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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행인/산과 함께

[수도권 반나절 여행] 하산 그리고 산신냥님들 (백운대 ~ 백운대탐방지원센터)

by 이냐니뇨 2023. 4. 13.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많이 불고 쌀쌀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날은 최고 온도가 13도. 이렇게 선선한 날이 등산하기에 좋은 날씨인 것 같다. 바람막이 지퍼를 잘 여미고 마음을 다잡고 발걸음을 옮긴다. 올라올 때 만났던 산신령님 말씀을 잘 듣고 스틱은 가방에 꽂아놓고 출발.

 

 

 

 

경치를 감상하며 조금 내려오니 너럭바위라고 하는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사람들이 앉아 쉬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시선을 강탈하는 산신냥님. 좋은 경치를 등지고 앉아 사람 구경을 하며 앉아 계신다. 어떻게 정상까지 와 있을 생각을 한 건지. 귀엽고 신기하다.

 

 

너럭바위 위에 앉아 있는 산신냥님.

 

 

같은 코스로 내려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가 될 것 같아, 하산은 다른 길로 하기로 했다. 우선은 왔던 길로 백운대에서 내려온 뒤 갈림길에서 표지판을 따라 사람이 많은 길로 따라가 본다. 사람이 많은 곳 = 쉬운 곳이니까. 올라오는 길에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쓰는 바람에 다리에 힘도 많이 풀려서 괜히 어려운 길로 가는 건 여러 모로 모험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내려온 코스는 백운대 대피소를 거쳐 인수암, 하루재를 지나 도봉구 우이동 백운대 탐방지원센터 입구로 나가는 길이었다. 난간을 잡고 내려와야 하는 정상 부근을 지나 5분 정도 내려오니 백운대 대피소가 갖추어져 있다. 여기에는 테이블과 벤치가 있어서 사람들이 모여서 도시락을 먹고 있기도 했다. 날씨 좋은 산 위에서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면 소풍 나온 것 같겠다. 이 뷰가 조미료지. 여기부터는 다시 스틱을 장전해서 내려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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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니 구름이 조금씩 몰려왔다. 올라갈 때는 정말 더웠는데 내려가는 길에는 드문드문 그늘이 져서 조금 시원했다. 그나저나 내려오는 길에 다시 봐도 풍경이 너무 멋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날을 잘 잡았다. 기온도, 날씨도 완벽하다. 미세먼지가 조금 있는 게 아쉽긴 해도.

 

 

 

 

인수암을 지나고부터는 코스가 정말 수월하다. 갈림길도 없고 가파른 곳도 없다. 잘 정비된 돌계단만 찬찬히 따라가면 된다. 대신 2월부터 4월까지는 해빙기라고 하더니, 얼음이 녹아 내려온 물 때문에 길이 축축하거나 젖어 있는 돌이 꽤 있다. 내려오는 길은 항상 다리가 풀려서 위험하기 때문에 스틱을 잘 잡고 조심조심 내려와야 한다. 녹아내린 물줄기 덕분에 작고 예쁜 폭포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얼마나 수월한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하루재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하산 시간이 너무 빨라 아쉬운 마음이 들던 참에 갈림길에서 "영봉 0.2km"라는 글씨를 보았다. 0.2km라면 부담되는 거리도 아니니 그냥 지나칠 수 없지.

 

하루재에서 영봉은 왕복 2~30분이면 갈 수 있다. 아주 잠깐 난간 코스가 나오지만 백운대 정상을 가는 것만큼 가파르지도 않고 구간도 몹시 짧다. 백운대 정상에서는 백운대를 볼 수 없으니, 어쩌면 영봉에서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기대에 찬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해 보았다.

 

 

 

 

이윽고 눈앞에 펼쳐진 영봉의 풍경. 나무가 많아 시야를 가려서 아쉬운 마음은 있었지만 기대만큼 멋졌다. 공기도 점점 좋아져서 더 깨끗하고 예쁜 풍경을 볼 수 있어 만족도가 더 높기도 했다. 이쪽 코스로 하산한다면 꼭 한 번 영봉에 들러보는 걸 추천한다. 백운대 탐방지원센터(도선사 입구)에서 거리가 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치가 너무 좋아서 가성비 최고의 코스인 것 같다.

 

 

 

 

하루재에서 20분 정도만 내려오면 백운대 탐방지원센터와 도선사가 나온다. 신기하게 탐방로 입구에도 까만 고양이 두 마리가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또 다른 산신냥님들 이신가 보다. 너무 귀여워서 보고 있으니 슬금슬금 나한테 다가온다. 스틱이랑 장갑을 정리하느라 부스럭거리고 있으니 먹을 걸 줄 거라고 생각했는지 나와서 비비적거린다. 이 친구들 개냥이였구나! 너무 귀여워서 못 내려올 뻔했다.

 

 

 

 

이로써 오늘의 북한산 탐방은 끝.. 인가했으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아침에 나는 밤골 지킴터 앞에 차를 주차해놨으니 이제 밤골로 이동할 차례.

 

 

 

 

사실 내가 내려오려던 길이 이 쪽은 아닌데, 막상 내려와 보니 산 정 반대편으로 내려와 버렸다. 돌아가는 경로를 찾아보니 최단 경로가 글쎄 산을 넘어 다시 걸어가는 거라는 거다. 세상에.

 

나는 백운천을 따라 탐방로를 걸어 내려온 뒤 택시를 타고 산 반대편으로 향하기로 했다. 도선사에서 우이동 만남의 광장까지는 약 2km 정도. 꽃도 잔뜩 피어 있고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보는 즐거움이 컸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싶다면 도선사 입구로 호출하거나 좀더 걸을 각오를 하고 내려가야 한다. 이 사이 구간은 차량 주정차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중간에서는 택시를 타기 어렵다.

 

 

머리가 나쁜 덕에 택시로 40분 정도 산을 돌아 나와서야(택시비 2만 6천원.....)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얼떨결에 북한산을 끝에서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오늘. 예상치 못했던 택시비 지출은 아쉽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산행을 하고 온 것 같아 뿌듯한 마음으로 일정을 마쳤다. 다음에는 가을 단풍이 든 북한산도 꼭 한 번 보러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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