 났더니 드디어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놀라울 만큼 초원에 가축들이 많이 있었는데, 차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제 갈 길을 간다. 기사님도 그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 기다리기도 하고 사이를 비집고 가기도 하며 능숙한 운전을 이어 가셨다. 한국이라면 길가에 사체 몇 마리는 흔하지 않았을까? 몽골 사람들은 진정 자연과 어울려 지낼 줄 아는 사람들인 것 같다. 몽골의 길이란 이런 것. 날씨가 좋으니까 한낮의 날씨는 아주 더웠다. 푸르공의 최대 단점이라면 에어컨이 없다는 것. 60년대에 러시아에서 군용 차량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차는 엔진도 앞 좌석 옆에 있어 열을 내뿜는 와중에 에어컨이 없어서 해가 쨍한 날이면 실내가 무척 더워진다(고비에 푸르공 타.. 2023. 8. 23.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