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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75

2-5. 긴 하루의 끝, 선셋투어에서 그린 와인과의 첫 만남 체크인하고 잠시 쉬고 짐을 풀었다가 다음 일정을 향해 길을 나선다. 오늘의 일정_최종_최종_진짜최종(여행기 언제 다 쓰지?). 여행 준비를 잘 못했을 때, 혼자 다녀서 사진을 건질 수 없을 때 나의 팁이 있다면 그 도시를 만나는 첫날 짧은 시내 투어를 하는 것이다. 나에게 왠지 포르투갈의 이미지는 오렌지빛이라 떠나오기 전 한국에서 선셋 투어를 예약했다. 라라 가이드님의 3시간짜리 선셋 투어.   12월 비수기에 방문했더니 운 좋게도 가이드님이 나 한 명만 예약했는데도 투어를 진행해 주셔서 의도치 않게 VIP 단독투어가 됐다. 덕분에 물어보고 싶은 것도 다 물어보고 여행 팁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시내 이곳저곳을 보여주시는데 까사 두 알렌테주(이슬람식 궁전 건물) 같은 곳은 나 혼자였다면 찾지 못했을 것.. 2024. 8. 31.
에필로그. 몽골 여행 기념 1주년, 한국에서 몽골 찾기 몽골에 다녀온 지 1년 하고도 거의 1달이 지났다. 여전히 몽골은 왠지 그립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으로 나와 친구들의 마음에 남아 있다.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문화나 비슷한 브랜드, 음식 같은 것들을 찾기가 어려워서 더 그런 것 같다. 어느 날엔가 문득 누워서 뒹굴거리는데 쵸이왕(몽골의 볶음면)의 쫀득한 면과 담백한 그 맛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예전에 여행 준비할 때 몽골 문화원에서 원데이 쿠킹 클래스 같은 걸 해주시는 걸 발견했던 게 기억나서, 만들어서라도 먹어야겠다는 일념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해리포터에서도 '필요의 방'이라는 곳이 있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오랜 속담이 있다(해리포터가 먼저 튀어나오는 해덕). 역시 찾으니까 뭐라도 나온다. 바로 동대문에 있는 중앙아시아거리. .. 2024. 8. 25.
2-4. 리스본의 크리스마스 마켓(낮) 글을 쓰려고 보니 하루에 뭘 이렇게 많이 했나 싶다. 포르투갈은 바쁘던 와중에 급하게 온 거라서 거의 알아보지 못하고 왔는데, 그걸 보상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아주 열심히 돌아다닌 것 같다. 게다가 12월의 포르투갈은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날씨 좋은 날이 보이면 만끽해야 한다(이유는 뒤에 한번 더 나올 예정).  시내로 돌아와 점심부터 먹는다. 리스본의 메인 거리인 아우구스타 거리로 갔다. 먹통인 핸드폰도 수습할 겸 몰에 있는 보다폰 매장에 들러 선불유심도 샀다. 다행히 여기 직원 분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셨다. 리스본은 영어로 소통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는 듯하다. 이 거리에는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해물밥 맛집 우마(Uma) 레스토랑이 있는데, 괜히 나는 다들 가는 데를 가고 싶진 않아서 구글 맵에.. 2024. 8. 24.
2-3. 비 그친 리스본에서 혼자(코르메시우 광장, 상 조르주 성) 다행히 해가 스멀스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포르투갈은 12월이 유독 비가 많이 온다고 하던데, 그래봐야 얼마나 되겠냐고 만만하게 봤는데 미리 말하자면 여행하는 내내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산을 들고 다녀야 했다. 비 오는 날을 정말 싫어해서 한국에서도 비 오는 날은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는 나인데 우기의 한복판으로 날아오다니. 그래도 다행히 점심때가 가까워 오자 날이 점점 맑아졌다. 어제 도착할 때만 해도 한국의 여름 장마비처럼 쏟아져 내렸는데, 오늘은 부슬부슬 오더니 조금씩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행 중엔 그 모든 것보다 날씨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난 자연 앞에서 한낱 미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하늘이 보이고, 안 보이고에 따라 이렇게나 달라지니 말이다.  덕.. 2024. 7. 14.
2-2. 포르투갈이랑 친해져야지(리스본 시내 투어) 바쁘던 참에 도망치듯 여행을 온 거라 아무래도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유럽의 분위기에 들뜨긴 했지만 아무래도 아는 게 많지 않으니 아쉬움이 좀 있었다. 급하게 짐을 싸다가 디카 충전기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배터리가 하루보단 오래가는 카메라니까 여분 배터리까지 2개의 배터리로 아껴가며 써야겠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에서 급하게 사온 유심은 제대로 동작을 하지 않았다. 로밍 무료 시대가 열린 게 얼마나 다행인 지. 구글 맵의 존재가 얼마나 행운인 지. 아니었으면 아무것도 못 하고 보다폰 대리점 여는 시간만 기다릴 뻔했다. 새 유심을 꽂으니 폰이 그냥 먹통이 되어 버려서 어젠 아무것도 못했다.  하여튼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를 타고 리스본 상부로 올라왔으니 근처를 슬슬 걸으며 .. 2024. 6. 21.
2-1. 리스본과의 첫 인사(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 후기) 시차 적응을 위해 프랑크푸르트에서 리스본으로 오는 비행기에서는 잠을 안 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목베개도 넣어 두고 버텼는데, 비행기 엔진 소리만 들으면 무조건 반사로 눈이 감기는 나. 목에 담만 걸리고 어젯 밤엔 잠을 설쳤다.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비행기에서 너무 푹 자는 바람에 그것도 못 했다. 해가 갈 수록 조금씩 시차 적응이 어려워지는 것은 기분 탓인가? 어쨌든 덕분에 아침 시간을 아주 여유롭게 보냈다. 오늘도 리스본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숙소에서 조식을 먹었는데, 포르투갈은 숙소 조식에도 에그타르트가 나온다. 오늘부터는 1일 1에타(=에그타르트) 해줘야지! 그래도 첫날 숙소를 괜찮은 곳으로 고른 덕에 여독을 많이 풀고 아침 시간도 잘 보냈다. 좋은 곳에 계속 묵으면 좋지만.. 2024. 6. 7.
1. 이동만 하다 끝난 하루지만 그래도 좋아 코로나 이후 혼자 떠나 해외여행은 처음이었다(여름에 미국 출장+여행을 한번 갔지만, 그건 다른 거니까). 해외에 갈 때도 자가격리가 불필요해지고 이젠 백신 접종 확인서나 진단서 없이 입국할 수 있게 되어 그야말로 하늘길이 활짝 열렸다. 신난 사람들은 공항으로 쏟아져 나온 듯했다.    그 사이 항공편도 많이 없어졌다. 코로나 이전에 생겼던 포르투갈행 직항 비행편이 다시 사라졌다. 항공권 가격도 전 같지 않았다. 특가표 열심히 잡던 나인데 제 값 주고 비행기를 타려니 결제할 때 조금 손이 떨렸다. 더 심각하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전쟁이 발발했고 그 바람에 유럽에 가는 항공 노선들은 러시아 상공을 지나지 않도록 우회하게 되어 비행 시간이 두세시간쯤 늘었다(전쟁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제발 어서.. 2024. 6. 2.
0. 숨 쉴 틈이 필요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프로젝트. 나는 매일같이 야근을 하고 집에 와서도 자기 직전까지 일을 해야했다. 몇 달 안은 어떻게 지냈는 지 기억도 가물하다. 출근하고 일을 하고 이슈가 터지면 해결하고 확인 요청이 오면 정리하면서 숨가쁘게 보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연말이었다. 프로젝트는 12월 31일까지였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연차가 이월되지도, 연차수당을 주지도 않는 곳인데 아직 못 쓴 연차가 남아있었다. 그런데 약이라도 올리는 것처럼 11월 초에 회사에서는 나에게 열심히 일하는 노고를 치하한다며 휴가 2일을 추가로 주었다. 지금 있는 것도 다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때 내 안에서 뭔가 툭, 끊어졌다. 그래서 나는 프로젝트 일정을 다시 살펴봤다. 지금은 내가 메인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업무가.. 2024. 5. 11.
12. 다시 만나는 날까지 바야를라, 몽골(울란바토르 공항 맛집) 몽골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아쉬운 마음이 가시지 않아 일찍 눈이 떠졌다. 대충 아침을 챙겨 먹고 마지막으로 울란바토르 시내를 산책해 본다. 번개가 내리치더니 밤 사이에 비가 잔뜩 온 듯 물 웅덩이가 여기저기 있었는데, 오늘은 거짓말처럼 또 날씨가 화창하다. 푸드트럭이 즐비했던 국영백화점 앞 광장도 둘러 보고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도 쭉 둘러보았다. 귀여운 길냥이도 만나고 몽골에 처음 들어왔다는 아이리쉬 펍도 만나고. 언젠가 다시 온다면 저 펍에는 한 번 가봐야겠다고 다짐하며 눈에 꾸욱 눌러 담아 두었다. 어느덧 떠날 시간. 미리 여행사에 추가 픽업을 요청해 두었던 터라 숙소 앞으로 기사님이 데리러 오셨다. 다른 여행사 픽업보다 조금 비싸긴 했는데 나만 태우고 가주신 데다가 유창한 영어를 할 수 있는 처음.. 202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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