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행이 그렇기는 하지만, 뚜벅이에게 노르웨이 여행은 유독 가혹했다. 도로 상황 때문에 한 여름이 아니면 열리지 않는 길도 있고 교통편도 별로 없는데다, 육로로만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그래서 내가 가는 코스로는 7~8월을 추천!). 이 날이 가장 심한 날 중 하나였는데, 베르겐(Bergen)에서 플람(Flam)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경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기차를 타고 베르겐에서 보스(Voss)로 간 뒤에, 보스에서 구드방겐(Gudvangen)까지 버스를 탄다. 그 다음에는 구드방겐에서 플람까지 페리를 타고 가야 하는 코스다. 사실상 노르웨이의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다 타보는 셈. 효율적인 경로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플람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로 꼽힌 곳이 있다고 하기에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동하는 시간이 좀 아쉬워서 느즈막이 일어나 베르겐 시내를 한 번 더 산책한 뒤에 플람으로 향했다.
경로 1. 베르겐(Bergen) ~ 보스(Voss) 🚊
- 1시간 10분 정도 소요
- 인터넷 예매 가능, 학생 할인 가능(국제학생증 지참)
- 당시 가격 : 204 NOK
- 일정 : 11:58 출발 / 12:16 도착
- 예매 사이트 : 노르웨이 철도청 http://www.nsb.no
노르웨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처음 유럽여행을 하면서 기차 때문에 고생을 너무 많이 했던 터라 가능하면 기차는 예매를 해놓고 가는 편이다. 한국에서 노르웨이 철도청 사이트에서 스케줄을 미리 조회할 수 있으므로, 여기에서 날짜와 시간이라도 미리 확인하면 좋다. 노르웨이의 기차는 기대보다 훨씬 깨끗하고 빨라서 쾌적했다.
경로 2. 보스(Voss) ~ 구드방겐(Gudvangen) 🚌
- 1시간 미만 소요(55분 정도)
- 예매 불가
- 일정 : 15:40 출발 / 16:35 도착
- 당시 가격 115 NOK
보스 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버스를 타러 가는 표지판이 있다. 예매가 어차피 안되는 곳이라, 정확한 정보는 보스에 도착해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갔다. 내가 탔던 버스는 950번(한국으로 치면 광역버스 같은) 버스였고, 그 자리에서 기사님께 현금으로 결제하고 티켓을 받아서 탔다. 좌석은 따로 없다.
* 보스에서 탈 수 있는 버스는 950번과 450번, 2가지 노선이 있다.
하루 종일 이동만 하며 보내긴 아쉽기도 하고 마침 버스가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있어서, 기차역에 짐을 잠시 맡겨 두고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큰 호숫가가 있었는데, 주변이 정말 평화롭고 조용했다. 아쉽게도 날이 흐려서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딜 가나 빙하가 녹은 물로 이뤄진 호수가 있어서 물이 정말 맑고 깨끗한 게 느껴진다.
경로 3. 구드방겐(Gudvangen) ~ 플람(Flam) 🛳️
- 2시간 15분 소요
- 당시 가격 : 341 NOK
- 송네 피오르드를 볼 수 있는 코스의 페리, 구드방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현장 티켓 구매 가능
- 예매 사이트 : 노르웨이 피오르드 관광 사이트 https://www.norwaysbest.com/packages/naeroyfjord-round-trip/
이번 여행에서 노르웨이 3대 트레킹 코스를 정복하는 것 외에 목표가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4대 피오르드를 다 보는 것이었다. 마침 구드방겐 ~ 플람 구간의 페리는 송네 피오르드를 볼 수 있는 구간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티켓을 예매했다. 다만, 빨리 이동하는 게 목표라면 보스에서 플람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보스에서 450번 버스를 타고 쭉 가면 플람까지 가는 모양이니, 일정에 참고하면 되겠다.
페리는 자동차를 싣고 갈 수 있는 꽤 큰 배였다. 노르웨이는 대부분의 페리에 차가 들어가는 것 같다. 육로로만 모든 도시를 연결할 수 없기 때문인 듯. 페리는 좌석이 따로 있는 건 아니라서 편하게 앉으면 되고, 바깥에도 마음대로 오가면 된다. 바람이 세게 부니 꼭 옷을 단단하게 입고 갈 것. 선내 매점에 소세지 같은 간단한 먹을 것이나 마실 것들을 팔고 있어서 테이블석에 앉아 먹기도 한다. 다만 페리에서의 음주는 금지되어 있으니 꼭 참고했으면 좋겠다. 나는 물가가 너무 비싸서 먹을 건 못 먹고, 날씨가 흐린 바람에 생각보다 너무 추워서 따뜻한 차를 한 잔 사서 마시면서 갔다. 배가 커서 그런지 딱히 멀미가 나진 않았다.
여담으로 페리를 타고 가는데 처음으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마주쳤다. 음주가 금지된 페리에서 몰래 가져온 술을 먹는가 하면, 너무 시끄럽게 떠들고 있어서 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해외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들게 마련인데, 이 때는 한국인이 아닌 척 구석에 숨어있었던 생각이 난다. 회사에서 연수를 왔던 것 같은데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지 인솔해주시는 가이드 선생님도 딱히 말리지 않아서 아쉬움이 컸다.
흐린 날씨에도 풍경은 너무 예뻤다. 다행히 비가 오지도 않아서, 이 정도면 대만족이다. 노르웨이는 사람들이 키카 대부분 크기 때문인지 모든 게 컸다. 그런데 피오르드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사이즈가 가늠이 도통 되질 않았다. 집들도 장난감처럼 작게 보이고, 버스나 페리도 콩알만하게 보였다. 온통 푸른 풍경 속에 폭포수가 흐르고, 하얀 집들이 아기자기 늘어서 있는데 요정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추위도 잊고 밖을 볼 수 있었다.
노르웨이의 교통수단은 하나같이 창문이 아주 크다. 평소에 햇빛을 보기 힘들어서 그런 것일까? 아무튼 풍경을 보기에는 너무 좋은 특징이었다. 페리 안에서도, 밖에 나가서도 바깥 풍경을 실컷 감상할 수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동 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책을 읽을 때도 많은데, 노르웨이에서는 그럴 틈이 없었던 것 같다.
드디어 도착한 플람.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 정도였는데, 역시 백야 덕분에 밖이 밝았다. 덕분에 여유롭게 숙소를 찾아 가고 먹을 것도 살 수 있었다. 플람 호스텔은 너무 예쁜 것으로 유명해서 예약하기도 쉽지 않다는데, 운 좋게도 자리가 하나 났다. 비싼 옵션의 방에 자리가 났지만,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잽싸게 예약을 했었다.
명성에 걸맞게 숙소는 동화 속 나라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 냈다. 뒷산에서 흐르는 폭포도 보이고, 캠핑 사이트가 있어서 넓게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산택하기에도 좋았다.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도 너무 예뻐서 창문이 아니라 액자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너무 행복했다. 시설은 조금 낡은 감이 있었지만(호스텔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깔끔하고 만족스러웠다. 다음에는 캠퍼로 꼭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플람. 일정에 크게 만족하며 숙소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숙소 정보
- 플람 유스호스텔 Nedre Brekkevegen 12, Flåm / +47 94032681
호스텔 및 캠핑 사이트 모두 예약 가능 - 당시 가격(1인실, 1박) : 920 NOK
- 온라인 예약 가능, 공식 노르웨이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그외 온라인 예약 사이트에서도 가능) https://www.visitnorway.com/listings/fl%C3%A5m-camping-%26-hostel/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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