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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행인/어바웃 섬띵

[제주도 생일 여행] 3-4. 2번째 오늘 : 바닷가 산책과 솔로 홈파티

by 이냐니뇨 2024. 8. 18.

헐레벌떡 본섬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배시간을 바꿔주신 선착장 직원 분 덕분에 좀 더 여유롭게 시간이 생겼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하나로마트에 들러(참새 방앗간) 장을 보고 여유를 좀 부려 보기로 했다. 하나로마트에서 회를 사다 먹고 싶어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회라서 전날 사다 놓을 수도 없었기에 밥먹듯이 하나로마트를 드나든 꼴이 되었는데, 애플망고도 마침 세일 중이라 하나 집어 왔다. 참고로 다 저녁때 가면 하나로마트에 회가 다 떨어지고 없다고 하니 좀 이른 오후에 가서 사다 놓는 게 좋다.

 

 

🥭 제주도 하나로마트에서 장보는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러 가기

 

 

그리고는 숙소 앞바다에 가서 또 홀린 듯이 집어 왔던 한라봉 주스를 홀짝이면서 물멍타임. 사실 그러고 있으면 돌고래들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봤지만, 돌고래는 오지 않았다. 오늘따라 거세진 바닷바람에 애꿎은 음료수만 날아가서 여유롭게 바닷가에서 책을 읽는 것도 실패. 급히 자리를 닦고 떠났다. 안 해 본 사람은 여유를 부리는 것도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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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예술이다. 미세먼지 그게 뭐죠?

 

 

차에 마침 빌리카를 빌리면서 받아 온 자전거가 있어 바닷바람을 느끼며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귀여운 자전거에 헬멧까지 깨알 같이 챙겨 주셔서 마음에 들었다. 왠지 루트가 좋을 것 같아(아무런 근거 없음, 계획에 없었음) 산방산 쪽으로 향해 보기로 했다. 마침 사계 해안도 예쁘다고 소문이 났길래(뉴진스 뮤직비디오도 촬영한 해변이라고 한다) 그쪽에 차를 대고 자전거를 꺼내 조립했다. 조립식 자전거가 처음이라 쉽지 않았지만 능숙한 척 해낸 나. 좀 멋졌다.

 

여전히 바람이 거세서 고개를 제대로 드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사계해안은 그 명성에 걸맞게 너무 아름다웠다. 주말인데도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길도 쭉 나있어서 쾌적했다. 숙소나 식당도 꽤 있었는데, 눈길을 끄는 곳은 없었던 것 같다.

 

 

귀여운 자전거와 함께 바닷가 산책. 참고로 모래사장에서는 자전거를 못 탑니다.

 

 

제주도 해안가의 자전거 도로는 표지판도 잘 되어 있고 안내선도 바닥에 계속 나있다. 여유가 되는 길에서는 전용 차선도 마련되어 있어 안전하게 탈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아무래도 방향을 잘못 잡았나 보다. 바닷가를 따라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그림을 생각했는데 표지판을 따라가니 급 등장하는 오르막길...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산방산.... (?) 그 위세가 멋지긴 해서 갈 수 있는 데까지는 좀 더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힘들게 오르막을 오르면서 자전거 기어를 바꾸려는데 철컹철컹 불안한 소리가 나더니 체인이 빠져 버렸다. 자전거 수리는 해본 적이 없는데.... 여기에서 자전거를 들고 다닐 순 없으니 혼자 길에서 끙끙 대면서 어찌저찌 체인을 끼우긴 끼웠다. 맞는지 확신은 없었지만 자전거가 잘 굴러갔으니 됐지. 그런데 그 바람에 체인에 묻어 있던 기름에 손에 검댕이 미친 듯이 묻은 거다. 가방에 휴지도 없었고 그 손으로 어차피 가방을 잡을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기에 주변을 살피다가 아직 오픈 전인 것 같은 식당이 있어 들어가서 손을 좀 씻어도 되겠냐고 부탁을 드렸다. 어쩌면 개시일 수도 있는데 흔쾌히 도와주신 사장님이 날 구하셨다. 정말 감사합니다. 잘 되시길 바라며 여기에 사진도 박제했다. 산방산 흑돼지 파이팅!

 

 

 

 

 

가벼운 마음으로 산방산의 위용을 가까이서 감상한 뒤 내려오는 길. 올라오는 길에 사람들이 찾아가는 듯한 가게가 하나 보여서 슬쩍 구경했더니 제주 굿즈 소품샵이었다. 키링이 마침 너무 갖고 싶었는데 잘 됐다 싶어 냅다 들어갔다. 가게 맞은편에 넉넉한 주차장도 있어서 자전거 주차해 두고 마음 편히 둘러볼 수 있었다.

 

곧 동생 부부를 만날 예정이라 선물(=키링)도 사고 마침 새로 산 캐리어를 들고 갔기에 러기지 택도 사고 뽀짝한 여행 배지도 샀다. 여행 블로거의 정체성을 가지려면 그런 거 하나는 있어야지 않을까? 하여간 너무 귀엽고 예쁜 게 많아서 한참 고민하면서 온갖 합리화를 해 가며 물건을 샀다. 행복 별 거 없다. 마침 소품샵이 가고 싶었는데 눈앞에 나타나다니 이건 운명이었다.

 

소품샵 옐로 스토어(Yellow Store)

 

찾은 소품샵이랑 내 기념품 자랑.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더니 급격하게 고단해졌다. 숙소로 돌아가 씻고 늘어지고 싶은 마음뿐. 어제 한라산에서 얻은 근육통이 욱신욱신 올라오기 시작하고 오늘은 또 바람을 너무 많이 맞았더니, 난 분명 쉬러 왔는데 몹시 피곤하다. 외식 안 하기로 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아늑하고 예쁜 숙소에서 유튜브 보면서 혼자 늘어져 있어야지(숙소에 스탠바이미가 있었는데, 정말 최고였다).

 

 

씻고 유튜브 켜고 소파에 앉아 맞이하는 저녁시간. 하나로마트에서 사 온 한치회를 깻잎에 싸 먹고(회를 사면 초장이랑 고추냉이랑 간장도 세트로 들어있다), 막걸리를 곁들이는 저녁. 남은 한치는 국물에 넣어 라면을 끓여 2차를 하는 저녁. 겨우 이틀 묵었을 뿐인데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안정감이 드는 게 참 신기하다. 여행이란 정말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 하여간 행복하게 먹고 마시다 꿀잠까지 완벽하게 보낸 하루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저녁만찬 한치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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