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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행인/어바웃 섬띵

[제주도 생일 여행] 2-1. 제주도의 붉은 아침, 한라산으로 떠나자

by 이냐니뇨 2024. 6. 23.

출발 전날 날씨를 확인해 보니 오늘이 가장 좋아 보였다. 여행 기간 동안 흐리고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점점 비 오는 날이 뒤로 밀리더니 급기야는 날이 맑아지는 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고민 끝에 관음사 코스로 백록담까지 올라가 보기로 결심하고 접이식 등산 스틱을 사고 탐방 예약까지 했다.

 

⛰️ 한라산 가기 전 예약하는 법

  1. 한라산 홈페이지 접속(http://www.jeju.go.kr/hallasan/index.htm)
  2. 가기 전에 입산 통제 여부를 체크한다.
  3. 한라산 탐방 예약 홈페이지 접속(https://visithalla.jeju.go.kr/main/main.do)
  4. 날짜, 코스, 인원을 확인하여 미리 예약한다.
    - 예약은 가기 전날까지 반드시 완료해야 한다.
    - 예약 확인은 입산 시 매표소에서 하기 때문에(신분증 지참 필수) 입산 코스 기준으로 예약한다.
    - 예약은 필수지만 입장료는 무료.
    - 관음사 주차장 주차비만 지불하면 된다(일반 차 기준 하루 2천 원)
  5.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노쇼(no show)하는 경우, 한동안 입산이 제한된다.

한라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탐방로 현황
탐방 예약 화면.

 

 

올라가는 시간이 있고, 날이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니 아무래도 일찍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알람을 맞췄는데, 아무래도 어제의 출근과 이동으로 인한 여독이 쌓였는지 바로 일어나질 못해 계획한 것보다 입산이 1시간 정도 늦어지게 됐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는 길에 저 멀리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제철을 맞은 갯무꽃도 길가에 예쁘게 활짝 피어있었다. 운전하느라 사진으로 담지 못한 게 너무 아쉬울 정도. 차가 거의 없는 여유로운 길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운전하는데, 나는 또 한 번 행복해졌다.

 

 

 

 

숙소에서 아침을 챙겨 먹고 5시 반이 조금 안 되어 출발했고,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했을 땐 6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주차장에서 무릎 보호대와 모자, 선크림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등반을 시작한다. 5월 말이라 일출 시간이 빨라져 이 시간에 도착해도 랜턴은 필요 없었다. 가방에는 물이랑 당 보충용 간식들도 채우고. 한라산 같은 높은 산을 오르기 전에는 온몸 스트레칭도 필수!

 

몇 년 전에 한 번 겨울의 한라산을 오른 적이 있는데, 그때의 설산과는 달리 녹음이 푸르르게 짙어진 한라산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녀온 지 오래 되기도 했지만 내가 예전에 왔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선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의 새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다 보니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가끔 이럴 때면 역시 인간도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날씨에 컨디션이 많이 달라지기도 하고. 날씨 좋다고 이렇게 행복해지기도 하고.

 

 

 

 

등산로는 초입부터 탐방로 안내판이 붙어있다. 관음사 탐방로는 경치가 좋은 대신 돌계단도 많고 가파른 길이 많아 꽤 힘든 편이다. 탐방로 안내판에서 보이는 것처럼 공포의 빨간색 구간이 거의 절반이고 남은 코스 중 3분의 1은 노란색. 한 번 와 본 곳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막상 저 안내판을 보니 아찔해져서 마음을 다잡게 된다.

 

 

 

 

서울보다 추울 거라던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햇빛이 강해서인지 날이 더웠다. 긴팔티에 바람막이를 준비해서 갔는데 땀이 뻘뻘 나기 시작했다. 어휴. 어쩔 수 없이 초반부터 물을 많이 보충하면서 가야 했다. 오늘 올라가는 길이 아무래도 쉽지 않겠다.

 

 

완만한 계단 코스를 지나고 나니 돌계단 코스 등장. 설산을 오를 땐 눈에 파묻혀 돌이 잘 보이지 않았었는데,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계단을 보니 처음 오는 산인 듯 낯설게 느껴졌다. 조금 힘들긴 해도 신선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도 보이고.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히말라야를 다녀온 분의 후기를 들으며, 등산의 목적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지 않겠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빨리 가고 싶기도 했지만 꼼꼼히 사진도 남기고 풍경도 음미하며 가보았다.

 

 

 

 

한라산은 가는 길에 해발고도를 나타내는 돌이 서있다. 그 표지석이 나를 응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쪼으는 것 같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됐다. 어쩄든 그 돌을 보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갈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하면서 가는 데 도움이 되기는 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는 힘들긴 했어도 힘을 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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