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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몽골몽골, 우리의 여름

8-1.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비 팩토리 쇼핑 후기)

by 이냐니뇨 2023. 9. 27.

 
친구들 그리고 가이드님, 기사님과 함께하는 투어의 마지막 날. 밤새 내린 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오락가락하는 비에 날이 꽤 추워서 7월인데도 긴팔, 긴바지를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몽골은 7월이 가장 덥다고 하는데, 가장 더운 계절도 이런 날씨라니 겨울은 얼마나 추울지 상상이 안 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플립이나 폴드처럼 접히는 핸드폰은 한겨울 날씨에 액정이 깨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나마 날이 습하지 않아서 체감 온도는 실제보다 높은 편이라곤 한다. 하얗게 눈이 쌓인 몽골의 겨울도 너무 아름다울 것 같아 궁금하면서도,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감히 와보겠다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오늘도 캠프에서 간단히 조식을 먹고 출발한다. 여행자 캠프의 조식은 대부분 짠 것처럼 계란, 빵, 소시지, 오이랑 방울토마토, 그리고 따뜻한 차가 나오는 것 같다. 이제는 익숙해진 아침 식사. 차를 마시는 문화 때문에 항상 큰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준비해주시니 옆 테이블에서 아침을 먹는 한국인 일행 분들은 컵라면을 가져와 먹기도 했다. 나로서는 왠지 같이 해 먹는 게 아니고 준비해 주시는 식사에 뭘 더 가져오기가 뭣해서 계속 주는 대로 먹었던 것 같다. 점심, 저녁은 뭐가 나올지 미리 알고 가는 것도 아니니 뭘 챙겨서 가야 할지 모르겠기도 했고.
 
끼니마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찻물이 나온다는 것. 몽골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일에 매력을 느낀 우리는 장을 볼 때 차를 하나 사봤다. 심혈을 기울여 골랐던 블랙커런트 티. 마지막 날이니 잊지 않고 챙겨 나가서 아침과 함께 먹어봤는데, 달짝지근하고 향긋하니 맛이 좋았다.
 
 

 
 
오래된 우리의 푸르공은 엊저녁에 와이퍼가 망가졌다. 사막에서 숙소까지는 2~30분 남짓이라 천천히 운전해서 무리 없이 돌아왔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신 기사님이 미리 손을 보려고 하시는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이다. 우리는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와이퍼가 고장난 푸르공을 타고 도시로 향해야 했다. 오래되어 잘 닦지도 못하던 와이퍼인데, 그나마도 고장 나니까 몹시 불편하고 아쉽다. 비를 뚫고 운전해야 하는 기사님이 힘들어 보여서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마지막날이 되어 차가 고장 난 것은 다행이었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엘승타사르하이에서 울란바토르 시내로 이어지는 길이 통제되기도 한다고 했는데, 다행히 그정도로 비가 많이 온 것은 아닌가 보다. 와이퍼가 망가졌으니 천천히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어차피 푸르공이 대단한 속도를 내진 못하지만). 비가 오니 초원에 물이 많이 고이기도 해서 혹시나 가는 길이 위험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웠다.
 
 

 
 
계속 비가 내리는 바람에 가다 서서 앞 유리를 닦고 가기를 반복한 여정. 덕분에 일정이 지연되어 점심 때가 다 되도록 울란바토르에 도착할 순 없었다. 3시간 가까이 이동했는데 130~140km 정도를 겨우 갔을 뿐이었다. 시내까지 가면 어차피 너무 늦을 것 같고 힘든 기사님이 쉴 시간도 필요하니, 가는 길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울란바토르에 며칠 있을 거기도 하고, 관광지보단 진짜 현지의 맛을 더 경험해보고 싶은 나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게다가 며칠 사이에 푸르공의 시간에 익숙해져서 빨리 도착할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으므로 여유로운 마음으로 차에 앉아 있었다. 오히려 점점 현대적인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는 풍경을 보니 일정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게 실감이 나서 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마지막 날이라 잘 먹이고 싶었는지, 가이드님은 다 같이 나눠 먹을 호쇼르랑 따뜻한 우유차도 시켜 주시고 식사로는 모둠 세트 요리를 먹어보자고 하셨다. 우유차는 지난번에 먹어본 것과 달리 찻잎 없이 소금만 넣고 끓인 차였다. 사골 국물 같은 맛이 난다. 도시 쪽으로 오니 가공한 우유나 분유로 만드는지 기름기가 없어지고 맛도 세련되었다.
 
오늘도 푸짐하게 차려진 점심 한 상. 모둠 요리에는 우리나라의 사라다와 같은 몽골의 잔치 음식, 도시 샐러드, 밀가루 빵(국물을 찍어 먹으라고 주는 것 같다), 몇 번 봐서 익숙한 고야쉬와 양고기 뭇국이 있었다. 역시나 산더미만큼 나왔고. 가이드님이 우리가 호쇼르를 매번 맛있게 먹으니 일부러 더 시켜주신 것 같았는데, 그래서 배가 찢어질 것 같았지만 최대한 먹어치웠다. 다 먹고 난 뒤엔 가쁜 숨을 내쉴 정도였다. 살찌겠다.
 
몽골은 통통한 걸 예쁘게 생각한다고 하던데, 그래서 이렇게 많이씩 먹는 건가? 가이드님이나 기사님은 항상 깨끗하게 그릇을 싹 비우시는 걸 보면 이게 몽골 기준에는 1인분 양이 맞나 보다. 한국에선 어디 가서 잘 먹는다 소리 듣고 다니는 나였는데 몽골에선 소식좌가 된 것 같았다.
 
 

 
 
잊지 않고 시원하게 마실 것도 챙겨 주셨는데, 오늘 간 식당에는 사과맛 환타가 있었다. 처음 보는 맛에 깜찍한 유리병을 보니 이건 먹어야지, 싶어서 당장 한 병씩 집어 들었다. 귀여운 환타는 한 병에 한국 돈으로 천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이다. 도시에 가까워져서 그런가? 얼음장같이 차가운 온도였다. 그동안은 그렇게 찾아도 애매하게 시원하기만 했는데 시원한 날에야 그렇게 찾던 찬 음료를 먹어 봤다. 홉스골 호수의 물만큼이나 차가워서 목을 타고 넘어가는 액체가 다 느껴질 정도. 소화제로 딱이었다.
 
 

"ICE COLD"라니, 직관적이고 정직한 표시였다.

 
 
또다시 배 통통 두드리며 다음 일정을 향해 출발하는 우리. 울란바토르까지 30km 정도가 남아 있었는데 1시간이 좀 넘게 걸렸다. 게다가 울란바토르는 교통 체증으로 악명이 높은 도시. 처음에 도시를 만들 때 설계했던 것에 비하면 거의 3배의 인구가 울란바토르에 살고 있는 데다 대중교통 시스템도 좋지 않아, 이렇게 차가 막히는 도시가 탄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도시 근처로 가니 더더욱 이동에 속도를 내지 못해서 시간이 꽤나 걸렸다. 오늘 일정은 순조롭고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역시 여행이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드디어 오늘의 메인 일정 고비 팩토리 아웃렛에 도착했다. 창고형 매장으로 몹시 크고 공장에서 바로 조달해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 몽골에 염소를 많이 키우다 보니 캐시미어가 유명한데, 캐시미어 100%로 된 여러 가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목도리나 니트, 코트는 기본이고 헤어밴드나 양말 같은 액세서리도 있다. 그냥 캐시미어 100% 한 종류도 아니고, 오가닉 캐시미어라고 해서 더 비싼 것도 있었고 색상도 몹시 다양하게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땐 나담 축제 직후라 세일 기간이기도 했다.
 
 

 
 
사실 나는 캐시미어를 잘 관리할 자신도 없고 가족 기념품이나 몇 개 사면 되는 터라 크게 재미있진 않았다. 자유시간을 1시간 반 정도 주셨는데, 그냥 쓱 한 바퀴 돌고 말아서 시간이 남아돌았다. 그래도 매장이 크고 제품 종류가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팩토리 아웃렛에서는 오후 3시에 매장에서 자체 패션쇼도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았다. 머플러의 경우 5+1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6개까지 살 일이 없으니 나에겐 의미가 없었다. 유부녀인 친구들은 친정과 시댁에 드릴 선물까지 모두 사느라 쏠쏠한 쇼핑을 하고 나왔다.
 
할인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한국보다 캐시미어 가격이 저렴하고 예쁜 제품이 많았다. 코트나 재킷 중에 갖고 싶은 게 꽤 있었지만 터져나갈 것 같은 캐리어를 떠올리며 잘 참았다. 헤어밴드는 한화 기준으로 2~3만 원 정도, 양말도 1만 원 이상, 목도리나 스카프는 하나에 5~6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었다. 코트도 4~60만 원 선에서 살 수 있었으니 여유가 되면 확실히 합리적인 가격이긴 했다. 선물 구매하기 좋고 퀄리티도 좋아서 여유가 되면 가보는 것도 좋겠다.
 

💸 고비팩토리 쇼핑 TIP

5+1 제품은 반드시 같은 디자인, 같은 가격이 아니더라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같은 제품군으로  판매하는 제품에는 적용이 가능해서 패턴이 있는 것도 묶음 할인이 가능하기도 하고 매대 밖에 있는 제품도 할인 적용이 가능하니, 꼭 직원 확인을 해보고 구매하세요.

몽골에서 트래블월렛 카드로 결제를 하려면 한화에서 달러로 환전한 뒤, 외화 환전을 통해 달러를 다시 몽골 투그릭으로 환전해 채워두어야 합니다. 달러만 충전하면 결제가 불가하니, 사전에 투그릭을 준비하세요.

카운터에서 선물 포장을 따로 요청할 수도 있는데(유료) 기본 상품 포장도 더스트백에 하나하나 담아주시니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선물 포장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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