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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40

9-4. 밤에 게르에서 혼자 하루가 유난히 길었다. 당장 하고 싶은 건 역시 뜨거운 물로 씻고 뽀송한 옷으로 갈아입는 것. 한국에서는 사소한 일상이지만 몽골에선 그렇지 않다(플래그🚩). 온수가 있으면 감사해야 하는 곳, 공용 샤워장에 옷을 가지고 가서 씻다 보면 옷이 눅눅해지는 곳이 바로 몽골이다. 게다가 밖에는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었다. 우산을 들고나가기가 번거로워서 비가 잦아들고 난 뒤에 씻으러 가고 싶었지만 젖은 옷을 계속 입고 있기엔 너무 추워서 더 기다릴 수 없어 길을 나섰다. 알고 보니 날씨 때문인지 휴가 성수기가 지나고 있기 때문인지 캠프 전체에 손님이 거의 없는 둣했다. 여행사에서도 알아서 놀라고 나를 두고 갔고, 내일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비가 오니 어차피 캠프파이어는 없었겠지만 한 명만 예약하면 손해를 본다.. 2023. 10. 22.
9-3. 드디어 테를지 국립공원 투어 쫄딱 젖은 상태였지만 투어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아 젖은 채로 다음 일정을 향해 가야 했다. 홉스골에 같이 갔던 가이드님이었다면 추울까 봐 걱정해 주면서 옷 갈아입을 시간을 마련해주려고 하셨을 것 같은데, 이번 투어사는 세심한 배려가 몹시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 일정에 지장을 주기도 뭣해서 따로 말씀드리진 않고 나머지 일정을 소화한 뒤에 숙소에서 잘 쉬기로 했다. 다행히 빗줄기가 말을 탈 때보다 약해져서 더 젖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저녁시간 전까지의 일정은 거북바위와 기념품샵, 아리야발(Aryapala) 사원이었다. 사실 테를지는 울란바토르에서 가까운 곳이고 관광지라는 인식이 강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를 많이 찾아보지 않고 갔었다. 그 와중에 투어 진행을 하면서 설명이.. 2023. 10. 20.
9-2. 날씨 요괴의 말타기 점심을 먹고 나서 원래 일정은 천진벌덕(Tsonjin Boldog) 기마동상 투어였다. 우리가 위치한 테를지 공원 다른 쪽에 위치한 동상이라 왕복 50km 정도, 그러니까 왔다 갔다 1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투어 가이드님이 젊은 사람들은 그냥 말을 2~3시간 실컷 타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여기에서 젊은 사람들이란 나와 함께 작은 승용차를 타고 온 일행. 다행히 그분들도 승마에 호의적이라서 혼자 말을 타는 재앙은 없었다. 홉스골에서 1시간 산책하듯 타는 게 아쉬웠던 나는, 꽤 멀리 있는 개울가까지 달려가볼 수 있다는 말에 냉큼 말을 타겠다고 했다. 승마 체험은 시간 당 35,000 투그릭이었는데 투어사에서 따로 흥정을 해주거나 신경 써주시지는 않고 알아서 마부 분들께 내라고, 승마 체험 신.. 2023. 10. 14.
9-1. 새로운 여정의 시작(테를지 국립공원) 아침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하는 친구들은 새벽에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큰 숙소에서 나 혼자 맞는 아침이 낯설게 느껴졌다. 혼자 하는 여행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내내 깔깔대며 같은 공간에서 하루종일 같이 있던 친구들이 나가고 나자 이 적막이 낯설고 쓸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숙소가 너무 좋아버리는 바람에 평화롭고 여유로운 아침이기도 했다. 몽골의 아침이니 따뜻한 차를 끓여 마시며 한국으로 부칠 엽서를 쓰고, 어제저녁에 편의점에 가서 궁금해서 사보았던 요구르트로 아침을 해결했다. 비트와 오이맛이라고 하는 게 신기해서 사봤는데, 생각보다 익숙한 요구르트 맛이었다. 색깔만 비트 색인 게 달랐을 뿐. 과일맛과는 달리 단 맛이 없었지만 오히려 아침으로 먹기엔 건강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매일 비슷한 조식.. 2023. 10. 2.
8-3. 도시 기행 2편(더불 샤부샤부) 쇼핑을 마치고 저녁 예약 시간까지 좀 남아서 덤으로 시내관광을 할 수 있었다. 투어 일정의 마지막 날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 몹시 기분이 좋았다. 달달거리는 푸르공을 타고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갔다. 국영백화점에서 수흐바타르 광장까지는 걸어서도 갈 수 있을만한 거리인데, 걸어서도 차를 타고도 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참고로 차를 타고 가는 게 더 오래 걸릴 때도 많다고 한다). 시내 한복판에 큰 광장이 있고 그 앞에는 몽골 정부청사가 있는 데다 광장에 칭기즈 칸 동상이나 수흐바타르 장군 동상이 있는 게 광화문 광장이랑 몹시 비슷했다(알고 보니 비슷한 건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비슷한 점은 다른 기회에...). 심지어는 한쪽에 푸드트럭 존이 있었는데 떡볶이도 팔고 있었다. 나 벌써 한국에 온 건가?.. 2023. 9. 30.
8-2. 도시 기행 1편(국영백화점 쇼핑) 쇼핑을 마친 뒤 이제 진짜 울란바토르 시내로 입성한다. 첫날 공항에서 내린 것 말고는 울란바토르에는 처음 가보는 거였는데, 그동안 봐온 몽골의 모습과는 달리 몹시 현대적이었고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낯설었다. 일주일 동안 주변엔 산과 초원 밖에 없는 풍경에 익숙해져서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삭막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우리와 함께 해 온 낡은 푸르공도 울란바토르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누가 봐도 관광객이다 싶은지 시선을 주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울란바토르 국영백화점은 몽골에서 규모가 가장 큰 백화점으로(그렇지만 5층 규모), 다양하고 질 좋은 기념품을 판매한다. 공산주의 시절에 나라에서 만들어 운영한 백화점이었는데, 100년이나 된 유서 깊은 건물이며 울란바토르에게는 상징적인 곳이라고 할 .. 2023. 9. 28.
8-1.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비 팩토리 쇼핑 후기) 친구들 그리고 가이드님, 기사님과 함께하는 투어의 마지막 날. 밤새 내린 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오락가락하는 비에 날이 꽤 추워서 7월인데도 긴팔, 긴바지를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몽골은 7월이 가장 덥다고 하는데, 가장 더운 계절도 이런 날씨라니 겨울은 얼마나 추울지 상상이 안 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플립이나 폴드처럼 접히는 핸드폰은 한겨울 날씨에 액정이 깨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나마 날이 습하지 않아서 체감 온도는 실제보다 높은 편이라곤 한다. 하얗게 눈이 쌓인 몽골의 겨울도 너무 아름다울 것 같아 궁금하면서도,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감히 와보겠다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오늘도 캠프에서 간단히 조식을 먹고 출발한다. 여행자 캠프의 조식은 대부분 짠 것처럼 계란, 빵, 소시지, 오.. 2023. 9. 27.
7-3. 날씨요정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여유를 부리는 와중에 점점 구름이 몰려드는 것이 보였다(저 먼 곳의 구름까지도 훤히 보이는 몽골). 바람이 점점 많이 불고 살에 닿는 느낌이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어째 구름이 끼는 곳이 사막 쪽이라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산책길은 더 가면 너무 멀리까지 가게 될 것 같아서 우리는 길을 되돌아와 조금 일찍 식사 장소인 한보즈(Khaan Buuz) 휴게소로 가서 카페에 앉아 있기로 했다. 그동안 의외로 마냥 여유를 즐기기엔 빠듯한 일정이기도 했고 몽골에서는 시원한 음료를 사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더더욱 없어서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나는 커피를 안 마시지만 같이 간 친구들은 기회만 되면 아아 찾는 한국인들). 휴게소는 우리나라와 비슷하.. 2023. 9. 25.
7-2. 그렇게 몽골인이 된다 점심은 근처에 있는 몽골 식당에서 먹었다. 식문화가 크게 발달하지 않은 몽골은 전통 요리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이제는 대부분의 음식을 한 번씩 맛본 것 같았다. 사실 나는 극강의 경험주의자라, 식당마다 메뉴판 도장 깨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시골이라 그런 건지 가는 식당마다 메뉴판에 있는 메뉴를 다 시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메뉴판을 보고 어떤 메뉴를 시킬 수 있는지 물어본 뒤에야 주문할 수 있는 것이다. 시골이라 식재료 조달이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해 본다. 식당마다 주문할 수 있는 건 비슷했다. 쵸이왕(볶음면)이랑 고야쉬(굴라쉬), 호쇼르 같은 것. 오늘의 새로운 요리는 (또) 양고기로 끓인 몽골식 칼국수, 고릴테 슐. 몽골어(키릴 문자)로 된 메뉴판은 읽을 엄두도 나지 않았는데.. 2023.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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