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려고 보니 하루에 뭘 이렇게 많이 했나 싶다. 포르투갈은 바쁘던 와중에 급하게 온 거라서 거의 알아보지 못하고 왔는데, 그걸 보상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아주 열심히 돌아다닌 것 같다. 게다가 12월의 포르투갈은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날씨 좋은 날이 보이면 만끽해야 한다(이유는 뒤에 한번 더 나올 예정).
시내로 돌아와 점심부터 먹는다. 리스본의 메인 거리인 아우구스타 거리로 갔다. 먹통인 핸드폰도 수습할 겸 몰에 있는 보다폰 매장에 들러 선불유심도 샀다. 다행히 여기 직원 분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셨다. 리스본은 영어로 소통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는 듯하다.
이 거리에는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해물밥 맛집 우마(Uma) 레스토랑이 있는데, 괜히 나는 다들 가는 데를 가고 싶진 않아서 구글 맵에서 검색해서 근처의 다른 평점 괜찮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왠지 포르투갈 로컬 음식인 것 같아서 뭔지 잘 모르는 채로 주문해 봤는데, 알고 보니 전통음식인 바깔라우(염장 대구)였다. 계란 볶음밥 같은 맛이라 익숙했는데 조금 짠 듯하긴 했다. 하여튼 맛있게 먹었다. 시내를 고단하게 걸었으니 시원하게 맥주도 한 잔 해주고. 사이드로 채소도 나와 줘서 몹시 만족스러웠다.
매장에서는 공연 영상도 나오고 있었는데, 포트투갈 전통 음악인 파두인 것 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미자 선생님 식의 트롯 같은 장르라고 할까? 배를 타고 떠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탄생한 노래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감성 충만하고 한이 서려있는 듯한데, 사실 공연까지 볼 만큼 열정이 있는 것은 아니라 이참에 접해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이 식당에서 나오는 영상은 조금 세기말 감성이긴 했다. TV 때문이려나..?
생각보다 리스본 시내(호시우역 근처) 숙소 가격이 꽤 됐다. 아마 연말이고 내가 늦게 예약한 탓이겠지만, 내가 기대한 포르투갈의 물가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었다(그 외 물가는 아주 만족스럽다). 첫날의 숙소는 밤 도착이다 보니 안전하게 역 근처에 묵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출발 직전까지 야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긴 비행 후에 여독을 풀고 가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탁월한 선택이고 숙소도 만족스러웠지만, 내내 거기에 묵는 건 나의 통장 잔고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므로 맛보기 후 다음 숙소로 옮기기로 했다. 그래서 1차 시내 구경을 마치고 호시우 광장으로 돌아온 것.
짐을 찾기 전 호시우 광장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게 됐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한번 보고 싶긴 했는데 포르투갈은 이런 마켓을 하게된 지 얼마 안 되어서인 지 아주 화려하진 않았다. 좀 더 구수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몇 년 뒤에는 또 다른 모습이겠지?
서론이 길었는데 하여간 낮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먹을 게 있을 지, 아니면 귀여운 소품을 살만한 게 있을지 한번 둘러보기로 한다.
생각보다 엠파나다 비슷한 만두 같은 것, 로스트 비프 같은 고기 느낌 나는 것 같은 요리가 많았는데 간단하게 먹을 만한 간식은 없었다. 방금 밥을 먹고 나와서 배가 부르기도 했고. 대신 글뤼와인이라고 하는 음료를 파는 곳이 정말 많았다. 찾아보니 글뤼와인은 뱅쇼의 독일 버전인 것 같은데, 나는 뱅쇼만 익숙했는데 포르투갈은 이게 더 익숙한가 보다. 어쨌든 한 잔 사서 겨울여행 기분을 내줬다.
따뜻한 음료 들고 둘러보는 크리스마스 마켓. 산타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부스(산타의 집)도 있는데 줄이 길고 아가들 천지라 들어가진 못했다. 귀여운 장식품이나 뭔가 커다랗지만 덜 화려한 트리가 조금 웃겼다. 낮시간이라 그런 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있었다. 다른 날 저녁에 다시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득템에는 실패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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