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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몽골몽골, 우리의 여름

11-1. 몽골 올레길 3코스 트레킹 (1)

by 이냐니뇨 2023. 12. 29.

원래는 울란바토르 근교 복드항산의 체체궁을 오르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 여행을 가면 트레킹을 꼭 해보고 싶어 진다.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건 지나가면서 인증샷을 찍고 끝나는 여행과는 그 진득함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주변에 트레킹을 좋아하는 친구가 없어서 혼자 여행하는 기회만 오면 트레킹 코스를 찾아본다. 그래서 제일 처음 예약한 게 체체궁 트레킹 투어였다.

 

그런데 어제 울란바토르 여행을 하면서 여행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틀 전 내린 비 때문에 체체궁 진입이 어려워 투어를 취소해야 한다는 것. 다른 코스나 대안이 있을 지 틈틈이 알아봤지만 가능한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도저히 궁금한 게 없는 나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다년간 수십번의 여행으로 다져진 건 역시 임기응변 능력 아닌가. 홉스골 투어를 했던 조이 몽골리아에 연락해서 다른 곳이라도 당일치기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가능한 투어 일정이 있는지 문의해 보았다. 여행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으로 테를지 국립공원에 있는 몽골 올레길 트레킹을 어레인지해 주셨다(다시 한번 무한 감사의 말씀을). 덕분에 성사된 몽골 올레길 투어. 나는 17km의 3코스를 골랐다. 2, 3코스만 가능하다고 해주셨는데 11km는 너무 짧기도 하고, 지난 투어에서 테를지 안쪽까지 못 들어가 본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일정인 만큼 도시락을 미리 준비해주실 순 없다고 하셨기 때문에 물과 점심용 삼각김밥, 초콜릿을 싸들고 길을 나섰다.

 

 

투어 출발. 감사하게도 가이드님이 간단하게 물과 과자를 준비해 주셨다.

 

 

🧭 테를지 국립공원 몽골올레 트레킹 코스

코로나 기간 동안 코이카와 제주올레에서 울란바토르 관광청과 함께 개발한 몽골의 트레킹 코스로 테를지 국립공원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

  1. 몽골올레 1코스(14.5km) : 테를지 국립공원 입구 칭기스 산 둘레를 도는 코스
  2. 몽골올레 2코스(11km) : 울란바토르 외곽의 마을과 게르 캠프 등을 볼 수 있는 코스
  3. 몽골올레 3코스(17km) : 테를지 국립공원 가장 깊숙한 곳을 둘러보는 코스

 

 

오늘의 투어 픽업은 국영백화점 앞(국영백화점은 울란바토르의 만남의 광장). 숙소에서 간단하게 조식을 챙겨 먹었다. 공복 등산을 좋아하고 잘하는 나지만, 더운 날씨에 사전 지식이 없는 코스를 공복으로 가는 건 위험할 것 같았기 때문. 이제는 슬슬 물리려고 하는 빵과 계란과 잼과 으름(몽골식 버터) 그리고 따뜻한 차로 먹는 조식.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맛있게 느껴졌다. 

 

 

3코스는 지난 번에 묵었던 게르보다 안쪽에 있기 때문에 국영백화점에서 2시간 가까이 걸린다. 다행히 비로 망가졌던 길이 많이 복구되어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하루 만에 다시 보는 테를지 공원이지만 여전히 예쁘다. 매력이 넘치는 나라 몽골. 내일 떠나려고 하니 아련해지는 마음에 모든 풍경을 눈에 꼭꼭 담아 보았다.

 

 

몽골올레길 표시. 입구부터 코스 중간중간 이런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귀여워.

 

 

 

트레킹 하기 좋은 흐리고 조금 쌀쌀한 아침 날씨. 비가 와서 땅이 좀 눅눅해서 조심조심 진탕을 피해서 갔다. 개울가는 비 때문에 물이 잔뜩 불어 있었고 물 색도 탁했다. 물이 맑았으면 정말 예뻤을 것 같은데. 흐린 날의 풍경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코스 입구라서 그런지 걷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역시 울란바토르에 가까워질수록 한국인이 많이 보인다. 근처에서 묵는 것 같은 한국인 단체 관광객(관광버스 재질)들이 잔뜩 지나가며 인사를 나눴다. 한국인의 등산 매너는 울란바토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워낙 쉽지 않다 보니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발밑을 조심하며 조금 걷다 보니, 한국인들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단체 관광객들은 주로 앞에 1~2km만 산책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코스라 그리 인지도가 높지 않은지 주변에 사람도 하나도 없고 조용했다. 평화롭고 좋긴 했지만 혼자 오진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가니 목장이 나타나고 여기저기에 소떼와 양떼, 염소 떼가 나타났다. 한가로이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도 익숙해지고 있다. 한국 소와는 다른 모습의 몽골 소들이나 사람을 많이 못 봐서 되려 피하지도 않는 양들의 모습 같은 것들. 차 안이 아니라 걸으면서 동물들을 본 덕분에 아주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어 좋았다. 가이드님께 들어보니 양들은 머리가 좋지 못해서 길도 잘 잃고 추울 때 잘 피하지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능이 좀 더 높은 염소들을 꼭 함께 방목한다면. 그 말을 듣고 보니 양들이 더 귀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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