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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몽골몽골, 우리의 여름

6-3. 도트 리조트에서의 낮과 밤(2)

by 이냐니뇨 2023. 9. 17.

도트 리조트 근처에는 온천 수원지가 있다. 숲길을 따라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나타나는데, 몽골에서 이런 숲길을 걷는 것도 처음이라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숲길에도 커다란 강아지가 우릴 따라왔는데, 아마도 이쪽 목장에서 일하는(?) 강아지가 아닌가 싶다.

 

10초에 90리터 정도의 물이 흘러나온다는 샘이었는데 얼마나 뜨거운 지 김이 펄펄 났다. 샘을 신성하게 여기는지 샘이 시작되는 곳에 어워가 세워져 있었다. 나오는 물에 살짝 손을 대 보았는데 아주 뜨거웠다. 거의 8~90도나 되는 온도라고 하니 조심해야 했다. 여기서 물을 직접 끌어가서 리조트에 쓰는 직관적인 구조였는데 관으로 물을 끌어 가는 동안 온도가 식는 것 같았다.

 

 

 

 

잠시 수원지를 보고 돌아와서 벌써 저녁식사 시간이 됐다. 오늘 저녁의 메인 요리는 치킨 스테이크였는데 겉바속촉에 익숙한 데리야끼 양념이라 맛있게 먹었다. 외국인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도트 리조트의 식상은 다른 몽골 음식점에 비해서는 양이 많지 않았는데, 여기가 적당히 딱 먹기 좋았던 것 같다. 그 순간에는 고봉밥처럼 잔뜩 퍼주는 몽골의 음식 양에 익숙해져 있던 참이라 이젠 일반적인 양이 적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째 배가 좀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디저트는 또 절임 과일이었다. 채소나 과일을 키우기 어려운 곳인 만큼 이해는 되는 메뉴였지만, 너무 달아서 이것도 다 먹지는 못했다. 평소에도 절임 과일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다.

 

 

 

 

저녁을 먹은 뒤 비로소 오늘의 하이라이트. 온천을 할 시간이었다. 몽골 여행 내내 별을 보며 노천 온천을 즐길 이 시간을 고대해왔다. 항상 조금은 부족한 샤워 시설이나 약한 수압 때문에 충분히 씻지는 못했는데, 온천이라니 너무 기대가 됐다. 아까 온천 시설을 구경하다 보니, 자쿠지에는 예약 표시 같은 것이 보이길래 데스크에 따로 문의를 해봤다. 역시나 자쿠지는 별도 비용을 내고 프라이빗하게 쓸 수 있다고 했고, 무려 공용 온천 운영 시간(~ 오후 10시)이 끝나고도 따로 쓸 수 있다고 해서 10시부터 11시까지로 예약을 했다.

 

 

♨️ 온천 자쿠지 이용 방법 & 팁

  • 인포데스크에 가서 시간과 인원을 말하고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 가능하다면 공동 풀 운영 시간인 10시 이후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에는 특히 10시 정도가 되어야 어두워지니, 그 시간에 가야 별이 보인다.
  • 10시 전까지는 공용 탕을 즐기다가 예약시간에 맞춰 프라이빗 자쿠지로 이동하면 된다.
  • 가격 : 인당 2만 투그릭 / 시간

 

평화로운 온천욕을 기대하고 갔는데, 예상과는 달리 DJ가 클럽 음악을 틀어주고 현란한 조명이 우릴 맞았다. 그동안 고요했던 몽골의 반전 매력. 익숙한 노래도 많이 나와서 흥겨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는 떼창하는 아주머니들까지 발견. 우리는 이 텐션에 어리둥절해하다가 그냥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매점으로 돌아가 맥주를 한 캔씩 집어 들고 왔다. 뜨끈한 온천에서 몸을 녹인 뒤에 한 모금 마셔 보는 시원한 맥주의 맛이란!

 

곧 음악이 꺼지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우리는 자쿠지로 옮겨갔다. 우리만을 위해 물을 미리 받아 주셨는데, 물도 훨씬 깨끗하고 따뜻했다. 15분 ~ 20분이 한 번에 물에 들어가 있는 권장 시간이었는데, 이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힘들어서 알아서 나오게 됐다. 몽골 온천수가 그렇게 좋다고 하고 깨끗한 게 보이길래 열심히 몸을 담갔다. 나올 때쯤엔 피부가 부들부들해진 게 느껴져서 친구들이 날 보고 몽골 체질이라고 했다.

 

 

자쿠지에서 마신 맥주와 온천에서 본 밤하늘.

 

 

온천욕도 물놀이인지 배가 고파왔다. 바깥 날씨도 쌀쌀해서 라면에 보드카가 찰떡같이 잘 어울렸다. 오늘 장을 봐 온 라면은 매운맛, 토마토맛, 신맛 3가지였는데 모두 중식당에서 먹는 면요리 같이 향이 좋고 맛있었다. 떨고 온 뒤에 국물로 몸을 녹이니 너무 좋기도 했다.

 

아까 편의점에서 몽골 아이들이 먹는 과자를 사봤는데 한국 과자랑 비슷하고 맛있었다. 며칠 전 마트에서 산 사과를 썰고 치즈를 넣어 간단한 샐러드도 만들어서 안주로 먹었다. 여러 모로 만족스러운 야식이었다.

 

 

 

 

오늘도 배를 채운 뒤에는 별을 보러 나갔다. 리조트라 오늘도 아주 어둡진 않았지만, 날이 좋아서 별이 충분히 많이 있었다. 게르 위로, 숲 위로 보이는 별이 너무 예쁘고 좋았다. 한 한국 관광객 게르가 늦은 시간까지 소란스러워서 불쾌한 경험도 있었지만, 이젠 난로를 관리하는 노하우도 제법 생겨서 마음에 여유도 찾았다. 오늘도 완벽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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