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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행인/어바웃 섬띵

[제주도 생일 여행] 3-1. 섬에서 꿈꾸던 여유로운 아침

by 이냐니뇨 2024. 7. 19.

혼자 늦은 밤까지 신나게 먹고 마시고 놀다 잔 어제. 오늘은 느지막이 일어나려고 알람도 끄고 잤는데 일분일초가 아쉬운 여행지에서의 아침이어서 그런 지 일찍 눈이 떠졌다. 별 다른 계획이 없었지만 눈도 떠졌겠다, 커튼 너머로 보이는 햇살을 보니 기분이 좋아서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일기예보에는 여러 날 비가 올 거라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맑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제주도에서 이렇게 여유롭게 한쪽 동네에서만 머무는 여행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좀 더 온전히 그 동네를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산책도 서쪽 바다에서 하려고 했다. 바닷가를 끼고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웬 표지판이 있었다. 왠지 포스가 느껴져 따라가다 보니 나타난 "수월봉."

 

올라가는 길이 있길래  따라가 보니까 정자가 있는 아주 작은 공원이 하나 나타났는데(공원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의 규모, 그래도 정자에는 매점도 있음), 산책로를 따라가 보니 울타리 아래로 바다가 펼쳐졌다. 와, 너무 예뻤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 그리고 한적한 풍경이 주는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까지. 내가 꿈꾼 여행은 이런 거였다.

 

 

 

 

 

철퍽이는 파도 소리와 함께 신나게 지저귀는 새소리가 좋았다. 제주도에 와서 새소리를 많이 듣는다. 어제는 한라산에서, 오늘은 수월봉에서. 세수도 안 한 몰골로 산책을 나왔는데 이렇게 예쁜 풍경을 맞이할 줄이야. 하루의 시작이 좋다. 어제 오랜 시간 등산을 하느라 뻐근해진 몸을 길게 늘여 풀어준다. 오늘 하루도 잘 부탁해.

 

 

수월봉의 아침 소리.

 

 

근처에 엉알 해안 산책로가 예쁘다고 하길래 가보려고 했지만 출입이 막혀있었다. 별다른 안내가 없어서 위험하기 때문인지 정비라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었다. 다른 입구라도 있나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림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발길을 돌려 숙소로 돌아간다. 숙소에서 따끈한 차를 한잔 마시고 어제 먹고 남은 블루베리를 주워 먹고 책을 읽으며 잠시 여유를 부려 본다. 이게 행복이지.

 

 

문 닫은 해안 산책로.

 

 

 

슬슬 출출해지는 중. 브런치(?)를 먹으러 가야겠다 싶어 주변 식당을 찾아 본다. '멜국(멸칫국)'이라는 신기한 메뉴가 있는 식당이 있어 솔깃해져 찾아가 봤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오늘 먹으면 딱 맛있을 것 같았는데. 어제 쌀(밥)을 한 톨도 못 먹은 참이라 너무 땡겼는데 하필 식당이 문을 닫았다.

 

오늘 나는 이루지 못한 멸치의 꿈.

 

 

갈치조림이 유명하긴 하지만 1인분만 먹을 수 있는 곳은 그리 마땅치 않았고, 유명한 백반집도 2인분부터 판매한다고 적혀 있었다. 혼자라 서럽다. 제주도에는 확실히 2인분부터 판매하는 곳이 많다. 새삼 첫날 먹었던 미역국집 사장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돌아다니던 중 '달고기'라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물고기로 만든 음식을 파는 곳이 있길래 가보기로 했다. 달고기로 패티를 만드는 피시버거가 있는 '글라글라 하와이'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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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앞바다에는 달고기라는 물고기가 산다고 한다. 방언인 줄 알았는데 검색해 보니 바로 나오는 물고기 사진. 하늘에 뜬 달을 닮은 반점이 있어 달고기라고 한다. 경남이나 전남에서도 먹는 것 같은데, 그동안 그렇게 여행을 다녔어도 처음 들어 봤다.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하구나. 더 많이 다녀야겠다.

 

 

 

 

식당은 너무 귀엽고 예뻤다. 달고기 말고 한치나 은갈치, 딱새우 같은 제주산 해물로 만드는 다양한 메뉴를 팔고 있어서 다 하나씩 먹어보고 싶었다. 1인분만 시킬 수 있어도 혼자라서 아쉬웠던 곳.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분위기도 따뜻해서 좋았다. 맥파이 브루어리라는, 제주도에 양조장을 두고 있는 수제맥주도 팔고 있다. 제주 맥주는 이제 서울 편의점에서도 팔고 있으니 쉽게 접하지만 맥파이 브루어리의 맥주는 맛본 적이 없어서 함께 맛을 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IPA로다가.

 

달고기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인데 단단한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다른 생선을 살짝 말린 것 같은 단단함. 담백한 맛이라 튀겨도 느끼하지 않아 좋았다. 직접 구워내신다는 버터리한 번과도, 새콤달콤한 소스와도 그리고 씁쓸한 맥주와도 잘 어울렸다. 여유를 만끽하며 창가 자리에 밖을 바라보고 앉아 천천히 밥을 먹었다. 회사에서 먹을 땐 다른 분들과 속도를 맞추느라 허겁지겁 눈치 보며 먹기도 하지만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어 마음이 편안했다. 또 한 번 행복해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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