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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노르웨이 3대 트레킹 도장깨기

9-4. 헬레쉴트 동네 산책

by 이냐니뇨 2023. 6. 28.

헬레쉴트는 사실 게이랑에르로 가기 위한 경유지로 들른 것뿐이라 1박만 하고 떠났다. 많은 나라들이 그렇듯 우리나라만큼 대중교통편이 좋지 않은 노르웨이에서 뚜벅이로 여행을 하려다 보니 이런 식으로 일정을 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냥 게이랑에르로 가기 편한 위치에 저렴한 숙소를 잡고 쉬었다 가려고 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해가 긴 시즌이라 날이 밝기도 했고, 조금 전까지 흐리던 날이 맑아 오기 시작해서 그냥 넘어가기가 아쉬웠다. 해가 지기 전에 동네를 한 번 둘러보기로 한다.

 

이곳도 피오르드 옆에 장난감처럼 집들이 늘어서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피오르드 크루즈를 타러 오는 곳이라고는 하는데, 저녁에 도착해서인지 크루즈가 움직이는 모습이나 관광객들은 보지 못했다. 묵을 수 있는 숙소도 몇 군데 없고 집도 몇 채 없다. 대신 웅장한 피오르드와 호수로 흐르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어 그림처럼 예쁜 곳이었다.

 

 

날이 개고 있는 헬레쉴트의 전경.

 

 

숙소는 마을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나와 보니 마을 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 작은 오솔길이 있었다. 헬레쉴트 호스텔에서 찻길을 따라 아래쪽(마을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한쪽에 인도로 보이는 길이 있다. 그리로 내려가면 되는데, 지도에선 거리가 꽤 있어 보이지만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다.

 

 

구글 스트리트 뷰에서 발견한 아래로 내려가는 길.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 보면 헬레쉴트 폭포가 있다. 피오르드 옆이니 빙하가 녹아 내려오는 물일 것 같은데, 여름이라 그런지 물줄기가 세차다. 시원하게 내려오는 물줄기를 보면서 한동안 물멍하다 왔다. 주변에 있는 집들도 너무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생겨서 눈앞에서 물이 흐르고 있는데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피오르드 앞에서 다른 것들은 그저 작기만 했는데, 가까이 가 보니 크루즈도 꽤 크다. 이런 배와 마을을 점처럼 보이게 하다니. 노르웨이 여행을 하면서 피오르드를 계속 보고 있는데도 그 크기에 압도 당한다. 오늘은 날이 점점 개이면서 구름이 걷힌 부분만 밝게 빛나는 모습이 더욱 입체감 있게 보여서 새삼스럽게 멋졌다. 아무런 일정 없이 이렇게 동네 구경만 하면서 여유롭게 다니는 것도 참 좋은 여행이구나,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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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쉴트의 풍경.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시간. 시간이 갈 수록 날이 점점 밝아지더니 어느덧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3대 트레킹을 모두 무사히 마치고 쉬어가는 날 이런 무지개를 보다니. 끝나가는 일정이 더욱 아쉽게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은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이때의 행복감이 여운이 짙게 남아서, 아직도 누가 어디 여행이 가장 좋았냐고 하면 노르웨이가 꼭 나올 정도다. 고마워, 헬레쉴트.

 

 

 

 

 

🎁 에필로그

다음날 아침,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더 마을 산책에 나섰다. 맑은 아침에 보니 더 예뻤던 마을. 좀더 여유있게 머물렀어도 좋았을 것 같지만, 이런 아쉬움을 남기는 게 또 다른 매력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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