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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75

6-3. 도트 리조트에서의 낮과 밤(2) 도트 리조트 근처에는 온천 수원지가 있다. 숲길을 따라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나타나는데, 몽골에서 이런 숲길을 걷는 것도 처음이라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숲길에도 커다란 강아지가 우릴 따라왔는데, 아마도 이쪽 목장에서 일하는(?) 강아지가 아닌가 싶다. 10초에 90리터 정도의 물이 흘러나온다는 샘이었는데 얼마나 뜨거운 지 김이 펄펄 났다. 샘을 신성하게 여기는지 샘이 시작되는 곳에 어워가 세워져 있었다. 나오는 물에 살짝 손을 대 보았는데 아주 뜨거웠다. 거의 8~90도나 되는 온도라고 하니 조심해야 했다. 여기서 물을 직접 끌어가서 리조트에 쓰는 직관적인 구조였는데 관으로 물을 끌어 가는 동안 온도가 식는 것 같았다. 잠시 수원지를 보고 돌아와서 벌써 저녁식사 시간이 됐다. 오늘 저녁의 메인 요리는.. 2023. 9. 17.
6-2. 도트 리조트에서의 낮과 밤(1) 촐로트 계곡을 지나 도트 리조트(쳉헤르 온천)까지는 또 한참을 달려야 했다. 숙소에서 떠나온 지 어느덧 4시간이 지날 무렵. 슬슬 화장실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일행 모두). 큰 볼 일이 급한 적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몽골 초원에서 화장실에 가려면 슬쩍 가이드님을 불러서 얘기를 하면 된다. 그때부터 기사님과 가이드님은 지형지물을 살피기 시작하고 적당한 곳(몸이 가려질 만한 곳)이 보이면 곧장 그쪽으로 차를 대주신다. 이번에는 온통 초원이고 평지라 장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신 듯했다. 한참을 두리번거려도 마땅해 보이는 곳이 나오지 않자 초조한 듯 목을 빼며 쳐다보시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몇 분이 지나 드디어 발견한 곳은 평지에 얕은 흙더미가 있고 그 뒤로 땅이 조금 패인 곳이었는데, 주.. 2023. 9. 16.
6-1. 많은 돌들의 계곡(촐로트 계곡) 캠프의 조명이 너무 밝아 별을 찍기 힘들던 어제의 캠프. 24시간 샤워실을 운영하는 건 좋은데 그런 곳은 소등도 안 해서 이런 부작용이 있다. 덕분에 별 사진을 찍기 힘들어 미련 없이 잠을 청했다. 그러나 자기 전엔 게르를 최대한 덥히느라 난로를 세게 떼서 잠들기가 힘들었고, 불이 평소보다 일찍 꺼진 호숫가에서의 아침은 역대급으로 추웠다. 자기 전엔 침낭으로 열기를 막아보겠다고 바리케이드처럼 준비해 두고 잤고, 새벽에는 추위에 잠에서 깬 뒤 옆에 놓인 침낭을 돌돌 말고 잠을 청했다. 잠결에 침낭의 바깥쪽(바스락거리는 면, 안쪽은 극세사 같은 재질이라 더 따듯하다.)을 몸에 닿게 하고 자는 바람에 다시 한번 벌벌 떨어야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목이 칼칼해지고 몸이 부은 것 같았지만.. 2023. 9. 13.
5-3. 따로 또 같이 신나게 보드게임을 하고 나서 비는 그쳐가고 있었지만 친구들은 낮잠으로 체력을 충전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와 캠프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잠은 차에서 자면 된다는 주의라 낮잠은 필요 없는 체력왕. 캠프 옆 언덕 꼭대기에 소욤보(몽골 국기)가 꽂힌 커다란 어워가 있는 걸 봤었다. 매일같이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좁은 게르에서 잠을 청했더니 몸이 찌뿌둥해지기도 했따. 가까이 가보니 오를만 하다고 생각해서 충동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막상 발을 디디고 나니 슬리퍼를 신고는 미끄러질 것 같아 걱정스러워서 발에 힘을 꼭 주고 걸어야 했다. 좀 위험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몽골은 어디든 들판에 가축들의 똥이 널려 있는데(때에 따라서는 사람 똥도 있는 곳도 있겠지..) 슬리퍼를 신.. 2023. 9. 12.
5-2. 물 만난 여행기(테르힝 차강 호수) 일찌감치 쉬려던 계획과는 달리 오후 2시쯤이 되어서야 오늘의 캠프(Maikhan Tologoi)에 도착했다. 푸르공을 타고 다니면서는 예상 시간을 지킨 적이 없는 것 같다. 2시가 다 되어 점심을 먹는 일은 일상이었다. 이렇게 여행을 하다 보니 몽골 사람들에게 철저한 시간 개념이 없다는 말이 절절히 와닿았다. 어느덧 시계조차 잘 보지 않게 되기도 했고 잘 놀고 돌아오는 길이라 늦어진 데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다만 트레킹을 하고 난 뒤에 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배가 몹시 고팠다. 이번 캠프는 호숫가 바로 앞에 있어 뷰가 아주 좋았고 게르도 널찍하고 깔끔했다(물가라 날파리는 많았다). 홉스골에서는 캠프가 더 크고 우리 게르가 안쪽에 있어서 숙소에서 호수가 보이지는 않았는데, 여기서는 호숫가에 있는 게르를 .. 2023. 9. 9.
5-1. 초원과 화장실의 상관관계 또다시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여행지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좋아하는 나라서 조금 더 빨리 일어나 해가 뜨기를 기다려 봤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해는 조금 늦게 나타났다. 게르 위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해가 떠오르고 짐을 정리한 뒤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 아침으로 따뜻한 우유와 그래놀라, 달지 않은 빵과 잼이 나왔다. 잼도 많이 달지 않고 오히려 상큼해서 아침으로 먹기 부담스럽지 않았다. 으름(Urum)이라고 불리는 몽골식 버터도 매끼 나왔는데 흔히 먹는 버터보다 담백하고 덜 기름진데다 간이 없어서 많이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바르면 스프레드 버터처럼 좀더 부드러운 느낌이었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잼과 잘 어울렸다. 몽골의 땅은 쌀을 키우기엔 너무 추워서 .. 2023. 9. 6.
4-3. 몽골에서 먹어본 술(초코 와인 포함) 4일쯤 지내고 나니 몽골 마트에 있는 웬만한 술은 다 먹어보게 됐다. 종류가 많지 않았고 TV도 없고 다른 편의시설도 없는 여행자 캠프에서는 딱히 할 것도 없으니 매일 조금씩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날도 더우니 맥주는 정말 매일 먹었고 보드카도 사 먹어 보고 몽골 와인도 사보면서 이것저것 먹어봤다. 1. 맥주🍺 몽골 맥주는 특색이 있다고 하긴 어렵고 어디서 다 먹어본 듯한 맛이었다. 그래도 무난하고 시원하게 먹을 만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먹는 건 고비 맥주(1번)와 생구르 맥주(4번). 고비 맥주는 클래식한 라거 맛이다. 버드와이저 맥주가 생각나는 느낌이었다. 생구르 맥주는 밀맥주로 호가든이랑 비슷하게 시트러스 향이 살짝 났다. 내 취향은 사진 순서대로. 고비 > 버르기오 > 생구르 > 히어.. 2023. 9. 4.
4-2. 조용한 시골 마을 자르갈란트 하늘이 가까워서 구름의 그림자까지 또렷하게 보이는 초원을 한참 달리다가 자그마한 시냇물이 흐르는 언덕에 멈춰 섰다. 예쁘다며 감탄을 내뱉는 우리를 보고 기사님이 차를 돌려세워주신 것.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기사님은 장거리 운전에 피곤하신 초원에 드러누워 쉬셨다. 길을 건너는 말 떼를 뚫고 지나가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초원을 휴게소로 쓰는 것도 그렇고 몽골 사람들은 자연과 진정으로 어울려 살 줄 아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자연과 사람을 진심으로 동등한 위치에 두고 생각하는 사람들 같다고 할까? 예쁜 초원을 보면서 감탄하며 사진도 찍고 맑은 개울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며 우리도 뻐근해진 몸을 풀고 잠시 쉬었다. 그리고 기사님의 허락을 받아 푸르공에 올라가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맑은 하늘 아래에 선 .. 2023. 9. 3.
4-1. 여긴 유제품 천국이야 이틀 동안 머물렀던 천국 같은 홉스골을 떠날 시간이 왔다. 7시에 아침을 먹고 8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너무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곳. 우리에게도 바다가 된 홉스골을 떠나야 한다는 게 몹시 아쉬워서 아침 일찍 일어나 호수를 한 번 더 보고 가기로 했다. 게르 문을 나서니 바로 앞에 소가 와 있었다. 이게 바로 몽골이지. 홉스골에 오기 전에는 호숫가에서 조깅을 하고 싶다는 로망 같은 것이 있었는데(운동용 레깅스도 챙겨 간, 로망에 진심인 사람) 솔직히 몽골은 길이 너무 안 좋아서 조깅을 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웠다. 풀밭의 풀은 길이가 길고 야크나 소들이 출퇴근하면서 똥이 널려 있었기 때문에 걷는 것도 똥을 피해 다니느라 더뎠다. 호숫가는 자갈밭이라 역시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잘못 .. 2023.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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