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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행인/방방곡곡 숙박여행

[문경 1박 2일 여행] 2-3. 불정역 터널과 숨바꼭질, 이모 숙모 아니고 고모산성

by 이냐니뇨 2022. 10. 15.

문경은 옛날에 광산업을 하던 도시라 석탄을 나르던 철도가 있다. 이제는 그 철길에 있는 역들도 다 문을 닫았고,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기찻길도 쓰이지 않는다. 이 기찻길은 레일바이크 코스로 쓰이기도 하고, 역사도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 같다. 내가 찾아간 곳은 불정역(폐역). 

 

불정역은 어린이 공연이 열리는 소극장으로 쓰이는 듯 했다.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민트색의 지붕과 기둥이 너무 귀여웠다. 철길에는 코스모스가 잔뜩 피어 있었는데,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찼다.

 

 

 

 

불정역에서 문경 사격체험장 방향으로 2분 정도 운전해서 가다 보면 오른편에 아는 사람만 보이는 터널이 눈에 띈다(아래 사진 참고). 이 터널을 지나자마자 사격장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차를 1~2대 댈 수 있는 자리가 나오므로, 거기에서 차를 대고 나와 터널 쪽으로 걸으면 된다. 아쉽게도 불정역에서 이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철로는 폐쇄되어 있기 때문에 이 터널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이것 하나 뿐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펜스 사이로 연두색 안전문이 보이고, 이 안전문은 잘 닫기만 하면 출입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반대편 터널 시작점 근처의 문을 열고(2번째 문) 들어가면 된다.

 

 

이 터널에 들어가면 밖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예쁜 세상이 펼쳐지는데, 너무 신기하고 예뻤다. 문경에서는 사진을 찍을 만한 예쁜 곳이 많구나, 감탄하게 됐던 순간. 터널 밖으로 나가면 왠지 호빗들이 농사짓고 있을 것 같고 간달프가 반지 원정에 나서자고 할 것 같고 그렇다.

사실 기차가 지나다니는 길에서 사진을 찍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 당연하겠지만 너무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불정역과 그 주변 철로는 기차가 전혀 다니지 않는 폐쇄구간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사진을 찍어도 된다. 다만 다른 일행과 마주치면 어색할만큼 터널이 짧으니 타이밍을 잘 맞춰 가는 게 좋다.

 

 

과거에 석탄을 날랐던 철길 답게 검댕이가 가득 묻어 있고 연탄재 같은 석탄 냄새도 매캐하게 났다. 과거의 한 조각에 들어와있는 듯한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흰 운동화를 신고 걷다가 삐끗하면 신발이 더러워질 수도 있고, 조금 있다 보니 호흡기가 약한 나는 목도 아팠다. 예민한 사람은 어두운 색 신발을 신고 마스크를 신고 들어가기를 추천한다. 이렇게 잠깐 있는 걸로도 목이 따가운데 그 옛날 광부들은 얼마나 더 힘들었을지, 잠시 숙연해지는 시간이었다.

 

 

터널이 넓지 않아 사진을 실컷 찍고 나서도 시간이 좀 남았다. 어제 펜션에서 문경 여행 안내책자가 있길래 구경하려고 집어 왔는데, 그러길 잘했다. 주변에 볼 곳을 훑어 보다가 "이모 숙모 아니고 고모산성"이라는 소개 글이 웃겨서 우리는 고모산성으로 향했다.

 

고모산성에 올라가는 루트는 여러 개 있지만, 우리는 일정 상 '고모산성 주차장'을 찍고 갔고, 여기에서 출발하면 바로 앞에 꿀떡고개가 나타난다. 등산을 하다 보면 자주 보이는 깔딱고개는 항상 숨이 넘어갈 듯 힘든 구간이라, 꿀떡고개라는 이름을 보고 잠시 긴장 했는데 여기는 성황당과 주막이 있는 거리였다. 평탄한 길이 나오자 신이 나서 주모를 찾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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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꿀떡고개 길의 끝에는 진남문이 나타난다. 이 진남문 양 옆으로 고모산성이 있다. 왼쪽으로 가면 토끼벼리라는 귀여운 이름의 코스가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성곽길이 펼쳐져 있다. 양쪽을 다 가봤는데, 토끼벼리 코스도 좋지만 나무가 우거진 산길이라 풍경을 내려다 보기는 어려웠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오른쪽으로 성곽길 정상을 다녀오는 걸 추천한다. 정상까지 왕복하는 데 2~30분이면 충분했다.

 

 

아래로 펼쳐진 진남교반과 영강의 모습을 끝으로, 마음 속으로 문경과의 작별인사를 외쳤다. 날씨도 예쁘고 붐비지도 않고 공기도 좋았던 문경. 일정 상 다음날 오전 반차를 내는 데에 실패해서 부담감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문경은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다음에는 술 먹을 수 있는 상태로 와서 오미자 막걸리랑 맥주를 실컷 먹고 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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