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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몽골몽골, 우리의 여름

9-3. 드디어 테를지 국립공원 투어

by 이냐니뇨 2023. 10. 20.

쫄딱 젖은 상태였지만 투어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아 젖은 채로 다음 일정을 향해 가야 했다. 홉스골에 같이 갔던 가이드님이었다면 추울까 봐 걱정해 주면서 옷 갈아입을 시간을 마련해주려고 하셨을 것 같은데, 이번 투어사는 세심한 배려가 몹시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 일정에 지장을 주기도 뭣해서 따로 말씀드리진 않고 나머지 일정을 소화한 뒤에 숙소에서 잘 쉬기로 했다. 다행히 빗줄기가 말을 탈 때보다 약해져서 더 젖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저녁시간 전까지의 일정은 거북바위와 기념품샵, 아리야발(Aryapala) 사원이었다. 사실 테를지는 울란바토르에서 가까운 곳이고 관광지라는 인식이 강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를 많이 찾아보지 않고 갔었다. 그 와중에 투어 진행을 하면서 설명이 전혀 되지 않아서 어떤 곳인지 알고 갈 수가 없었다.

 

 

거북바위는 테를지 공원 안쪽 길목에 서있는 커다란 바위였다. 바위 한 덩어리가 서있는데 그 규모가 커서 깜짝 놀랐다. 역시 몽골의 스케일. 사진에 잘 담기지 않을 만큼 크고 높았다. 비에 젖은 옷이 마르면서 추워진 나는, 귀국 전에 감기에 걸리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기온과 싸우느라 바위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그저 비가 더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

 

 

 

나중에 한국에 와서 찾아 보니 거북바위는 단순히 바위의 모양이 거북이 같이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워낙 바위가 크고 테를지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있다 보니 관광객들의 포토스폿이 된 것 같았다. 옆에는 꽤 큰 기념품샵이 있고, 이 쪽은 가죽제품이 유명하다고 했다. 지갑이나 키링 등 가죽으로 만든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기념 티셔츠도 있었는데 가격이 저렴하진 않았다. 괜찮은 조끼나 카디건이 있으면 하나 사려고 했는데 도저히 맘에 드는 게 없어 아쉽지만 그냥 나와야 했다. 고르느라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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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바위에서 인증샷을 찍고 기념품샵에 들렀다 나온 뒤에는 아리야발 사원으로 향했다. 거북바위가 있는 길에서 차를 타고 15분 정도 더 들어가면 사원이 나타났다. 비가 오다 말다 하는 날씨에 산에는 안개가 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운치 있고 예뻤다.

 

아리야발 사원은 부처님이 타고 다니셨다고 하는 코끼리를 형상화해 만들었다고 한다. 사원 건물에 올라가려면 긴 계단이 있는데(108계단이라고 함), 사원에서 계단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코끼리 얼굴과 코끼리 코를 닮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사원 안에 출렁다리도 있다고 하고 건물 밖에 늘어서 있는 통을 돌리면서 소원을 빌는 거라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다녀오라며 사원 이름 말고는 그런 이야기를 단 하나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걸 알 리가 없었던 우리는 아쉽게도 그냥 사원의 뜰을 산책하고 건물을 쓱 둘러보고 나와야 했다. 입장료 2000 투그릭을 냈는데, 큰돈은 아니지만 제대로 몬 게 없어서 아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내 인생에 과연 다시 갈 일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돌아온 게 아쉽다. 알고 안 한 것과 몰라서 못한 건 분명 다르니까. 몽골 여행은 투어 위주라서 공부를 많이 하고 가지 않았는데 조금 후회가 됐다. 다음에 또 다시 투어 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나도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고 가야지. 역시 여행을 할 때는 아는 만큼 보인다.

 

 

 

사원 입구 앞에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카페가 하나 있는데 날이 추워서 먹어볼 생각도 안 했다. 그저 빨리 숙소에 가서 따뜻한 물로 씻고 쉬고 싶을 뿐이었다. 다행히 여분 옷이 있던 일행이 나한테 바람막이를 빌려줘서 조금 살 만 했고 많이 고마웠다. 이번 여행에서 일행 복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짧은 투어 일정을 마치고 이제는 숙소로 갈 시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공원 안의 비포장 도로가 질퍽거리기 시작했다. 거의 개울이 만들어진 길을 보면서 차가 빠지면 어쩌나 두려움에 떨었는데 다행히 시간이 좀 더 걸렸을 뿐 사고 없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쉴 일만 남은 줄 알았으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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