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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행인/어바웃 섬띵

[제주도 생일 여행] 2-2. 3대 덕을 쌓은 사람이 백록담을 본다지?

by 이냐니뇨 2024. 6. 28.

관음사 코스에서 유명한 랜드마크라고 하면 바로 '삼각봉'이다. 삼각봉 대피소에서 올려다보면  대피소 뒤로 삼각봉이 웅장한 위용을 뽐내며 서 있다. 여기가 해발 1500M 정도 되는 지점이니, 거의 다 왔다고 할 수 있다. 날이 덥고 이쯤 되니 지대가 높아 그늘을 드리워 주는 높은 나무가 없어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이 경치를 보니 기분이 많이 풀린다고 할까? 대피소엔 화장실도 있고 벤치도 있고 전망대도 있다.

 

 

 

 

하지만 그늘진 곳이 많지 않아 뙤약볕에서 쉬어야 할 확률이 높다. 선글라스나 챙이 큰 모자, 토시 같이 햇빛을 막아줄 수 있는 아이템들을 챙겨 가야 좀더 쾌적하게 쉴 수 있다. 그래도 벤치가 많이 있어 사람들이 도란도란 모여 도시락도 먹고 쉬기도 하고 있었다.

 

 

삼각봉 대피소로 가는 길. 나.. 꽃이 좋은 나이가 된 건가?

 

삼각봉의 모습과 반대편에 보이는 바다 풍경.

 

 

여기에서 소녀처럼 꺄르르르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아주머니들을 마주쳤다. 나보다 나이도 한참 많으신 분들이 힘든 기색 없이 즐겁게 취미를 공유하고 있다는 게 너무 멋져 보이고 부러웠다(내 주변엔 등산하는 친구가 없다).디테일한 디렉션과 함께 프사로 건질 만한 사진을 서로 찍어주고 계시길래 '이때다!' 싶어서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돌아온 결과물이 처참했다. 그냥 웃음이 많은 분들이었다.

 

 

사진은 기세다. 구도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

 

 

참고로 한라산은 조명 시설이 없는 산이기 때문에 입장 제한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여름에는 삼각봉 대피소 기준으로 오후 1시, 겨울에는 오후 12시부터 더 이상의 진입이 제한된다. 애초에 삼각봉 대피소까지만 와도 풍경이 멋져서 여기서 돌아가더라도 아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 나의 목표는 정상 정복! 눈 쌓인 하얀 백록담만 봤기에 초록초록한 백록담의 모습도궁금했기 때문이다. 비록 더운 날씨에 생각보다 오르는 길이 너무 힘들긴 했지만, 안개도 없고 구름도 없는 파아란 하늘 아래에서 보는 백록담이 몹시 기대가 됐다.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면 꽤 힘든 계단 데크 길이 나온다. 그늘이 거의 없고 쉼터도 거의 없는 구간이라 스트레칭도 하고 물도 마시며 단단히 준비하고 다시 출발해 본다. 눈꽃이 잔뜩 있던 모습이 기억나는데, 나뭇잎이 푸른 모습도 새롭고 예뻤다. 전혀 다른 매력이라 처음 와 보는 산 같은 느낌.

 

 

겨울에 보았던 한라산의 모습.
새로운 매력의 봄산.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도 잠시. 그늘 없이 내리쬐는 뙤약볕과 평소와는 달리 너무 배가 고파지는 중이라 다리가 후들거리고 올라가는 게 까마득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났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도 여기가 제일 힘든 곳이었다. 그땐 일행의 다리에 쥐가 나서 고생했는데 이번엔 내 체력이 문제다.

 

그렇게 지친 채로 올라가는데, 내 눈 앞에 젊은 산신령님이 나타나셨다. 정말 환한 얼굴로 날 보며 "얼마 안 남았어요! 다 왔어요. 10분이면 돼요!"라고 말씀해 주시는 거다. 이렇게 스윗할 수가. 너무 감사한 말이었다. 그 말을 양분 삼아 나는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언젠가 나도 다른 사람에게 꼭 똑같이 갚아주겠다는 마음과 함께.

 

 

정말 10분 정도 지나고 나니 이 여정도 끝이 보이는 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많아지고 경사가 완만해지는 게 보이자 너무 행복해졌다. 이런 게 등산의 매력인 것 같다. 올라가는 동안은 힘든 몸을 이끌고 올라 가느라 어느덧 잡생각이 싹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그러고 나서는 힘들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반겨주면서 성취감이 물씬 느껴진다.


운 좋게 이번에도 아주 깨끗한 백록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동안 비가 안 왔기 때문인지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맑은 물이 또렷하게 고여 있었다. 우리 조상님들이 대대손손 잘 살아 주셨나 보다. 독도 입도도 하고(곧 울릉도 여행기도 써야겠군) 백록담도 2번 다 성공하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한라산의 위용과는 달리 정상석은 작고 귀엽다. 여기에서 사진 한 번 찍어보려고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다. 1시간 넘게도 선다는 것 같더라. 나는 정상석에서 꼬박꼬박 사진을 찍는 편이 아니라서 옆에 있던 나무 표지판에서 사진을 찍고(5분도 안 기다리고), 백록담이랑 사진을 잔뜩 찍었다.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해서 삼각대를 둘 곳이 도통 없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붙들고 사진을 부탁했다. 그리고 한 장도 건진 사진은 없었다고 한다. 그냥 사진에 내가 백록담과 함께 있다는 게 중요한 거겠지....

 

 

 

 


⛰️ 한라산 등반 인증서 온라인으로 받는 법

  1. 앱스토어에서 "제주 IOT" 앱을 다운로드해 설치한다.
  2. 반드시 한라산 정상에서 정상임을 나타내는 사진을 등록하여 온라인 인증서 발급을 요청한다(무료).
    단, 내려오지 말고 정상에서 위치정보를 인증해야 한다.
    참고로 등반 인증서를 받을 때 반드시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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