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아쉬운 마음이 가시지 않아 일찍 눈이 떠졌다. 대충 아침을 챙겨 먹고 마지막으로 울란바토르 시내를 산책해 본다. 번개가 내리치더니 밤 사이에 비가 잔뜩 온 듯 물 웅덩이가 여기저기 있었는데, 오늘은 거짓말처럼 또 날씨가 화창하다.
푸드트럭이 즐비했던 국영백화점 앞 광장도 둘러 보고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도 쭉 둘러보았다. 귀여운 길냥이도 만나고 몽골에 처음 들어왔다는 아이리쉬 펍도 만나고. 언젠가 다시 온다면 저 펍에는 한 번 가봐야겠다고 다짐하며 눈에 꾸욱 눌러 담아 두었다.
어느덧 떠날 시간. 미리 여행사에 추가 픽업을 요청해 두었던 터라 숙소 앞으로 기사님이 데리러 오셨다. 다른 여행사 픽업보다 조금 비싸긴 했는데 나만 태우고 가주신 데다가 유창한 영어를 할 수 있는 처음 보는 몽골 사람이라 신나게 대화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기사님은 나랑 비슷한 또래이거나 조금 어린 것 같았는데, 덕분에 몽골 MZ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유목에 익숙해 출근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 해외와는 꽤나 멀게 지내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젊은 세대는 유학도 많이 가고 현대적인 일자리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더 이상 말을 모든 사람이 탈 줄 아는 것도 아니고, 초원보다는 도시의 아파트를 선호하며, 자주 고장 나는 울란바토르의 화력 발전소나 열악한 화장실 같은 것들은 고치고 싶어 한다고. 당연한 일이다. 세대 차이는 역시 어디에나 있나 보다.
푸른 하늘 아래에 공항으로 가는 풍경도 너무 아름다웠다. 윈도우 배경화면 같은 몽골의 이 풍경을 나는 한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정겨운 몽골 사람들과 이곳에서의 따스한 기억들도.
공항에 도착해 보니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몽골 음식을 맛있게 먹고 가야겠다 싶어 들어갔다. 몽골의 전통 양고기 수프 반탄과 양고기 만둣국, 그리고 밀크티까지. 몽골 향기가 물씬 나는 음식들로 한 상 거하게 먹었다. 공항이라 별 맛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너무너무 맛있고 국물도 진했다. 반탄에서 냄새도 나지 않아서 신나게 긁어먹고 만족스럽게 나왔다.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을 만들어 준 이곳 몽골. 즐거운 휴가였다. 바야를라, 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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