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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몽골몽골, 우리의 여름

11-4. 마지막 밤은 화려하게(울란바토르 맛집 후기)

by 이냐니뇨 2023. 12. 31.

트레킹 일정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국영백화점에 내려 숙소 근처에 있는 버블티 전문점에 가서 당과 수분을 급속충전했다. 평소에 밀크티를 엄청나게 좋아해서 대만에서도 신나게 먹었는데, 몽골에도 지점이 있다니! 그냥 지나치긴 아쉬운 맛집이었다.

 

버블티는 진하고 맛있었고, 타피오카도 적당히 쫀득하니 과연 맛집이라 할 만했다. 그런데 몽골답게 특유의 진한 원유 맛이 느껴졌다. 쉽게 먹을 수 없는 시원한 음료라 잔뜩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얼음이 많지 않고 우유도 미지근했는데, 음료를 흔들면 뚜껑이 새서 아쉬운 대로 먹어야 했다. 그래도 정말 대만족. 카페도 귀엽고 직원 분들과 영어로 소통도 가능했다.

 

 

 

🧋 울란바토르 버블티 맛집 정보

  • 이름 : Panda Bubble Tea Mongolia
  • 장소 : Ulaanbaatar 11000 Mongolia (국영백화점 맞은편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위치)
  • 가격 : 기본 버블티 7,600 투그릭 (한화 기준 약 3천 원)

 

 

당충전을 마쳤으니 땀에 젖은 몸을 씻고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비가 온 뒤 울란바토르 화력발전소에 문제가 생겨 순차적으로 일부 구역이 정전되곤 했는데, 숙소 사장님이 다녀와서 씻을 수 있도록 정전 일정을 미리 체크해 주셨다. 아침부터 나간 뒤 트레킹을 했으니 이대로 더 움직이기엔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여름 몽골은 해가 늦게 지니까 천천히 나가고 싶기도 해서 마음 편히 숙소에서 쉬었다.

 

 

마지막 저녁은 호텔 루프탑 바에서 먹기로 했다. 마지막 저녁이니 만큼 화려하게 장식해야지. 수흐바타르 광장 쪽에 블루 스카이 호텔(Blue Sky Hotel)이 있고, 건물 꼭대기로 올라가면 블루 스카이라운지(Blue Sky Lounge, 오후 5시부터 영업)라는 곳이 있다. 높은 건물이라 해가 지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 같고 도보로 이동하기도 괜찮은 위치인 것 같아서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엔 산책 겸 마무리 정리 겸 울란바토르 시내도 천천히 둘러보고.

 

 

이건 전날 봤던 광장과 붉은 색의 울란바토르.

 

 

 

창가 자리에 앉고 싶었는데 자리가 이미 다 차 있어서 그런대로 노을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아마 창가 자리는 예약석인 것 같았다. 바깥 하늘은 슬슬 붉게 물들고 있었다. 구름이 조금 있어서 전체가 다 물들진 않았지만 형광 핑크색이 또렷하게 보이는 노을이 너무 예뻐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블라인드 하나도 마저 걷어줬으면 했는데, 직원 분이 그건 어렵다고 하셔서 아쉬웠다. 그래도 정면에 노을을 두고 식사를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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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른 메뉴는 몽골의 전통 꼬치요리인 샥슈카(러시아 음식인데, 아마도 몽골에서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와 몽골의 생맥주.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생맥주 구경하기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확실히 도시에 오니 문명을 철저히 즐길 수 있다. 트레킹을 마치고 먹는 맥주가 얼마나 달고 시원하던지.

 

샥슈카는 무난하게 맛있었고 채소 구이도 함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몽골 식당답게 양이 꽤 많아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짭짤한 게 맥주와 찰떡이었다. 조금 충격이었던 건 가운데 파인애플인 줄 알았던 하얀 부분이 그냥 고기 비계 덩어리였다는 것. 몽골 사람들은 이런 것도 먹나..? 웬만한 건 잘 먹는 나도 요건 속이 니글거려서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그것 말고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집에 가면 먹을 것 같지 않아서 몽골 보드카를 따로 사지 않았지만 맛은 한 번 보고 싶었던 소욤보(Soyombo) 보드카도 샷으로 한 잔 시켜 보았다. 해가 지고 난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홀짝이는데 사실 보드카 맛은 잘 모르겠지만 목 넘김이 부드럽기는 했다. 이렇게 실컷 먹고도 돈이 7만 투그릭이 채 나오지 않았다(한국 돈으로 3만 원이 안 되는 금액). 호텔 라운지에서 먹은 식사가 이 정도라니 황송할 지경이었다. 마지막 밤까지 몹시 만족스러운 몽골 여행이다.

 

 

 

 

 

마지막 밤 야경을 여유롭게 보고 있는데 이번에도 먼 하늘에서 미친 듯이 번개가 쳤다.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번개 치는 하늘. 몽골에서 평생 구경할 번개를 다 본 것 같다. 한국에서는 건물에, 산에 가려 멀리까지 시야가 닿지 않는데, 이곳에서는 먼 곳까지 보이다 보니 다른 동네의 날씨까지 다 보인다. 다행히 먼 곳에서 치는 번개라 내가 있는 곳은 비가 오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밤을 기억하기 위해 수흐바타르 광장의 야경을 잠시 둘러본 뒤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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