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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행인/방방곡곡 숙박여행

[문경 1박 2일 여행] 1-1. 달인 고기튀김이 있는 떡볶이집과 날씨가 다 한 문경새재

by 이냐니뇨 2022. 10. 10.

9월 말에 문경에 다녀왔다. 그렇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있어서 그런지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여러 번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가보게 되었다.

차를 타고 가면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라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교통편을 찾아 보니 그렇게 가기 편한 곳은 아니었다. 기차는 여러 번 환승해야 하니 정말 힘들고, 시외버스를 타고 가길 추천한다. 문경새재만 가려면 문경 터미널, 다른 곳들을 갈 때는 점촌 터미널로 가면 좋다. 다만 시외버스도 동서울터미널과 남부터미널을 제외하고는 시간대가 많지 않으니 사전에 꼭 체크하고 갈 것.

 

 

여행을 가면 맛있는 걸 최대한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맞춰 도착하기로 했다. 점촌역에서 차를 빌리기로 했기 때문에 점촌 터미널 근처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가기로 했다. 워낙 시골이라 그런지 정보가 많지 않아서, 그냥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식당 중 메뉴가 끌리는 곳으로 골랐다. 가보니 이게 웬걸, 로컬 맛집이었나보다. 이른 시간(12시 정도)부터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내가 간 곳은 문경 점촌터미널 근처의 남부떡볶이.

사람들이 카운터 앞에 바글바글 모여 있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봤더니 셀프로 주문하고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한 쪽에서 떡볶이를 만들고 튀김을 튀기고 계시고, 옆에는 부페처럼 기다란 테이블 위에 어묵이랑 여러가지 튀김이 놓여 있었다. 메뉴를 보니 많이 보던 김말이, 오징어튀김, 어묵튀김도 있었고 소세지튀김, 고추튀김, 고기튀김, 식빵튀김 같은 것도 있었다. 곳곳에서 사투리가 들리는 게 잘 찾아왔다 싶어서 눈치껏 자리를 잡고 튀김을 집으러 앞으로 나갔다.

 

어묵을 먹겠다고 하면 커다란 대접을 주시고, 튀김을 집으려고 하면 튀김접시를 주신다. 빵집처럼 옆에 놓인 집게를 들고 먹고 싶은 튀김을 집어 들고 나중에 계산하면 된다. 한참 튀김을 고르고 있는데 자꾸 사람들이 들어와서 고기튀김을 찾았다. 아무래도 고기튀김이 유명한가보다 싶어 먹어봐야겠다 싶었다. 주변을 둘러 보니, 벽에 고기튀김의 달인이라고 써있었다. '어머, 이건 먹어야 해.'

고기튀김은 늦게 나오는지 아직 튀김 쟁반에 없었는데 12시 반이 넘으니 조금씩 튀기시는 것 같았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떡볶이를 먹다 말고 고기튀김을 튀기시는 걸 보자마자 앞으로 달려 나가 집어왔다. 양념 없는 탕수육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좀더 짭짤하고 고전적인 느낌이었고 고기도 실하고 맛있었다. 다른 튀김들도 맛있었는데, 소세지튀김은 타이밍이 안맞아서 못먹어봤다. 나중에 나오면서 보니 옛날 핫도그에 들어가는 옛날 프랑크소시지를 튀겨 주시는 것 같았다. 식빵튀김도 신기했는데, 식빵에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음식이었다. 신기해서 먹어봤는데, 솔직히 이건 잘 모르겠다. 

신기하게 어묵에는 미역과 콩나물이 함께 들어있다. 그 덕분인지 더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났는데, 소주 생각이 조금 났다. 해장으로도 좋을 것 같고 라면 끓여도 맛있을 것 같은 국물이었다. 어묵은 3개 단위로 팔고 계셔서 3개만 집어 왔다.

튀김을 집으면서 이야기하면 떡볶이는 알아서 담아서 내어주신다. 아주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정석 그 자체의 떡볶이를 내어주셨다. 단 떡볶이를 싫어하는 터라 큰 기대 없이 한 입 먹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매콤해서 대만족이었다. 게다가 세계 평화를 위해 쌀떡과 밀떡이 모두 들어있다. 나는 주로 밀떡파인데 여기 떡볶이는 쌀떡이 더 맛있었다. 양도 많았다. 그릇 한가득 담아주시는데 저게 1인분. 신나게 (다) 먹고 배를 두드리며 나왔다. 문경에 대한 인상이 좋다.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은 좀 부족하다

 

배를 잘 채웠으니 이 날씨를 만끽하러 갈 차례다. 예쁘다고 소문난 문경새재에 가기로 했다. 하늘에 구름도 한 점 없는 날이었다. 점촌 터미널에서 문경새재까지는 차를 타고 30분 정도 걸린다. 버스로는 1시간이 넘게 걸리길래 차를 빌리기로 했는데, 지나가면서 버스를 거의 못본 것으로 봐서는 배차간격도 꽤 넓은 것 같다.

차를 가져갔을 때의 문제는 역시 주차다. 우리가 문경새제에 도착한 시간은 2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는데, 그 앞에 가니 차들이 주차장을 찾느라 가득 줄을 서있었다. 느릿느릿. 조금 기대를 해봤지만 당연히 1주차장은 꽉 차있었고, 길이 왕복 2차선이고 좁아서 차를 돌려 나오기도 쉽지만은 않았다. 날씨 좋은 주말 오후에 가면 처음부터 2주차장을 노리거나 문경새재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1주차장에는 장애인용 주차석은 자리가 꽤 많아서 널널했고 세심한 배려가 마음에 들었다.

 

바로 앞 좁은 골목에는 편의점이나 카페가 있고 식당도 많다. 고추장삼겹살 골목으로 유명한 것으로 기억한다. 목이 마를 것 같으면 여기에서 마실 것을 사가면 되는데, 몇 시간동안 다니면서 쓰레기통은 보지 못했으니 염두하고 사가야 한다.

 

문경새재 입구와 제 1관문의 모습

 

문경새재는 입장료가 따로 없다. 이렇게 넓고 아름다운 곳에 입장료가 없다니, 정말 신기했다. 그저 공짜로 마음껏 누리고 오면 된다. 트레킹 코스는 제 1관문 ~ 제 3관문까지 왕복하는 코스다. 급격한 경사는 없이 완만한 오르막 길이고 나무가 우거져있어 길이 시원하고 좋다. 제 1관문까지는 사람도 너무 많고 음악을 틀고 다니는 전동차도 끊임 없이 다녀서 너무 소란스럽고 시각과 청각 사이의 이질감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뒤로 갈 수록 사람이 적어지면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고 나뭇잎 냄새도 짙게 난다. 평화롭게 트레킹을 하고 싶다면 적어도 제 2관문까지는 꼭 가야 한다. 계곡물에 손을 담궈 보기도 하고 향긋한 숲향을 킁킁 맡으며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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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부터 제 3관문까지 가는 데는 5시간 정도를 잡고 가야 한다. 그런데 산이라 해가 훨씬 빨리 지기도 하고, 그 때문인지 문경새재 바로 앞에 모인 식당가는 대부분 7시 정도면 문을 닫는 것 같다. 카페도 8시까지만 하기 때문에 적어도 1시에는 출발해야 여유롭게 둘러 보고 저녁을 먹으러 갈 수 있다. 사전에 가고 싶은 식당의 영업시간을 꼭 체크해야 무사히 저녁까지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입구 쪽에 미로공원(입장료 별도)이나 제 1관문을 조금 지나면 촬영 세트장(입장료 역시 별도)이 있어서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은 끝까지 트레킹을 하기 보다 입구 쪽에 모여있는 것 같다. 세트장을 지나고 나면 특별한 포인트가 있는 것은 아니고, 기념비가 길가에 놓여 있거나 계곡물이 흐르는 게 전부다. 그냥 몇시간 동안 산책을 하는 느낌을 만끽하는 코스였다. 문경새재는 예전에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고 하는데, 잘 닦여 있어도 짧지 않아 힘든 길을 그 옛날에는 어떻게 다녔을지 정말 대단하다. 공무원 시험에 목숨을 걸어야 했겠구나,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이 되는 것은 쉽지 않구나, 생각하며 길을 걸었다.

 

 

코스 시작 지점에는 지압길이랑 맨발로 걸어보는 코스가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맨발로 흙을 느끼면서 걸어다니는 분들도 많이 보았다. 친절하게도 신발 보관함이랑 계곡물에 발을 씻을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흙길이라 맨발로 다니기에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신발을 신고 위에까지 올라갔다 온 뒤 마지막에 지압을 하고 차가운 계곡물에 흙을 씻어 냈다. 발이 한결 가벼워져서 너무 좋았다.

 

발을 씻을 수 있게 되어있는 곳.

 

계곡물을 따라 걷기도 하고 초록초록한 풍경을 실컷 볼 수 있어서 정말 평화로웠다. 등산로와도 바로 이어져 있다 보니 아웃도어를 갖춰 입고 오신 분들도 많이 있었다. 산이 너무 예쁘다 보니 나도 욕심이 났다. 다음에는 100대 명산 중 하나라는 주흘산도 꼭 올라갔다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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