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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몽골몽골, 우리의 여름

8-2. 도시 기행 1편(국영백화점 쇼핑)

by 이냐니뇨 2023. 9. 28.

쇼핑을 마친 뒤 이제 진짜 울란바토르 시내로 입성한다. 첫날 공항에서 내린 것 말고는 울란바토르에는 처음 가보는 거였는데, 그동안 봐온 몽골의 모습과는 달리 몹시 현대적이었고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낯설었다. 일주일 동안 주변엔 산과 초원 밖에 없는 풍경에 익숙해져서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삭막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우리와 함께 해 온 낡은 푸르공도 울란바토르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누가 봐도 관광객이다 싶은지 시선을 주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울란바토르 국영백화점은 몽골에서 규모가 가장 큰 백화점으로(그렇지만 5층 규모), 다양하고 질 좋은 기념품을 판매한다. 공산주의 시절에 나라에서 만들어 운영한 백화점이었는데, 100년이나 된 유서 깊은 건물이며 울란바토르에게는 상징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많이 찾았다. 한국어를 가장 많이 들은 곳이기도 했다. 사람이 많고 공간이 협소한 곳이라 소매치기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가이드님도 계속해서 가방을 잘 보고 있으라고 주의를 주셨다. 내가 총무 역할을 하고 있어서 같이 쓸 현금을 다 들고 있었기 때문에 긴장이 되었다.

 

1층 입구 쪽에는 화장품 매장이 있고, 안쪽에는 식료품점이 있어 술이나 초코렛 같은 선물을 사기 좋다. 6층으로 가면 낙타 인형이나 게르 인형, 크로스백, 엽서 같은 기념품들이 잔뜩 있다(우표는 없어서 우체국에서 사야 한다). 시골에서 본 것보다 훨씬 퀄리티 좋은 물건들이 많았는데, 그만큼 가격이 더 비쌌다.

 

 

건조한 나라라 보습 제품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 몽골의 화장품 브랜드인 라무르(Lhamour) 매장에 갔다. 핸드크림, 풋크림, 립밤 같은 다양한 보습 제품들이 있었고 가격도 저렴했다. 선물하기 딱 좋게 작은 사이즈의 제품이 많이 있었다.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그 옆에 몽골 화장품 브랜드가 하나 더 있었는데, 거기엔 배스쏠트랑 풋쏠트가 있었다. 몽골 서쪽 알타이 산맥 쪽에는 암염이 있어서 소금도 꽤나 유명한데, 마침 하나 사려던 참이라 여기서 시벅톤 쏠트를 충동구매해서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

 

 

 

마트에는 역시 다양한 보드카가 있었다. 러시아산 보드카도 많으니 원산지를 잘 살펴보고 살 것. 하지만 글자를 읽기 쉽지 않으니 유명한 몽골 보드카 몇 가지를 알아가면 좋다. 타이가(Tahga, 가을맛이 유명), 소욤보(Soyombo, 몽골 국기 모양), 에덴(Eden, 나 혼자 산다 보드카), 징기스(Chinggis, 화이트/골드) 등이 유명하고 선물용으로도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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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도 다양한 종류가 있었지만 대부분 수입산이었다. 가이드님께 부탁드려서 몽골에서 만든 와인을 찾아봤는데, 역시 몽골 와인은 초코인가보다. 먹었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디저트 와인(초코맛, 아래 사진)을 찾게 됐다. 몽골 사람들은 왜 하필 초코맛 와인을 만든 걸까? 선뜻 이해가 되진 않는 조합이었지만 귀엽게 느껴졌다. 여유가 있었다면 한 병 더 사서 마셔봤을 텐데.

 

 

 

한쪽에는 몽골 초코렛들이 잔뜩 있었다. 대부분 맛있었는데 사 먹어 보니 꿀 필링이 들어있는 초콜릿은 좀 오묘한 맛이라 별로였다. 고비 초콜릿이나 게르 초콜릿이 무난하고, 링곤베리나 시벅톤 필링이 들어 있는 초콜릿이 특색 있고 맛도 있었다. 몽골에만 있는 특별한 맛의 필링이니 기념품으로 추천한다.

 

몽골에서 나는 과일이 많지 않기 때문인지 링곤베리랑 시벅톤에 진심인 마트. 잼도 있고 주스도 있다. 친구는 조식으로 나왔던 링곤베리 잼의 맛을 잊지 못하고 아쉬운 대로 공산품 잼이라도 사서 갔다. 맛있게 먹었는 지 물어봐야겠다.

 

수제 사탕 시식도 하고 있었는데 과일 맛이 진하고 정말 맛있었다. 대부분의 몽골의 군것질 거리나 디저트 종류는 많이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정말 맛있었다.

 

 

 

 

고비 팩토리보다 국영백화점을 둘러보며 훨씬 신난 우리들. 한참을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채운 뒤 1시간 만에 6층에 입성한다. 몽골스러운 디자인의 엘리베이터 내부. 사람들이 빽빽하게 타니 여기에서도 가방을 잘 지키고 있어야 한다. 가이드님은 관광객인 걸 알면 좋지 않으니 가급적 말을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말을 안 하는 것도 우리에겐 어려운 일일뿐더러 어차피 구경하는 게 딱 봐도 관광객이었을 거다.

 

몇 년 전 국영백화점에서 큰 화재가 나서 복원했다고 하는데, 6층 엘리베이터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일부러 지난 일을 기억하기 위해 일부 현장을 보존한 것이라고 하는데, 철근이 녹고 벽채가 무너질만큼 큰 불이었다고 한다. 지난 일을 기억하기 위해 흔적을 남겨두는 건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6층에는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많았다. 스노우볼이나 목각인형 같은 예쁜 쓰레기 같은 것도 많았는데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작은 게르 모형을 하나 샀다. 낙타털로 만든 보온 신발이랑 전통의상, 가방 같은 것도 있었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웃긴 모자들도 있었다. 몽골 장기도 있었는데 장기말들이 인형으로 되어 있어서 몹시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온갖 것들을 보며 귀엽다를 남발한 곳이었지만 극강의 자제력을 발휘해서 몇 개만 사 왔다. 나 자신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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