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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도망가자, 포르투갈로

2-1. 리스본과의 첫 인사(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 후기)

by 이냐니뇨 2024. 6. 7.

시차 적응을 위해 프랑크푸르트에서 리스본으로 오는 비행기에서는 잠을 안 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목베개도 넣어 두고 버텼는데, 비행기 엔진 소리만 들으면 무조건 반사로 눈이 감기는 나. 목에 담만 걸리고 어젯 밤엔 잠을 설쳤다.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비행기에서 너무 푹 자는 바람에 그것도 못 했다. 해가 갈 수록 조금씩 시차 적응이 어려워지는 것은 기분 탓인가?

 

어쨌든 덕분에 아침 시간을 아주 여유롭게 보냈다. 오늘도 리스본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숙소에서 조식을 먹었는데, 포르투갈은 숙소 조식에도 에그타르트가 나온다. 오늘부터는 1일 1에타(=에그타르트) 해줘야지! 그래도 첫날 숙소를 괜찮은 곳으로 고른 덕에 여독을 많이 풀고 아침 시간도 잘 보냈다. 좋은 곳에 계속 묵으면 좋지만 1박에 20만원 가까이 하는 숙소라, 내 경제 사정에선 내내 묵긴 어렵고 오늘 오후에는 좀더 저렴한 숙소로 옮길 예정이다.

 

리스본에서 맞는 첫 아침, 첫 끼.

 

 

리스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산타 후스타(Santa Justa) 엘리베이터가 바로 숙소 근처에 있었다. 파리의 에펠탑을 만든 에펠의 제자, 라울이 설계한 엘리베이터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에펠탑과 비슷하게 철골이 드러나는 디자인이었다. 일몰이나 야경을 볼 수 있는 시간에는 30분 ~ 1시간 정도의 대기 시간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는데, 나는 아침부터 가서 그런지 바로 탈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보니 조금씩 빗줄기가 잦아들고 있길래 이 도시와의 첫 인사를 위해 이곳에 가보기로 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지만, 이 엘리베이터는 언덕이 많은 리스본에서 언덕 아래의 동네와 윗동네를 이어 주는 엄연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그래서 그런 지 어제 24시간 권을 산 비바 비아젬 카드(리스본의 교통카드)로 이 엘리베이터도 탈 수 있다(그냥 탈 경우 1회에 2유로).

 

 

숙소 앞 광장.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길.

 

 


안에는 요금 징수 겸 엘리베이터를 운행하시는 직원 한 분이 기다리고 있고, 옛스러운 철문을 가진 큰 엘리베이터 한 칸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에서 볼 법한 손으로 열고 닫는 엘리베이터. 사람은 꽤 많이 탈 수 있고 천천히 올라가는데, 그 소리와 모습이 아주 낭만적이다.

 

 

엘리베이터 내부의 모습. 저 노란 기기에 카드를 찍으면 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윗동네로 가니 어제는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리스본의 빨간 지붕 건물들이 보였다. 지붕 색은 비슷하지만 프라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좀더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느낌이 난다. 이게 며칠 동안 내가 머무르며 둘러볼 동네라는 거지? 잘 부탁해, 리스본!

 

어느새 비가 그치고 반대편에서 조금씩 파란 하늘이 보이고 있었다. 여행은 아무래도 날씨가 8할. 개어 가는 하늘을 보니 기분이 몹시 들뜨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예감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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