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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노르웨이 3대 트레킹 도장깨기

3-1.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 오슬로 돌아보기

by 이냐니뇨 2017. 7. 25.

오슬로에서의 첫 날이 밝았다.

쾌적한 방에서 잘 자고 일어났지만, 아직도 유심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밖은 흐렸다.

 

와이파이가 되는 숙소에서 이것 저것 알아보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았고, 유심을 구입한 회사에도 문의를 넣어보았지만 모르겠다는 말 뿐이었다.

한참을 씨름해도 해결이 되지 않기에 어차피 여행 일정 중에는 디지털 디톡스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다 어제 지도도 얻었으니, 더이상 유심에 연연하지 않기로 하고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사실 오슬로에서는 크게 기대하는 바가 없었다.

여행을 다니다 보니 수도에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그 나라의 진짜 매력은 다른데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슬로의 살인적인 물가에 대해 익히 듣고 온 터라 딱히 맛집을 찾아가 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내가 오슬로에서 보고 싶었던 두 가지는, 겨울왕국(Frozen) 영화 속에 나오는 아렌델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아케르후스(Akershus) 요새와 절규로 유명한 화가 뭉크(Munch)의 그림이었다.

 

 

 

 

 

 

여행의 첫 일정은 아케르후스 요새와 성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곳은 겨울왕국 아렌델 성의 모티브가 된 곳이기도 하고 오슬로의 군사 시설이기도 하다.

 

넓은 잔디밭과 영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것 같은 아기자기한 성의 모습이 요새의 높은 벽과 무기 모형과 공존하고 있다.

그 옛날에는 적들의 침공을 막아내기 위해 망을 보기 위해 만든 높은 요새겠지만, 관광객이 그 가장자리에 서서 바라보았을 땐 드넓은 바다가 보이고 도시의 풍경이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전망대였다.

 

 

아직 주말이 되지 않아서인지 그리 이른 시간에 간 것이 아닌데도 도시는 한적했고 이 요새와 성을 내가 전세낸 것 처럼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나중에 길을 나서고 보니 그제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나에겐 더없는 행운으로 여겨졌다.

 

 

 

 

 

 

오슬로는 꽤나 작은 도시라 관광 책자를 보았을 때는 하루 일정 동안 트램을 여러 번 타야 할 것 같았지만 막상 다녀보니 비겔란 공원을 빼면 걸어서도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거리였다.

 

나는 요새에서 나와 바닷가를 따라 걷다가 오슬로의 랜드마크인 오페라 하우스에 들러보기도 하고, 칼 요한 거리를 따라 걷다 국립극장, 노르웨이 왕궁과 시청사도 들러보았다.

이렇게 시내를 둘러보며 든 생각은 노르웨이는 참 깔끔하고 평화롭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유럽의 관광도시들에 비해 관광객이 현저히 적어서 더욱 여유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건물들이 아주 화려하지 않고 깔끔하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왕궁이 특히 그랬다.

왕궁은 특별한 장식도 없는데다 왕궁 주위의 정원도 특별히 화려하게 꾸며놓지 않아서 노르웨이 국기가 없었다면 왕궁이 아니라고 생각할 뻔 했다.

다만 정원이 깔끔하고 꽤 넓어서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머물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해 두었다.

 

 

 

 

 

 

이렇게 오전 일정을 마친 나는 오슬로 역 근처에 있는 쌀국수 집, Lille Saigon으로 향했다.

큰 길에 없어서 찾기 쉬웠던 것은 아니지만 흰 간판에 빨간 글씨로 이름이 크게 쓰여있어 놓치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매우 친절한 베트남 부부가 운영하는 쌀국수집인데 양도 많고 맛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무엇보다도 쌀쌀한 날씨에 뜨끈한 국물이 절실하던 참이었다.

 

이 곳의 쌀국수는 무척 맛이 좋았다.

고기도 푸짐하게 들어있고 국물이 조금 짜긴 했지만 아주 진해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여유롭게 다니려 했건만 날이 추워서 벤치에 오래 앉아있기 힘들었기 때문에, 오전 내내 걸어다닐 수밖에 없던 나의 다리를 쉬게 할 수 있어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오후 일정도 정리하고 일기와 가계부도 쓰면서 오전을 추스르고 이내 나온 친숙한 음식에 괜히 위로받은 시간이었다.

 

 

 

 

 

 

휴, 다른 곳보다 저렴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이 곳에서 먹은 단품 쌀국수 한 그릇의 값이 2만원에 육박한다.

아직 물가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가격을 계산해보며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곳은 음료를 시키지 않아도 물은 공짜로 주어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배를 채웠으니 오후 일정을 다시 힘차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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