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당일치기 여행] 영주 브런치 맛집 메이블룸(May Bloom)
엄마와 딸의 여행인 만큼 분위기 좋고 특별한 곳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식성이 까다로워서 못 먹는 게 많기도 해서 더더욱 신경 써서 밥 먹을 곳을 찾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카페 사진 한 장이 내 마음을 빼앗았는데, 바로 "메이 블룸"이라는 온실 카페였다. 좀 애매한 위치에 있었지만 아무렴 어때, 어차피 일정이 빠듯하지도 않았다.
역 앞에서 엄마를 만나자 마자 바로 카페로 향했다. 역에서부터는 차를 타고 30분이 조금 안 걸렸는데, 이때 선비문화축제와 역전 환경 공사로 길이 복잡해서 그렇지 거리 상으로는 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파아란 하늘 아래 초록초록 수풀이 우거진 산과 잎이 우거진 나무들을 보며 즐겁게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금세 도착한다.
정돈된 모습이 우리를 맞이한다. 야외 테이블도 있었는데, 꽤 더웠던 날이라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에 잘리긴 했는데 앞에 있는 모래밭에는 장난감 트럭이나 삽 같은 것도 있어서 귀엽고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그리고 오른쪽 끝에는 내가 사진으로 보고 반했던 유리 온실 구역이 있다.
온실은 기대하고 갔는데 정말 멋스럽고 마음에 들었다. 아주 넓지는 않았지만 식물들이 꽤나 무성하게 자라 있어 얼마나 열심히 관리하고 계실지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나무 아래에 군데군데 테이블이 놓여 있었는데, 빽빽하게 놓여 있지도 않고 커다란 식물 가까이에 놓여 있어 숲 안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았다.
아직 점심시간이 채 되지 않아 우리만 앉아 있어서 더욱 좋았다. 여인초나 야자, 몬스테라 같은 익숙한 열대 식물이 많이 있었는데 엄마도 화초를 가꾸는 걸 좋아해서 무척 신이 났다. 보다 보니 이게 웬걸. 바나나 나무가 있었고 바나나가 열려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바나나 나무여서 너무 신기했다.
건물 반대 편에도 아늑하고 예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꽃병에도 생화가 꽂혀 있어 내심 감동했다. 시골의 작은 카페에서 이렇게 생화를 꽂아두고 관리하는 게 쉽지 만은 않을 것 같은데 섬세하고 센스 있는 사장님의 손길이 느껴진다.
특히 엄마 마음에 쏙 든 건 한 쪽에 있는 좌식 공간이었다. 툇마루처럼 마련된 공간에 좌식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이면 좋을 것 같다. 얼마 전 동생이 결혼했는데, 혹시라도 조카가 생기면 다 같이 한번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메이 블룸의 브런치 메뉴는 3가지가 있다(오전 11시 ~ 오후 2시에만 판매). 치아바타 잠봉 샌드위치, 그릴 치즈 샌드위치, 에그 스크램블 치즈 샌드위치. 우리는 잠봉 샌드위치랑 그릴 치즈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음료 메뉴도 다양한데, 농촌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레몬 생강 에이드(또는 티)와 그린 주스(사과, 시금치, 케일이 들어감)가 눈에 띄었다. 메뉴 구성도 좋고 제작 의도도 좋아 보여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커피를 못 먹는 나와 단 게 먹기 싫은 엄마는 둘 다 그린 주스를 골랐다.
브런치 메뉴는 주문하고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20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그래도 메뉴를 자리로 가져다주신 데다가 온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리고 음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잠봉 샌드위치에는 유명한 영주 사과 슬라이스가 들어가는데, 바질 페스토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다. 게다가 산지에서 바로 먹는 사과는 식감이 정말 아삭해서 마트에서 사다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상큼했다. 달콤하고 산뜻한 사과가 짭짤한 잠봉과도 잘 어울렸다.
그릴 치즈 샌드위치가 내 마음 속 원탑! 지금까지 먹은 샌드위치 중 손에 꼽게 맛있었다. 풍족하게 들어간 치즈에 비해 담백한 통밀빵이 들어가 느끼하지 않았고, 볶은 양파뿐 아니라 부추가 들어가는데 치즈와 부추가 이렇게 잘 어울린다는 걸 처음 알았다. 다음에 집에서도 꼭 한번 해 먹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메뉴 모두 크게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었다. 엄마는 여태껏 먹어본 빵 중 가장 맛있다고 평했는데, 그 말을 들었을 때 여길 찾은 게 얼마나 뿌듯했는 지 모른다. 둘이 샌드위치 하나씩 시켜 먹어도 배가 든든하게 찰 만큼 양도 충분했다. 오히려 주스가 좀 적게 느껴졌던 것 같다.
너무 마음에 들었던 메이블룸 카페. 주머니에 넣어 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엄마 집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다음에 다른 가족들과 함께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하며 길을 나섰다.