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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울란바토르 프라이빗 투어 울란바토르는 교통 체증으로 악명이 높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은 책 내용에 따르면 인구는 터질 듯이 많은데 그 인구를 수용할 만큼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택시도 정규 택시가 있거나 우버가 발달한 게 아니고 개인 승용차를 택시처럼도 사용한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행자에게는 최악이라고 밖엔. 사실상 조금 먼 곳으로 이동하려면 선택권이 택시 밖에 없는데 혼자 여행하는 입장에선 그게 꽤나 불안한 요소라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마침 돈을 밝히는(점심을 먹으면서도 열받는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자세히 쓰지 않겠다.) 기사님을 만난 건 운명처럼 여겨졌다. 차라리 이 기회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뜻밖의 프라이빗 투어를 문의하게 되었다. 울란바토르에서 내가 가보고 싶었던.. 2023. 12. 10.
10-2. 몽골이 체질 여행사에서 일찍 오기 힘들다고 한 덕분에 꽉 채운 1박 2일을 보내고 나왔다. 비 오는 어젯밤 내내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역시 변덕스러운 몽골의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게 개어 있었다. 정말 알 수 없는 곳이다. 오늘은 어제 비 맞으며 말을 타느라 보지 못했던 천진벌덕(Tsonjin Boldog) 기마상에 오늘 데려다주신다고 했다. 운전기사 겸 가이드님이 오셔서 날 데려다 주기로 했다. 보자마자 나한테 차비를 달라는 둥 가이드비를 달라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하셔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마주친 회사의 다른 분 덕분에 잘 정리가 되었다. 그래도 보자마자 돈 얘기를 꺼내는 게 기분 좋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런 분과 1:1로 있어야 하다니. 어쨌든 날씨도 좋고 기왕 온 김에 천진벌덕 기마상도 보고 가면 나쁠 거 .. 2023. 11. 12.
10-1. 구름 맛집 몽골 새벽녘에 별을 볼 수 있을까 싶어 눈을 몇 번 떠봤지만 게르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다시 잠들길 몇 차례. 잦아든 빗소리에 희망차게 눈을 떴을 땐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신나서 밖을 봤지만, 지금은 여름. 머지않아 해가 떠오를 시간이었다. 게르에서 자는 마지막 기회라 하늘 가득한 별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샛별 하나만 한쪽에서 반짝일 뿐이었다.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 비는 그쳤지만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다. 그래도 한 쪽 하늘이 열리는 것 같길래 일출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고 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봤는데(캠프에선 다른 할 일도 없다), 야속하게도 몽골의 하늘은 나에 그것조차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한참을 서 있었다. 손님이 나 하나뿐이었고, 울란바토르에서 특.. 2023. 10. 29.
9-4. 밤에 게르에서 혼자 하루가 유난히 길었다. 당장 하고 싶은 건 역시 뜨거운 물로 씻고 뽀송한 옷으로 갈아입는 것. 한국에서는 사소한 일상이지만 몽골에선 그렇지 않다(플래그🚩). 온수가 있으면 감사해야 하는 곳, 공용 샤워장에 옷을 가지고 가서 씻다 보면 옷이 눅눅해지는 곳이 바로 몽골이다. 게다가 밖에는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었다. 우산을 들고나가기가 번거로워서 비가 잦아들고 난 뒤에 씻으러 가고 싶었지만 젖은 옷을 계속 입고 있기엔 너무 추워서 더 기다릴 수 없어 길을 나섰다. 알고 보니 날씨 때문인지 휴가 성수기가 지나고 있기 때문인지 캠프 전체에 손님이 거의 없는 둣했다. 여행사에서도 알아서 놀라고 나를 두고 갔고, 내일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비가 오니 어차피 캠프파이어는 없었겠지만 한 명만 예약하면 손해를 본다.. 2023. 10. 22.
9-3. 드디어 테를지 국립공원 투어 쫄딱 젖은 상태였지만 투어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아 젖은 채로 다음 일정을 향해 가야 했다. 홉스골에 같이 갔던 가이드님이었다면 추울까 봐 걱정해 주면서 옷 갈아입을 시간을 마련해주려고 하셨을 것 같은데, 이번 투어사는 세심한 배려가 몹시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 일정에 지장을 주기도 뭣해서 따로 말씀드리진 않고 나머지 일정을 소화한 뒤에 숙소에서 잘 쉬기로 했다. 다행히 빗줄기가 말을 탈 때보다 약해져서 더 젖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저녁시간 전까지의 일정은 거북바위와 기념품샵, 아리야발(Aryapala) 사원이었다. 사실 테를지는 울란바토르에서 가까운 곳이고 관광지라는 인식이 강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를 많이 찾아보지 않고 갔었다. 그 와중에 투어 진행을 하면서 설명이.. 2023. 10. 20.
9-2. 날씨 요괴의 말타기 점심을 먹고 나서 원래 일정은 천진벌덕(Tsonjin Boldog) 기마동상 투어였다. 우리가 위치한 테를지 공원 다른 쪽에 위치한 동상이라 왕복 50km 정도, 그러니까 왔다 갔다 1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투어 가이드님이 젊은 사람들은 그냥 말을 2~3시간 실컷 타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여기에서 젊은 사람들이란 나와 함께 작은 승용차를 타고 온 일행. 다행히 그분들도 승마에 호의적이라서 혼자 말을 타는 재앙은 없었다. 홉스골에서 1시간 산책하듯 타는 게 아쉬웠던 나는, 꽤 멀리 있는 개울가까지 달려가볼 수 있다는 말에 냉큼 말을 타겠다고 했다. 승마 체험은 시간 당 35,000 투그릭이었는데 투어사에서 따로 흥정을 해주거나 신경 써주시지는 않고 알아서 마부 분들께 내라고, 승마 체험 신.. 2023. 10. 14.
9-1. 새로운 여정의 시작(테를지 국립공원) 아침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하는 친구들은 새벽에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큰 숙소에서 나 혼자 맞는 아침이 낯설게 느껴졌다. 혼자 하는 여행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내내 깔깔대며 같은 공간에서 하루종일 같이 있던 친구들이 나가고 나자 이 적막이 낯설고 쓸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숙소가 너무 좋아버리는 바람에 평화롭고 여유로운 아침이기도 했다. 몽골의 아침이니 따뜻한 차를 끓여 마시며 한국으로 부칠 엽서를 쓰고, 어제저녁에 편의점에 가서 궁금해서 사보았던 요구르트로 아침을 해결했다. 비트와 오이맛이라고 하는 게 신기해서 사봤는데, 생각보다 익숙한 요구르트 맛이었다. 색깔만 비트 색인 게 달랐을 뿐. 과일맛과는 달리 단 맛이 없었지만 오히려 아침으로 먹기엔 건강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매일 비슷한 조식.. 2023. 10. 2.
8-3. 도시 기행 2편(더불 샤부샤부) 쇼핑을 마치고 저녁 예약 시간까지 좀 남아서 덤으로 시내관광을 할 수 있었다. 투어 일정의 마지막 날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 몹시 기분이 좋았다. 달달거리는 푸르공을 타고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갔다. 국영백화점에서 수흐바타르 광장까지는 걸어서도 갈 수 있을만한 거리인데, 걸어서도 차를 타고도 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참고로 차를 타고 가는 게 더 오래 걸릴 때도 많다고 한다). 시내 한복판에 큰 광장이 있고 그 앞에는 몽골 정부청사가 있는 데다 광장에 칭기즈 칸 동상이나 수흐바타르 장군 동상이 있는 게 광화문 광장이랑 몹시 비슷했다(알고 보니 비슷한 건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비슷한 점은 다른 기회에...). 심지어는 한쪽에 푸드트럭 존이 있었는데 떡볶이도 팔고 있었다. 나 벌써 한국에 온 건가?.. 2023. 9. 30.
8-2. 도시 기행 1편(국영백화점 쇼핑) 쇼핑을 마친 뒤 이제 진짜 울란바토르 시내로 입성한다. 첫날 공항에서 내린 것 말고는 울란바토르에는 처음 가보는 거였는데, 그동안 봐온 몽골의 모습과는 달리 몹시 현대적이었고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낯설었다. 일주일 동안 주변엔 산과 초원 밖에 없는 풍경에 익숙해져서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삭막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우리와 함께 해 온 낡은 푸르공도 울란바토르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누가 봐도 관광객이다 싶은지 시선을 주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울란바토르 국영백화점은 몽골에서 규모가 가장 큰 백화점으로(그렇지만 5층 규모), 다양하고 질 좋은 기념품을 판매한다. 공산주의 시절에 나라에서 만들어 운영한 백화점이었는데, 100년이나 된 유서 깊은 건물이며 울란바토르에게는 상징적인 곳이라고 할 .. 2023. 9. 28.
8-1.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비 팩토리 쇼핑 후기) 친구들 그리고 가이드님, 기사님과 함께하는 투어의 마지막 날. 밤새 내린 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오락가락하는 비에 날이 꽤 추워서 7월인데도 긴팔, 긴바지를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몽골은 7월이 가장 덥다고 하는데, 가장 더운 계절도 이런 날씨라니 겨울은 얼마나 추울지 상상이 안 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플립이나 폴드처럼 접히는 핸드폰은 한겨울 날씨에 액정이 깨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나마 날이 습하지 않아서 체감 온도는 실제보다 높은 편이라곤 한다. 하얗게 눈이 쌓인 몽골의 겨울도 너무 아름다울 것 같아 궁금하면서도,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감히 와보겠다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오늘도 캠프에서 간단히 조식을 먹고 출발한다. 여행자 캠프의 조식은 대부분 짠 것처럼 계란, 빵, 소시지, 오.. 2023. 9. 27.
7-3. 날씨요정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여유를 부리는 와중에 점점 구름이 몰려드는 것이 보였다(저 먼 곳의 구름까지도 훤히 보이는 몽골). 바람이 점점 많이 불고 살에 닿는 느낌이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어째 구름이 끼는 곳이 사막 쪽이라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산책길은 더 가면 너무 멀리까지 가게 될 것 같아서 우리는 길을 되돌아와 조금 일찍 식사 장소인 한보즈(Khaan Buuz) 휴게소로 가서 카페에 앉아 있기로 했다. 그동안 의외로 마냥 여유를 즐기기엔 빠듯한 일정이기도 했고 몽골에서는 시원한 음료를 사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더더욱 없어서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나는 커피를 안 마시지만 같이 간 친구들은 기회만 되면 아아 찾는 한국인들). 휴게소는 우리나라와 비슷하.. 2023. 9. 25.
[안다즈 호캉스 1박 2일] 안다즈 조식, 피트니스 센터 후기 편안한 침대에서 꿀잠을 자고 일어났다. 집에서보다 이곳에서 출근 거리가 훨씬 짧았기 때문에 아침 시간의 여유를 즐겨보기로 했다. 평소 출근 준비 시간에 일어나 지하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한 뒤 조식을 뿌시기로 한다. 같이 간 동생은 운동에 관심이 영 없어서 더 자게 두고 혼자 내려갔다.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는 지하 2층에 있다. 물은 프론트에 잔뜩 있으니 따로 챙겨갈 필요 없고 옷이랑 신발은 챙겨 갔다. 피트니스 센터는 생각보다 작았다. 스트레칭할 공간도 충분하지 않고 운동기구가 다양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기본적인 운동기구들은 있어서 몇몇 사람들이 이미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 바람에 민폐가 될까 봐 사진을 많이 찍진 못했다. 월요일 이른 아침에는 여유로웠는데 주말 아침에는 자리가 .. 2023. 9. 23.
7-2. 그렇게 몽골인이 된다 점심은 근처에 있는 몽골 식당에서 먹었다. 식문화가 크게 발달하지 않은 몽골은 전통 요리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이제는 대부분의 음식을 한 번씩 맛본 것 같았다. 사실 나는 극강의 경험주의자라, 식당마다 메뉴판 도장 깨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시골이라 그런 건지 가는 식당마다 메뉴판에 있는 메뉴를 다 시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메뉴판을 보고 어떤 메뉴를 시킬 수 있는지 물어본 뒤에야 주문할 수 있는 것이다. 시골이라 식재료 조달이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해 본다. 식당마다 주문할 수 있는 건 비슷했다. 쵸이왕(볶음면)이랑 고야쉬(굴라쉬), 호쇼르 같은 것. 오늘의 새로운 요리는 (또) 양고기로 끓인 몽골식 칼국수, 고릴테 슐. 몽골어(키릴 문자)로 된 메뉴판은 읽을 엄두도 나지 않았는데.. 2023. 9. 22.
7-1. 몽골 관광객의 하루 : 에르덴 조 사원과 전통 옷 체험 아침 식사는 몽골의 아이스티가 맞아주었다. 아침마다 따뜻한 차를 마시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시원한 아이스티라니. 어느덧 아침에 마시는 시원한 음료가 어색해진 몽골 적응자. 역시 많이 달지 않아서 맛있었고 아침에 먹기 부담도 없었다. 병뚜껑에 감성 문구가 (몽골어가 아닌 영어로) 쓰여 있어서 괜히 추억이 방울방울 샘솟는 아침. "네가 없으면 똑같지 않다"니. 병뚜껑에 쓰기엔 너무 감성적이다 싶었긴 하지만. 일정 중 처음으로 관광지에 가는 날이었다. 우리가 갈 곳은 에르덴 조 사원. 티베트 불교 사원이다. 이 사원이 있는 도시인 오보르항가이(Övörkhangai)가 몽골 제국의 옛 수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몽골의 국가 종교를 티베트 불교로 지정하게 되면서 수도에 큰 불교 사원을 만들었다. 티베트 불교라는.. 2023. 9. 21.
[안다즈 호캉스 1박 2일] 한강 라면과 안다즈 디럭스룸, 수영장 후기 호텔에서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밥을 먹고 서둘러 호텔로 향했다. 까폼에서 걸어서 약 20분 정도. 가는 길에 러쉬에 들러 입욕제도 샀다. 호캉스의 꽃은 반신욕이지! 안다즈는 압구정역 바로 앞이라 찾기 좋았다. 오래된 동네가 주변이 낡았고 한강도 바로 앞은 아니라 뷰가 훌륭한 곳은 아니었지만 근처에 맛집도 많고 지하철역이 건물 지하상가와 연결되어 있어서 놀기 좋은 곳에 있었다.  방도 널찍하고 욕조도 크게 잘 되어 있고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라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클래식한 인테리어보다는 부티끄 호텔 같은 현대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마음에 들었다. 한강 방향으로 창이 나 있기는 했지만 한강은 하나도 안 보였고 대신 남산은 잘 보였다. 미니홈바도 있는데 간단한 과자랑 냉장고 안에 들어 있.. 2023.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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