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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도망가자, 포르투갈로

0. 숨 쉴 틈이 필요했다

by 이냐니뇨 2024. 5. 11.

긴박하게 돌아가는 프로젝트. 나는 매일같이 야근을 하고 집에 와서도 자기 직전까지 일을 해야했다. 몇 달 안은 어떻게 지냈는 지 기억도 가물하다. 출근하고 일을 하고 이슈가 터지면 해결하고 확인 요청이 오면 정리하면서 숨가쁘게 보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연말이었다. 프로젝트는 12월 31일까지였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연차가 이월되지도, 연차수당을 주지도 않는 곳인데 아직 못 쓴 연차가 남아있었다. 그런데 약이라도 올리는 것처럼 11월 초에 회사에서는 나에게 열심히 일하는 노고를 치하한다며 휴가 2일을 추가로 주었다. 지금 있는 것도 다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때 내 안에서 뭔가 툭, 끊어졌다.

 

그래서 나는 프로젝트 일정을 다시 살펴봤다. 지금은 내가 메인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업무가 내 손을 잠시 떠나는 기간이 1주일 반 정도 있었다. 마음이 불편할 수는 있지만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기간이기도 했다. 그래, 이거지. 나는 그렇게 약 3주를 앞두고 비행기 표를 샀다. 도망가자, 포르투갈로.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은 명확했다.

1. 한국과 밤낮이 다를 것.

2. 한국보다 날씨가 따뜻할 것.

3. 일주일 안에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여야 할 것.

 

 

처음 내 마음을 빼앗은 여행지는 모로코였지만 3번 기준에 맞지 않아 아쉽게 탈락했다. 그리고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게 포르투갈이었다. 모로코로 지도를 옮기다가 눈에 띄었던 거다. 포르투갈도 12월은 겨울이긴 하지만 한국보다는 남쪽에 있고,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한국에서 최대한 먼 곳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겨울의 포르투갈을 향해 떠났다.

 

 

 

 

✈️ 포르투갈 여행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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