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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몽골몽골, 우리의 여름

6-2. 도트 리조트에서의 낮과 밤(1)

by 이냐니뇨 2023. 9. 16.

 

 

촐로트 계곡을 지나 도트 리조트(쳉헤르 온천)까지는 또 한참을 달려야 했다. 숙소에서 떠나온 지 어느덧 4시간이 지날 무렵. 슬슬 화장실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일행 모두). 큰 볼 일이 급한 적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몽골 초원에서 화장실에 가려면 슬쩍 가이드님을 불러서 얘기를 하면 된다. 그때부터 기사님과 가이드님은 지형지물을 살피기 시작하고 적당한 곳(몸이 가려질 만한 곳)이 보이면 곧장 그쪽으로 차를 대주신다.

 

이번에는 온통 초원이고 평지라 장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신 듯했다. 한참을 두리번거려도 마땅해 보이는 곳이 나오지 않자 초조한 듯 목을 빼며 쳐다보시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몇 분이 지나 드디어 발견한 곳은 평지에 얕은 흙더미가 있고 그 뒤로 땅이 조금 패인 곳이었는데, 주변이 다 평지여서 그랬는지 앞에 선배님들이 지나가신 흔적이 보였다. 어쨌거나 이번에도 뷰 하나는 끝내주는 화장실이었다.

 

 

 

 

얼마간 더 달려 쳉헤르 시내가 보였다.  분지 안에 모인 작은 도시였는데 아파트와 가축이 한꺼번에 보여서 정감 있고 신기했다. 버스가 오지 않은 버스 정류장에 사람은 없고 소떼들이 더위를 피해 누워 있는 게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자연주의 마을에서 몽골에서 처음 교통체증을 만났다. 간단하게 장을 봐서 가려고 했는데 도로에 차가 앞으로 잘 가지도 못했다. 알고 보니 마을이 생긴 지 100년이 되어 도로공사도 다시 하고 조형물도 만드느라 길을 엄청 막아 놓은 거다. 가는 데마다 길을 막은 통에 어딜 갈 수가 없어서 장을 보러 가기도 힘들었다. 결국엔 그냥 뚫린 길을 찾아 길가에 있는 작은 편의점 같은 곳에서 장을 봐야 했다. 다행히 마실 술은 이미 있었고, 맥주는 필요하면 캠프에서 사면되니까 온천을 하고 나와서 먹을 라면과 젓가락만 있으면 되었다. 어차피 몽골 라면은 없었고 난생처음 보는 신기한 맛의 중국 라면이 있어 집었다. 젓가락은 없었지만 안에 포크가 들어 있는 라면이라 다행이었다.

 

 

 

 

시내에서 시간을 꽤 지체하고 나와 배고프고 지쳐서 다시 차에서 잠이 들었다. 날은 맑아서 햇살이 몹시 뜨거웠고 푸르공은 엔진에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기사님은 연신 땀을 닦아가며 운전을 하고 계셨다. 가만히 앉아서 실려가는 것도 피곤해지는 일정을 계속 운전을 하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셨다.

 

리조트는 시내에서도 거의 2시간 가까이 들어가야할 만큼 깊은 곳에 있었다. 그만큼 가는 길은 몹시 아름다웠다. 차에서 보느라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한 게 아쉬울 만큼 바깥 풍경이 아름다웠다. 구름이 반사되는 물가와 들꽃이 가득 피어있는 풀밭이 몹시 평화롭게 보였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내려서 사진을 찍고 가자고 했을 텐데, 이미 시내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고 점심을 캠프에서 먹기로 한 터라 그럴 여유는 없었다는 게 좀 아쉬웠다.

 

 

 

 

예쁜 꽃밭을 한참 지나고 나니 드디어 리조트가 보였다. 울란바토르에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또 리조트라 그런 지 규모도 꽤 컸고 전용 헬기를 타고 오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 사람들도 훨씬 많이 보였고. 지금까지 가본 여행자 캠프가 모두 그렇듯, 목장을 겸하는 곳이라 입구부터 말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유독 말똥 냄새가 많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통나무집으로 된 인포의 깔끔한 모습이라던가, 깨끗한 화장실에 감동 또 감동. 온천이라 그런 지 화장실 세면대에서도 뜨거운 물이 나왔다. 중간이 없는 몽골. 찬물이 아니면 뜨거운 물이 나와버린다. 관리사무소 옆에는 온천이 있었는데 낮 동안에는 수영장으로 쓰는 듯했다. 수영하는 사람이 꽤 많았고 대부분 가족 단위로 보였다.

 

 

 

 

드디어 점심시간. 리조트 창가에 앉아 오늘은 샐러드, 수프, 메인요리, 디저트로 구성된 4코스 식사였다. 오늘도 맛있는 몽골 한 끼. 수프는 오뚜기 크림수프 같은 익숙한 맛이었고 전반적으로 맛있었지만 디저트로 나온 딸기 절임은 너무 달았다. 딸기잼을 그대로 퍼먹는 맛. 몽골에서 먹은 가장 베스트 식사였다고 하긴 어렵지만 무난하고 맛있었다.

 

 

 

 

밥을 먹고 나서는 여유를 만끽하기로 한다. 돗자리를 깔고 말똥냄새 나는 풀밭에 자리를 잡고 앉아 보드게임을 했다. 맑은 하늘과 고개 위로 보이는 나무들이 너무 좋았다. 오늘의 게임은 우노 플립(확장판). 점심 먹으면서 과일 아이스크림을 파는 걸 봤었다. 게임 내기로 아이스크림 사 오기를 해서 맛있게 먹었다. 내가 고른 건 키위 아이스크림. 상큼하고 시원하고 맛있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풀밭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고 있기도 하면서 보낸 도트 리조트에서의 한낮. 리조트에 사실 온천 말고는 다른 게 많지 않아서 한가롭게 보냈는데,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특별한 게 없어도 즐거운 몽골에서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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