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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행인/어바웃 섬띵

[제주도 생일 여행] 3-3. 가파도로 갑니다(2)

by 이냐니뇨 2024. 8. 10.

섬의 민박집이나 식당같은 것들은 이쪽에만 모여있는 듯했다. 도시에서 사는 나에게는 이런 모습이 정말 낯설었는데, 생각해 보니 섬이 워낙 작고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약 30분 정도 거리이니 한 쪽에만 모여있을 법도 하다. 외식 메뉴는 2~3가지, 배달 메뉴는 없는 삶은 어떤 삶일까?

 

건물들도 참 작고 오래되었다. 올망졸망 모여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돈물깍이나 물턱 같은 옛시대의 흔적과 어우러져 놓인 작은 건물들이 정겹게 보였다. 작은 카페도 있고 짜장면 집이나 전집 같은 것들이 있었고 길에는 나 같은 여행객들이 보란 듯이 청보리가 일렁이고 있었다.

 

 

가파도에서 만난 예쁜 건물.

 

 

이대로 쭉 섬을 한 바퀴 돌려던 참에 갈래길에서 보리의 금빛이 나부끼는 게 눈에 띄었다. 상동우물 쪽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나는 홀린듯이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결론적으로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넓은 보리밭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5월 말이라 청보리는 없고 모두 황금보리로 변해있었다. 한쪽에는 이미 보리를 수확하고 텅 빈 밭이 보였다. 6월이 되면 보리밭도 텅 빌 것 같다. 아무튼 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풍경이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이해를 위해 다시 한번 첨부하는 가파도 안내도.
가파도의 황금 보리밭.

 

 

 

주말인데도 주변에 사람은 없었다. 덕분에 나는 실컷 사진을 찍었다. 너무 평평한 덕에 카메라를 둘 만한 자리가 없어서 얼마나 아쉬웠는 지 모른다(기둥 같은 데 걸 수 있는 고릴라 삼각대만 들고 다니는 사람). 너무 예쁜데 이걸 나와 함께 담을 수가 없네. 파아란 하늘 아래 노란 보릿빛의 대비가 그림 같았다. 이 속에 혼자 들어와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유를 부리고 있으니 가파도에 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소망전망대 쪽에는 봄꽃들도 피어 있고 가파도의 먼 바다가 보였다. 시간이 많지 않거나 오래 걷고 싶지 않다면, 선착장에서 내려 바로 전망대 쪽으로 가서 풍경을 감상하고 카페 같은 곳에서 놀다가 쇼핑하고 돌아가는 것도 여유롭고 좋을 것 같다. 그만큼만 해도 가파도의 많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너무 여유를 부렸을까? 뱃시간이 얼마 남질 않았다. 길치라 선착장까지 잘 찾아갈 자신도 없는데 큰일이다. 나는 부랴부랴 발걸음을 재촉했다. 선착장 쪽으로 다가오니 기념품이나 각종 소품을 파는 귀여운 상점들도 있었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온 게 너무 아쉽다. 가파도에 가시는 분들은 꼭 쇼핑할 시간을 미리 계산해두시길.

 

선착장 근처에는 가파도 보리로 만든 맥주랑 막걸리, 그리고 한라봉 주스 같은 여러 가지 음료를 포장해 파는 트럭도 있었다. 그래도 청보리 막걸리는 하나로마트에서 미리 구해놨던 덕분에 이건 마음이 좀 여유롭긴 했다. 아! 그리고 청보리도 있다. 드디어 청보리 밭을 봐서 기뻤다.

 

 

 

 

그리고 선착장에 도착. 아쉬운 대로 그 앞에 있는 청보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간다. 사실 여기에서 먹고 싶지 않았는데.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카페 블랑로쉐의 아이스크림은 보리 분말을 뿌려준다. 그보다는 아이스크림 자체가 초록색인 곳에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다른 곳을 갈 여유를 내지 못한 탓이다. 그래도 원조격 답게 그런대로 맛있었다. 고소한 보리맛이 느껴지고, 뿌려주는 토핑은 바삭한 죠리퐁 같은 맛이 났다. 그래도 6500원이라는 가격만큼의 퀄리티인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길. 파도치는 섬 앞 바다에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배가 흔들린다. 2층 벤치에 앉아 있자니 엉덩이가 좀 아프지만 너무 재밌었다(멀미하는 사람은 주의). 돌아가는 길도 유쾌한 가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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