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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행인/방방곡곡 숙박여행

[문경 1박 2일 여행] 2-2. 봉천사 개미취 군락, 보라해

by 이냐니뇨 2022. 10. 15.

몇 년 전,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진이 있었다. 프레임 가득한 보라색 꽃 속에 사람이 파묻힌 사진. 찾아 보니 그 곳이 문경의 봉천사라고 해서, 이 곳이 나의 위시리스트에 올라가게 되었다. 근래에 좀 피곤하기도 했는데 무리해서 일정을 잡았던 것도 개미취가 지기 전에 문경에 가기 위해서였다. 비록 이 사진 스팟 하나만 개미취가 가득 피어있을지라도 나는 꼭 여길 가봐야겠다고 각오를 단단히하고 길을 나섰다.

 

그나저나 어제부터 빌린 차의 내비게이션에 적응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음성안내가 꺼져 있었다. 어쩐지 내비에서 눈을 못 떼겠더라. 문경 곳곳에 새로 닦은 듯한 길이 몇 군데 보였는데 빌린 차의 내비게이션이 업데이트도 전혀 안되어있어서 길도 자꾸 막다른 곳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봉천사로 이어지는 좁은 산길 앞에는 표지판이 있어서 길을 많이 헤매지는 않았지만, 큰 길에서는 몇 번 제자리를 돌아야 했다. 결국 핸드폰 내비게이션을 다시 켜서 길을 찾아가야 했다.

 

 

봉천사에 다다른 시간은 아침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에 가려고 아침에 출발했는데(또 너무 일찍 가면 산 위에 안개가 껴있을 것 같았다), 벌써 주변에 차들이 가득 서있었다. 다행히 봉천사에서 개미취 축제 기간 동안은 일방통행으로 입차, 출차가 가능하게 해두셔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겨우겨우 길목에 평행주차를 하고서야 맘 편히 내릴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차를 댄 그 순간부터 개미취가 가득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입구 쪽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안에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다만, 주차장을 지나면 밖으로 나가는 길이라 자리가 있는지 망을 본 뒤 차를 대야 합니다.

 

봉천사 여행 정보

  • 주차 : 무료,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은 편
  • 개미취 군락 입장 : 축제 기간동안 5,000원/인 (안에 들어가면 절에서 떡도 나눠 주심)
  • 개미취 꽃다발 별도 판매
  • 개미취 만개 시기 : 9월 중순 ~ 10월 초

 

문경의 흔한 주차장 뷰.

 

설레는 마음을 안고 들어간 봉천사는 기대 이상이었다. 커다란 여인초가 서있는 절의 입구도 이국적이었고 오래된 소나무가 많았는데 나무들도 너무 예뻤다. 절에서 풍기는 고즈넉한 분위기에 수수한 보라색꽃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봤을 때는 아무리 예뻐도 인스타용 포토존 하나쯤 있고 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 꽃이 피어 있었고 꽃들이 거의 내 키와 맞먹게 자라 있었다. 고즈넉한 절을 보라색 개미취 꽃이 둘러싸고 있는데 안내판을 따라 가다 보면 전망대도 있고 넓은 꽃밭도 펼쳐진다. 개미취가 주변에 이렇게 가득 피어있는 게 신기했는데, 나중에 찾아 보니 예전에 한 주지스님께서 야생화를 가지고 직접 조성하셨다고 한다. 10포기로 시작하셨다는데 꽃이 가득 핀 것을 보니 얼마나 정성스레 조성하셨을지 알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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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인스타 핫플인 줄 알았는데, 등산복을 갖춰 입은 분들이나 사진작가나 출사 동호회 사람들로 보이는 분도 보이는 걸 보니 아마 예전부터 출사지로 유명했던 것 같다. 이 날은 날씨가 흐려 해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는데 일출 명소로도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사람이 꽤 많아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야 했는데, 아마 이번 문경 여행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았던 것 같다. 점심을 먹으러 나올 때는 주차 자리를 찾으려고 슬슬 애먹기 시작하는 차가 보였으니, 축제 기간에는 가능하면 일찍 가는 게 좋겠다.

 

조금 걷다 보니 작은 운동장 넓이의 공터에 개미취만 가득 피어 있었다. 그 속에 소나무와 함께 어우러진 절의 모습이 고즈넉하고 예뻤다. 입장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을 모습이었다. 조금 더 예쁘게 하고 올 걸 그랬나, 아쉬운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다만 포토스팟으로 유명한 것 같은 너른바위는 보존을 위해 올라가는 게 금지되었다.

 

 

 

타이밍 좋게 간 덕분에 너무 복잡하지 않은 시간대에 만개한 꽃을 볼 수 있었다. 본가에서 문경이 그리 멀지 않으니, 다음에 엄마를 모시고 꼭 한 번 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그때는 날이 조금 더 맑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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