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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행인/갓생 당일치기

[영주 당일치기 여행] 내친 김에 안동까지, 봉정사

by 이냐니뇨 2024. 6. 1.

무섬마을 말고는 아무런 계획도 안 하고 왔는데, 성격이 급한 엄마는 오래 쉬지도 않고 카페에서 노닥거리지도 않는다. 마을을 다 둘러보고 나니 시간은 오후 3시 정도. 여기까지 온 게 아쉬우니 다른 곳을 하나 더 갔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말에 급하게 지도를 뒤적였다.

 

마을이 꽤 외딴 곳에 있어서 영주에 있는 다른 곳을 가기도 애매한 상황. 가는 데 시간이 가장 적게 걸리는 것 같은 안동 봉정사로 향한다. 무섬마을에서 차로 30분 정도. 평소 내 성격과는 달리 이번 여행은 정말 (MBTI) P적이다. 여행 내공이 늘어나고 나니 즉흥적으로 어딘가를 찾아가는 것도 수월하게 하는 사람이 됐다.

 

 

 

 

안동하면 하회마을이나 찜닭 골목만 알았지 봉정사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인데, 찾아 보니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중 하나라고 한다. 평소에 많이 보는 화려한 색감의 절과는 달리 소박한 모습이 특징이었는데, 그 모습이 산세와는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자주 보는 조계사 같은 조선시대 절은 기둥도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고 네모 반듯한 느낌이었는데, 이곳은 나무 그대로의 짙은 색감과 곡선을 살린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라시대에 지은 사찰이라 느낌이 다른가보다. 오래되어서인지 벽에 그려진 탱화들은 빛이 바래 나무 기둥과 벽 속으로 녹아 들었다.

 

 

세계문화유산이라 문화유산 방문자 여권 투어 스탬프가 입구에 놓여 있다. 투어용 여권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나도 기분을 내고 싶어 낱장 여권에 스탬프를 하나 찍어 온다.

 

 

 

 

본격적으로 봉정사 구경 시작. 둘러보다 보니 잘 찾았다는 느낌이 든다. 고즈넉한 절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산 속에서 우리를 맞아주는 모습이 참 평화롭고 든든했다. 입구마다 바닥에 가로로 놓인 나무는 둥그렇게 휘어 있는데 아주 매력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조금 전에 예초했는지 산뜻한 풀냄새도 짙게 실려 오고 아카시아 꽃냄새도 났다. 봄이다.

 

🐝 봉정사

[요약] 경북 안동시 서후면(西後面) 천등산(天燈山)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절.
[본문]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孤雲寺)의 말사이다. 672년(문무왕 12) 의상(義湘)이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며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이 창건하였다는 설도 전해진다. 한국전쟁으로 대부분의 자료들이 소실되어 창건 이후의 사찰역사는 역사는 전하지 않는다. 1972년 봉정사 극락전을 해체하고 복원하는 공사를 진행할 때 상량문에서 고려시대 공민왕 12년인 1363년에 극락전을 중수하였다는 기록이 발견되었다. 이런 사실이 발견되어 봉정사 극락전이 현존하는 최고의 목조건물로 인정받게 되었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봉정사는 규모가 크지는 않아서 2~3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마침 석가탄신일을 맞아 연등을 둘러두었는데도 소박한 느낌이 매력적이다. 오래 전에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안동에 방문해서 고등어를 먹고 들렀다 갔다고 한다. 한국적인 매력을 듬뿍 느끼고 가셨을 것 같다.

 

 

 

 

근데 이 평화를 깨는 표지판이 있었으니. "벌조심." 아니, 이 절은 왜 이렇게 벌에 진심인데? 꽃 냄새가 진하게 난다 했더니 벌도 많이 모여드나보다. 벌에 쏘일까봐 마루 아래 그늘에서는 앉아 쉬지 못하고 걸어다니면서도 조심하랜다. 세상 소박하고 색이 바랜 절에 저렇게 또렷하고 선명하고, 그리고 크게 벌을 조심하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니. 정말 위험한가보다. 봄에 봉정사 방문하시는 분들, 벌을 조심하세요. 진심입니다. 진지해요.

 

 

 

 

 

이렇게 알찬 일정을 마치고 집에 갈 준비를 할 시간. 시내에서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기차를 타러 가기로 했다. 저녁은 생선찜 맛집 "강대감집."

 

단일 메뉴인 모듬 생선찜을 파는데, 이렇게 단일 메뉴를 파는 곳은 믿고 먹어야지. 친절하고 여유가 흐르는 사장님과 가득한 예약 테이블에서 그 내공이 느껴졌다. 다만 주차장은 따로 없고 시내에 있어 주차할 자리를 찾기 어렵다. 가게 근처 주택가 골목으로 눈치껏 들어가 갓길에 평행주차를 하고 와야 한다.

 

생선찜은 양이 엄청 많아서 둘이서 반 밖에 못 먹었다(물론 엄마가 완전 소식좌). 3명이 와도 소자를 충분히 먹을 것 같은 양. 비리지도 짜지도 맵지도 달지도 않고 딱 좋은 맛이었다. 반찬도 하나같이 너무 맛있어서 차만 없었으면 소백산 막걸리 한 잔 곁을이고 싶어서 참기 힘들었다. 이렇게 오늘 여행은 끝까지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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