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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노르웨이 3대 트레킹 도장깨기

7-1. 동명이인 에어비앤비와 베르겐 어시장

by 이냐니뇨 2022. 10. 29.

노르웨이 3대 트레킹을 마친 후 베르겐에 도착했다. 베르겐 숙소는 내가 몹시 기다리던 곳이었는데, 그 이유는 호스트의 이름이 나랑 똑같이 소리나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도 흔하지 않은 이름을 가지고 있던 터라 노르웨이라는 먼 나라에서 나의 동명이인(?)을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이 몹시 신기하고 즐거웠다.

 

노르웨이 호스트의 집은 북유럽 가정집답게 깔끔하고 예쁜 곳이었다. 그리고 호스트인 I도 거의 모델처럼 보이는 키 크고 늘씬한 사람이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남자친구가 대신 문을 열어줬는데, 남자친구도 엄청 키가 크고 잘생긴 사람이었다. 그동안 산에만 다니느라 잘 몰랐는데, 전형적인 북유럽의 하얗고 큰 사람들이었다. 내가 외국에 나왔다는 게 더 실감이 났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데 싱크대가 얼마나 높던지 물이 다 튀고 허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자연 경관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시설물 속에 들어오니, 조금은 거인국에 들어와있는 느낌이었다.

 

 

 

 

오전에는 그동안 연속 산행으로 지쳐있던 몸을 쉬게 해주기로 했다. 뜨거운 물로 씻고 잠든 뒤에 느즈막히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천천히 길을 나섰다. 호스트 이름만 보고 고른 곳이었는데, 집도 예쁘고 골목도 한적하고 깔끔하고 예뻤다. 평화로운 베르겐의 인상이 좋아서 트레킹 완주를 기념할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11시쯤이 되어 길을 나섰다. 점심을 먹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에서 노르웨이 연어가 유명하기도 하고, 베르겐은 바다에 접한 도시라서 어시장이 있다고 했다. 해물을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저렴하고 질 좋은 해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기에 한 번 가보기로 했던 것이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베르겐 어시장은 조금 큰 바닷가 포차거리 같은 느낌이다. 빨간색 천막이 주르륵 늘어서 있고 가게 주인들이 열심히 호객을 하고 있다. 항구에 서있는 노르웨이 국기와 참 잘 어울렸다. 친숙한 거리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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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장에는 연어나 흰살 생선 스테이크, 새우 플래터나 샌드위치 같은 것들을 판다. 새우 종류도 많고 다 신선하고 깨끗한지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 맨날 산에 차가운 샌드위치를 싸가느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으려니 설렜다.

 

나는 연어 스테이크 플래터와 새우꼬치 하나를 먹기로 했다. 연어 스테이크, 샐러드, 메시 포테이토, 빵이 담긴 요리였다. 그때 한참 스페인어에 꽂혀 기회만 있으면 열심히 하던 때였다. 가게 사장님이 라틴 느낌을 물씬 풍기길래 "¡Gracias(고맙습니다)!"를 외쳤더니 나를 몹시 반가워하면서 서비스를 듬뿍 주었다. 꼬치에 꽂혀 있지 않은 새우들을 모두 서비스로 받은 것이다.

 

 

 

 

요리는 아주 맛있었다. 양도 많았고. 따뜻하게 맞아준 사장님 덕분에 더 즐거운 식사가 되었다. 맛있게 밥을 먹고 서비스까지 알차게 챙겨 먹고 난 뒤 다시 숙소로 돌아가 뒹굴뒹굴했다. 나른하고 좋은 날이다. 여행에도 역시 쉼표가 필요해.

 

 

가격정보

점심(연어 스테이크 플래터+새우꼬치+콜라) NOK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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