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한여행인/갓생 당일치기

[영주 당일치기 여행] 귀여운 도시와의 첫 만남과 P적인 여행의 기쁨

by 이냐니뇨 2024. 5. 6.

어린이날 연휴이긴 하지만 어버이날도 다가온다(무서운 가정의 달 5월). 나에겐 어린이가 없기 때문에 이번 연휴는 어버이를 위해 보내는 날이고, 그래서 얼마 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연휴 일정을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엄마는 바로 "아, 나 이번 연휴에 무섬마을 가보자고 하려고 했는데~"

 

지난 명절에도 엄마가 말을 꺼냈던 곳이다. TV에서 우연히 봤다며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본가에선 그리 멀지 않아 한번 가려다가 날씨가 좋지 않아 포기하고 집에서 쉬면서 보냈었다. 그런데 이번 명절에 다시 한번 말을 꺼내는 걸 보니 많이 궁금한가보다 싶어 바로 차표를 찾아 예매를 하게 됐다.

 

 

친구 중 영주에 외할아버지가 사신다는 친구가 있었기에 혹시 맛있는 밥집이 있는 지, 갈만한 곳이 있는 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시골이라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영주에 대한 나의 기대치는 거의 0에 수렴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검색을 해서 맛집을 찾아보려고 해도 별다른 나오는 게 없긴 했다. 게다가 엄마의 입맛이 꽤나 까다로운 편이라 더더욱 힘들었더랬다.

 

하여간 시간을 맞춰 아침 일찍 출발. 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엄마는 기차를 타고 가서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역에서 만나는 일정이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하다 보니 시간을 맞추기도 힘들었고, 연휴라 차가 많이 막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먼저 도착해 렌트카를 픽업하고 엄마를 기다리기로 했다.

 

 

영주에 도착했을 땐 그 사이 높이 떠오른 해 덕분에 날이 무척 밝고 맑았다. 그리고 내려서 만난 영주 터미널의 모습이 몹시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첫 인상이 너무 좋았다. 햇살과 함께 나를 한껏 반겨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역이나 터미널처럼 여행자를 처음 맞이하는 입구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졌다.

 

영주 터미널 하차장.

 

 

아직 엄마를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는 1시간이 좀 넘게 남아있었다. 커피를 못 먹는데다 만나면 같이 브런치를 먹으러 가기로 했기 때문에 카페에서 기다리는 건 포기. 어딜 가볼까 지도를 보면서 고민하는데,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소수서원이 있었다. 부지런히 가면 2~30분 둘러볼 수 있으니 딱. 지체할 시간이 없었따. 나는 바로 목적지를 찍고 소수서원으로 향했다.

 

 

터미널 ~ 소수서원 구간은 영주 시내에서 벗어난 곳이었기 때문에 운전하기도 여유롭고 좋았다. 터미널에서의 첫 인상처럼 길도 깨끗하게 정돈된 인상이었고, 아침이라 아직 차가 많지 않아 더더욱 즐거웠다. 운전하느라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이 동네는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놓인 구간도 있었는데 지금 딱 꽃이 만발한 계절이라 파란 하늘과 하얀 꽃이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소수서원 도착. 입구에 뭔가 안내판이 붙어 있다. 휴관일은 아니었는데, 행사라도 있나? 기웃거려보니 바로 "입장 무료" 안내! 5월 4일부터 6일까지, 그러니까 이번 연휴 기간동안 영주에서는 <선비문화축제>라는 축제 기간이었기 때문에 특별 무료입장을 허용한 구간이었던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모든 걸 계획하지 않고 우연히 맛집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는 MBTI P들의 여행이 바로 이런 맛인 건가? 영주에서는 뭔가 계속해서 잘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 참고 : 소수서원 여행 정보

  • 입장 : 연중무휴(겨울에는 9~4시, 봄/가을에는 9~5시, 여름에는 9~6시 입장 가능)
  • 관람요금 : 성인 1인 3,000원(개인 기준, 그 외 상세 정보는 아래 사진 참고)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라고 한다. 최초라고 하니 얼마나 입지를 신경썼을까? 과연 산으로 둘러싼 아늑한 곳에 옆에는 물도 흐르고 작은 호수도 있어서 이게 바로 "명당"이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부터 한쪽에 개울물이 흐르는 게 보이고, 오래된 커다란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며 수묵화 같은 모습을 자아냈다.

 

 

 

 

 

공부하려고 만든, 요즘으로 치면 학원이라고 할만한 곳인데 이렇게 주변환경이 좋다니. 공부하기 보단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않을까 싶은 풍광이었다. 대문 같은 문(사주문)을 열고 들어가면 서원으로 쓰이던 여러 건물들이 눈 앞에 보이는데 몇 백년은 족히 살았을 나무들과 어우러져 아기자기하고 예쁜 풍경을 보여주었다. 날씨가 좋아서 너무 예쁘긴 했지만, 이 곳은 비가 와도 운치 있고 좋을 것 같다. 아름다운 소수서원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을 알차게 잘 보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