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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75

11-4. 마지막 밤은 화려하게(울란바토르 맛집 후기) 트레킹 일정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국영백화점에 내려 숙소 근처에 있는 버블티 전문점에 가서 당과 수분을 급속충전했다. 평소에 밀크티를 엄청나게 좋아해서 대만에서도 신나게 먹었는데, 몽골에도 지점이 있다니! 그냥 지나치긴 아쉬운 맛집이었다. 버블티는 진하고 맛있었고, 타피오카도 적당히 쫀득하니 과연 맛집이라 할 만했다. 그런데 몽골답게 특유의 진한 원유 맛이 느껴졌다. 쉽게 먹을 수 없는 시원한 음료라 잔뜩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얼음이 많지 않고 우유도 미지근했는데, 음료를 흔들면 뚜껑이 새서 아쉬운 대로 먹어야 했다. 그래도 정말 대만족. 카페도 귀엽고 직원 분들과 영어로 소통도 가능했다. 🧋 울란바토르 버블티 맛집 정보 이름 : Panda Bubble Tea Mongolia 장소 : Ulaanb.. 2023. 12. 31.
11-3. 몽골 올레길 3코스 트레킹 (3) 날이 더워지니 점점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진창에 발이 슬슬 빠지기 시작하고. 발을 빠지는 걸 피하려 어쩔 수 없이 언덕 아래의 둘레길이 아닌 언덕 위쪽으로 피해 가려다 보니 코스가 더 길어지고 힘들어졌다. 다니다 보니 발이 너무 깊이 빠져서 도저히 이동할 수 없을 것 같은 곳이 나왔는데,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가이드님이 위험해서 안 된다며 기어이 나를 업고 길을 건너 주셨다. 몽골에서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쪘을 것 같은데...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가이드님. 걷다 보니 길이 탁 트인 언덕이 나타났는데, 얼마나 꽃이 많이 피어 있던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람이 없어 이렇게 예쁜 초원을 전세낸 것처럼 걸을 수 있다니 가슴이 벅찼다. 파란 하늘 아래에 이렇게 초록초록하고 꽃이 잔뜩 피어있는 초원이라니 정.. 2023. 12. 30.
11-2. 몽골 올레길 3코스 트레킹 (2) 탁 트인 초원을 지나고 나니 이번엔 숲이 나타났다. 몽골에서 이렇게 울창하고 빽빽하게 나무가 자란 곳을 보는 일이 흔치 않아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진짜 트레킹 하는 맛도 나고. 확실히 주변에 물이 많으니 나무나 풀이 잘 자라는데, 이렇게 가는 곳마다 물의 양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는 게 참 신기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어딜 가든 주변 물의 양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는 일이 없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인데 몽골을 여행하고 보니 이렇게 어딜가나 식물이 자라기에 충분한 물이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인 것 같다. 덕분에 화장실에 가는 것도 씻는 것도 큰 불편함 없이 살고 있지 않은가. 지방 어딜 가나 물놀이도 할 수 있고. 그나저나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니 점점 물이 많이 고여 있었다. 산이 스펀지처럼 물.. 2023. 12. 30.
11-1. 몽골 올레길 3코스 트레킹 (1) 원래는 울란바토르 근교 복드항산의 체체궁을 오르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 여행을 가면 트레킹을 꼭 해보고 싶어 진다.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건 지나가면서 인증샷을 찍고 끝나는 여행과는 그 진득함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주변에 트레킹을 좋아하는 친구가 없어서 혼자 여행하는 기회만 오면 트레킹 코스를 찾아본다. 그래서 제일 처음 예약한 게 체체궁 트레킹 투어였다. 그런데 어제 울란바토르 여행을 하면서 여행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틀 전 내린 비 때문에 체체궁 진입이 어려워 투어를 취소해야 한다는 것. 다른 코스나 대안이 있을 지 틈틈이 알아봤지만 가능한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도저히 궁금한 게 없는 나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다년간 수십번의 여행으로 다져진 건.. 2023. 12. 29.
[후기] 몽골 자야(Zaya) 호스텔 예약 후기 울란바토르는 인구 밀도가 워낙 높은 도시라서 그런지 숙소비가 비쌌다. 몽골 대부분의 물가가 우리나라의 1/3~1/2 수준이었는데, 울란바토르 숙소 비용만은 예외였다. 접근성이 좋은 국영백화점이나 수흐바타르 광장 근처에 숙소를 구하려면 웬만한 서울 숙소만큼, 아니 더 비싼 값을 내야 했다. 그렇게 시설이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생각해 보면 정말 비싼 거다. 다녀 본 나라 중 손에 꼽힐 만큼 만족할 만한 숙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교통편이 정말 나쁘기 때문에 다른 외곽으로 숙소를 구하는 건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 앞서 다녀온 몽골 선배들에게 추천 받았던 곳은 바로 자야 게스트하우스(Zaya Guesthouse, 현재는 2호점인 자야 2 호스텔까지 있다). 국영백화점 가까운 곳에 위치하.. 2023. 12. 24.
10-3. 울란바토르 프라이빗 투어 울란바토르는 교통 체증으로 악명이 높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은 책 내용에 따르면 인구는 터질 듯이 많은데 그 인구를 수용할 만큼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택시도 정규 택시가 있거나 우버가 발달한 게 아니고 개인 승용차를 택시처럼도 사용한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행자에게는 최악이라고 밖엔. 사실상 조금 먼 곳으로 이동하려면 선택권이 택시 밖에 없는데 혼자 여행하는 입장에선 그게 꽤나 불안한 요소라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마침 돈을 밝히는(점심을 먹으면서도 열받는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자세히 쓰지 않겠다.) 기사님을 만난 건 운명처럼 여겨졌다. 차라리 이 기회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뜻밖의 프라이빗 투어를 문의하게 되었다. 울란바토르에서 내가 가보고 싶었던.. 2023. 12. 10.
10-2. 몽골이 체질 여행사에서 일찍 오기 힘들다고 한 덕분에 꽉 채운 1박 2일을 보내고 나왔다. 비 오는 어젯밤 내내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역시 변덕스러운 몽골의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게 개어 있었다. 정말 알 수 없는 곳이다. 오늘은 어제 비 맞으며 말을 타느라 보지 못했던 천진벌덕(Tsonjin Boldog) 기마상에 오늘 데려다주신다고 했다. 운전기사 겸 가이드님이 오셔서 날 데려다 주기로 했다. 보자마자 나한테 차비를 달라는 둥 가이드비를 달라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하셔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마주친 회사의 다른 분 덕분에 잘 정리가 되었다. 그래도 보자마자 돈 얘기를 꺼내는 게 기분 좋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런 분과 1:1로 있어야 하다니. 어쨌든 날씨도 좋고 기왕 온 김에 천진벌덕 기마상도 보고 가면 나쁠 거 .. 2023. 11. 12.
10-1. 구름 맛집 몽골 새벽녘에 별을 볼 수 있을까 싶어 눈을 몇 번 떠봤지만 게르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다시 잠들길 몇 차례. 잦아든 빗소리에 희망차게 눈을 떴을 땐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신나서 밖을 봤지만, 지금은 여름. 머지않아 해가 떠오를 시간이었다. 게르에서 자는 마지막 기회라 하늘 가득한 별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샛별 하나만 한쪽에서 반짝일 뿐이었다.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 비는 그쳤지만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다. 그래도 한 쪽 하늘이 열리는 것 같길래 일출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고 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봤는데(캠프에선 다른 할 일도 없다), 야속하게도 몽골의 하늘은 나에 그것조차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한참을 서 있었다. 손님이 나 하나뿐이었고, 울란바토르에서 특.. 2023. 10. 29.
9-4. 밤에 게르에서 혼자 하루가 유난히 길었다. 당장 하고 싶은 건 역시 뜨거운 물로 씻고 뽀송한 옷으로 갈아입는 것. 한국에서는 사소한 일상이지만 몽골에선 그렇지 않다(플래그🚩). 온수가 있으면 감사해야 하는 곳, 공용 샤워장에 옷을 가지고 가서 씻다 보면 옷이 눅눅해지는 곳이 바로 몽골이다. 게다가 밖에는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었다. 우산을 들고나가기가 번거로워서 비가 잦아들고 난 뒤에 씻으러 가고 싶었지만 젖은 옷을 계속 입고 있기엔 너무 추워서 더 기다릴 수 없어 길을 나섰다. 알고 보니 날씨 때문인지 휴가 성수기가 지나고 있기 때문인지 캠프 전체에 손님이 거의 없는 둣했다. 여행사에서도 알아서 놀라고 나를 두고 갔고, 내일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비가 오니 어차피 캠프파이어는 없었겠지만 한 명만 예약하면 손해를 본다.. 202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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