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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행인/어바웃 섬띵

[제주도 생일 여행] 1.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 제주도로 퇴근하기

by 이냐니뇨 2024. 6. 22.

하나둘 친구들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생일을 챙기기가 쉽지 않아 졌다. 특히나 내 생일이 평일일 땐 당일에 만나는 건 쉽지 않다. 1년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은 내 생일인데, 방구석에서 혼자 미역국 끓여 먹으면서 보내는 것도 좋지만 좀 더 특별하고 기분 좋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항공권을 끊었다.

 

 

그리고 생일날. 내가 다니는 회사는 생일 선물로 당일에 조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조퇴하고 바로 공항으로 직행. 바리바리 짐을 싸서 가는 출근길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막상 캐리어를 바로 들고 퇴근하니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하고 들뜨던지. 날씨조차 완벽했다.

 

민소매에 남방, 면바지를 입고 출근했던 오늘. 셔츠 단추를 꼭꼭 잠그고 바지에 넣어 입고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지하철을 타자마자 남방을 바지에서 빼고 단추를 모두 풀었다. 대단한 일이 아니었는데 이것만으로도 굉장한 해방감이 느껴지는 거다. 짜릿하다.

 

 

나의 출근길과 퇴근길.

 

 

아쉽게도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공항에 떨어졌다. 짐을 찾고 나오니 오후 6시 반. 제주도의 식당들은 일찍 닫는 곳이 많다. 이미 닫은 곳이 많은 것은 둘째고 열려있는 식당 중에도 오후 7시나 7시 30분이 라스트 오더인 경우가 많았다. 원래 찾아놨던 식당은 공항에서 2~30분 정도 운전해서 가야 하는 곳이라 시간이 너무 빠듯한 것 같아 아쉬운 대로 주변에 있는, 미역국 파는 식당을 급하게 찾아보기로 했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이 해시태그 검색도 잘 안 되게 해놓았고, 광고가 판을 치는 바람에 맛집을 찾을 땐 쓸 수가 없게 됐다. 내가 애용하는 건 구글맵. 구글 맵에서 주변 음식점을 검색하거나 메뉴명으로 검색한 뒤 평점을 확인하면 된다. 구글에서 평점 4점 이상인 경우는 평타 이상은 한다(단, 리뷰 등록한 사람이 10명 미만일 경우는 제외). 팁이 하나 있다면 구글에서 식당을 검색할 땐 식당 정보 업데이트가 느린 경우가 많으니, 네이버에서 다시 검색해서 영업시간이나 영업 중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봐야 한다.

 

 

그렇게 찾은 오늘의 식당은 예소담 도두점. 공항에서 10분 밖에 안 걸리고 미역이 들어간 전복보말국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복보말국이 메인 메뉴같진 않았지만 생일을 미역국 없이 지나갈 순 없지! 제주도의 시골 마을에선 꽤 늦은 시간이라 손님은 나 말곤 한 테이블 밖에 없었지만, 혼자 왔다는 데도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해 주셔서 감사했다.

 

 

 

 

그렇게 찾아가 먹은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국물이 뽀얗고 고소하고 미역도 그릇 가득 푸짐했다. 서울에서 먹는 미역국은 같은 가격에도 덜 푸짐한데, 이곳은 미역만으로도 배가 부를 만큼 많았다. 다른 메뉴들도 가격이 합리적인 편이었던 것 같다.

 

전복장이 밑반찬으로 나오는데 평소에 비린 걸 못 먹는 내 입에도 하나도 비린 맛이 없고 맛있었다. 전복장을 왜 따로 파시는 지 바로 납득이 가는 맛. 밑반찬까지 맛있다니 다른 메뉴들도 궁금해지게 하는 곳이었다. 언젠가 다시 제주도에 간다면 또 가고 싶었다. 미역국도 맛있게 먹고 갈치속젓에 배추쌈도 살뜩히 싸서 먹고. 공항과 가까운 곳인 만큼 창문 밖으로는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모습이 가까이 보여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완벽한 생일 저녁.

 

 

 

 

배가 차고 나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두마을이라는 곳은 내 예상에 없었는데, 아주 귀엽고 아기자기한 시골 마을이었다. 해가 지려는 참이라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한라산의 모습도 보였다. 맛있게 배가 부르고 날씨는 좋으니 이런 게 행복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작은 항구를 둘러싼 무지갯빛 돌과 건너편에서 계속 보이는 비행기의 이륙 장면.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체크인하기 전, 숙소에서 마실 물이랑(물을 많이 마시는 편) 아침거리, 내일 저녁으로 먹을 술이랑 고기를 사기 위해 하나로마트에 들렀다. 제주 하나로마트에는 회도 팔고 흑돼지도 싸고 먹을 게 많다길래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늦은 시간이라 횟감은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육회나 순대 같은 요깃거리가 정말 다양하게 많이 있었고 흑돼지도 싸고 많았다. 심지어는 이틀 동안 고기를 세일 중이었는데 마침 내가 간 날이 그 때라 고기 400g에 8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흑돼지도 득템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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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31-[제주도 생일 여행] 제주도에 가면 하나로마트에 가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마트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탁 트인 눈 앞에 진하게 물든 하늘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해가 지는, 붉게 물든 하늘. 제주도 사람들은 이런 광경을 장 보러 와서도 보는 거구나, 부럽다. 그리고 또 한 번 행복해졌다. 완벽한 생일 저녁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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